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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Jul 17. 2024

육아휴직 9주 차 : 유난스러운 애비의 변

아빠 육아 : 240325-240331



 ‘자식의 인생에 어느 정도로 관여해야 하나’는 모든 부모의 고민입니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나아가 앞으로 자식의 소득구조에 지분을 갖는 일종의 투자자로서 중요한 결정이기도 합니다. 그 무엇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진로를 제시하지만 그 권유의 강도가 적절한 균형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송길영,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2023)




 어린이집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나는 0세 반 학부모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아이들이 하원하여 한산해진 놀이실에 모였다. 아이용 책상에 쪼그려 앉아 위촉장을 물끄러미 구경했다. 다시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낮아진 눈높이덕에 노을이 걸친 하늘이 보였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감상하면 딱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현타가 왔지만 참아냈다. ‘나는 도대체 왜 때문에 이렇게 빡세게 사는가.’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는걸 어쩌겠나.


 물론 호기심이 모티베이션의 전부는 아니다. 최대한 참여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 정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참정권이 십수 년간 주어지지 않을 우리 집 어린 친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투표권 1개로 1.5인분의 미래를 그려봐야 한다. 출생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은 지금의 젊은이들보다도 정치적 힘이 없을 거라 예상이 가능하다. 성인이 되어도 기성사회에 맞설 쪽수가 부족하다. 명백한 그 핸디캡이 안쓰럽다. (세대별 분열을 가정하는 것 자체가 건전하지 않은 생각이라면 그 말도 맞다. 다만, 확률이 높은 현실적 가정이라곤 생각한다)


 나는 어쩌면 정치에 관심 가지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왔다. 어떤 화제로 이야기하다가 대통령이나 주요 국회의원에 대해서 말을 하면 “너 정치에 관심이 많구나”라는 얘기를 듣기 십상이었다. 그 문장의 뉘앙스는 부정적인 염려(정치하려고 하는 거야? 당원 가입하려고? 그런데 빠지면 안 되는데.. 지금 너의 앞가림부터 잘해야지)가 섞여있기에 입을 다물곤 했다. 사실 어불성설이다. 의회 민주주의기에 오히려 관심이 더 많아야 한다. 감시하고 피드백을 해야 한다. 재개발과 지하철 노선유치 말고도 의견을 낼 아젠다는 도처에 무궁하다.


 아이들 세대는 정치를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우리 딸 역시 의견을 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그 효용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0세 반 대표에 지원한 셈이다. 지역구 총선 후보예정자 토론회에 찾아가 남자 화장실에도 기저귀 갈이대 좀 놔달라고 얘기했다. 지역 사회의 크고 작은 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꼭 피드백을 남기고 있다. 항상 가족 모두 동행하고 있다. 앞으로 치러질 모든 선거에서도 유인물을 아이와 같이 꼼꼼히 읽어볼 계획이다.


 물론 조심해야 한다. 아내와 이런 주제의 대화를 하다 보면 늘 결론은 비슷하다. ‘우리도 잘 모른다’라는 태도를 잊지 말자는 것이 요지다. 우리가 자라온 환경보다 사회 변화속도가 몇 곱절 빠르다. 이제는 사회 제반의 양식들이 절대 세대를 아우르지 못할 것임이 자명하다. 부모 세대의 성공 방정식을 대입한 제안(이를 테면, 좋은 대학 가라는 말)들이 오히려 시간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같이 연구해봐야 한다. 기깔나는 묘수는 없다. 나도, 아내도, 딸도 자기 목소리를 내보며 연마하다 보면 적어도 스스로에게 억울한 마음은 들지 않을 거라 믿는 수밖에.





240325(월) : 식사 준비하는 아빠의 다리에 찰싹 붙어있었다.

240326(화) : 하원하고 까루나 포틀럭 파티에 참석했다. 집에서는 아빠 가방을 메고 한참을 놀았다.

240327(수) : 아빠와 홍제천 산책을 했다. 오리 구경을 실컷 했다. 아빠는 엄마가 준 기프티콘으로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렸다.

240328(목) : 하루종일 비가 와서 하원 후 집에서 아빠와 놀았다.

240329(금) : 비가 많이 내려 같은 반 친구 아빠가 하원할 때 집까지 태워주셨다. 오후에는 아빠와 둘리네 집에 놀러 갔다.

240330(토) : 엄마아빠와 홍대 여행을 떠났다. 경의선 숲길이 보이는 2층 라이브 카페에서 벚꽃 구경을 했다. 오리구이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240331(일) : 일찍 일어나서 서교동 카페(커피랩)에 방문했다. 연트럴파크를 산책하면서 유튜버들을 많이 보았다.




구정 소식지를 늘 챙겨보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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