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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Jul 03. 2024

육아휴직 6주 차 : 쇼 곱하기 쇼는 쇼

아빠 육아 : 240304-240310


 “육아휴직 기간에 돌잽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맞는가?”


 난제였다. 올해 1월에 다녀온 ‘제1회 부부 육아 워크숍’에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어젠다였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물론 정답은 없었다. 살면서 내려본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 우리 둘 다 겪어보지 않은 세계라는 점이 포인트였다. 육아에 있어선 가급적 타인의 레퍼런스를 찾아보지 않으려 했기에 더 막막했다. 그렇게 무지함에서 오는 두려움을 자처하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배우기엔 리스크가 컸다. 아이가 처음으로 타인으로 느껴졌다. 이제 시작이다. 부모로서 내릴 숱한 결정들의 쇼케이스다. 딸의 일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체감하니 무서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결론은 등원이다. 사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올해 우리 가족의 키워드는 ‘적응’이기 때문이다. 목표는 내년부터 시작될 리얼 육아를 향해 있다. 내가 복직하게 되면 부모와 아이 모두 각자의 사회로 흩어졌다가 뭉치는 일상을 보내야 한다. 연습이 세 명 모두 필요했다. 우리 팀은 슬로우 랜딩을 하기로 결정했다. 독립심 함양과 애착 형성은 어차피 양날의 검이다. 어린이집 등원 전후로 내가 사랑의 흠뻑쇼를, 아내의 퇴근 후엔 두 부모의 만담쇼를 펼쳐서 최대한 발란스를 맞추기로 했다. 물론 노쇼는 불가하다.


 나를 위한 이유도 있었다. F 중에서도 극 F인(MBTI 검사) 나는 이럴 때만 엄청나게 논리적인 면모를 발휘하는데,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절대적인 자기 정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작고 소중한 주장이다. 그 말이 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중요하지 않다. 부모의 행복, 양육자의 감정조절이 긴요하다는 사실이 논거다. 일관된 피드백을 주기 위한 육아의 기초근육이다. 그리고 그것이 참말로 쉽지 않다. 솔직히 어린이집에 위탁하는 육아휴직자를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 정말 겪어보지도 않고 혼자 쑈 하고 앉아있었던 셈이다. 정녕 부끄럽다. 이제 나는 과거의 나를 포함한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요목조목 까댈 수 있다.


 어린이집의 세계가 궁금하기도 했다. 미리 면밀하게 알고 싶었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보육기관이라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교육이 아닌 복지 서비스다. 정의조차도 잘 몰랐던 내가 부끄러웠다. 아이는 교육기관인 유치원에 가기 전 필연적으로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생활하게 된다. 정서 함양에 중요한 시기인 만큼 어떻게 가정과 연계하여 보육해야 할지 나름의 중심을 세워야 했다. 적확히 공부해 두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여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에 손들고 자원했다. 눈물의 오바쇼라고 얘기해도 어쩔 수 없다.


 아직은 어렵다. 솔직히 좀 뻘쭘하기도 하다. 성별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 장벽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분들이 일단 전부 여성인 점, 등하원 학부형도 대부분 그러한 점이 나로선 미션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아무 말이나 하자며(MBTI 검사에서 극 I로 나오는 인간이) 입을 떼어보지만, 집으로 돌아와서 보면 겨드랑이가 분수쇼다. 아이도 물론 새로운 환경을 어색해한다.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부녀가 매일 손을 잡고 등하원을 한다. 아내는 회사일을 하면서도 그 마음을 챙기려 한다. 셋 다 열심히 산다. 그런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 별 수 없다. 원래 끝이 없는 것이 쇼가 아니었던가.




240304(월) : 어린이집 첫 등원. 하원하고 나서는 아빠와 동네 단골집들을 들렀다

                  (다정한 마음, 해브어밀, 래인)

240305(화) : 어린이집 적응기간. 홍제천 산책을 하다가 아빠와 까루나에 가서 같이 수다를 떨고 왔다.

240306(수) : 안겨서 어린이집 등원. 가는 길에 롱앤쇼트에서 아빠와 같이 커피 테이크 아웃, 

                  하원길엔 한마음 반찬가게에서 수다도 떨었다. 아빠와 집에서 같이 낮잠을 잤다.

240307(목) : 하원길에 산책 나온 유치원 언니오빠들에게 손인사. 날씨가 좋지 않아 집에 있었다.

240308(금) : 아침에 울다가 등원을 했다. 집에 와서 낮잠을 자고 아빠와 미크커피에 갔다.

240309(토) : 엄마아빠와 사러가마트 2층 개선만두집에서 외식, 오후에는 아빠 회사친구 가족을 만났다.

                  (4개월 연상 언니도 만남)

240310(일) : 엄마아빠와 홍연길 산책(미크 커피, 해브어 밀), 신연중학교 잔디밭에서도 놀다가 들어왔다.



적응 하느라 많이 피곤했을 것 같다(하원 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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