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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미니멀인데 나는 맥시멀,
게다가 편하고 싶어서

걸고 또 걸고

by 은진송
참 뭐가 많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단골 멘트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집엔 뭐가 많다. 일단 책이 많고, 종이도 많다. 옷도 많은 편이고, 자잘한 물건들도 많다. 문제는 그 공간을 마련할 주제가 되지 않는데도 쌓아두기를 일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문제는, 특정 종류를 지독히 쌓아두는 사람-일명 00수집가들-이 있는 반면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눈 밖에 나지 않는 이상 극진히 모셔둔다는 거다.


들고 다닐 가방이라곤 책가방 밖에 없던 시절에는 형형색색의 쇼핑백들을 그렇게 모으곤 했었다.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 습관은 버렸지만, 요즘도 튼튼한 거 몇 개는 내버려두기도 하고(ㅎ..). 옷도 잘 안 버리는 편이다. 초등학교 때 입던 상의는 아직도 입을 정도니.. 그러다가 짐이 늘수록 나만 고통받는다는 걸 깨닫고, 옷 기부하는 곳에 기부하여 정리도 여러 번 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뭐가 많다. 새로운 물건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닌데 쓸만한 물건이면 굳이 바꿀 생각을 안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더군다나 공부한 자료나 책을 마음먹고 처분했는데 꼭 언젠가 다시 필요해질 때가 온다. 수없이 경험했고, 그래서 더 신중해졌다.



집은 미니멀인데, 나는 맥시멀이다. 방이 곧 집이고, 집이 곧 방인 원룸이라 가구를 더 들일 수도 없다. 옷장과 수납장에 넣고 넣어도 어쩔 수 없이 바깥에 자리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집은 작고 물건은 많은데, 사용자(나) 친화적인 편리함을 추구하는 습성(이라고 쓰고 귀찮음이라고 읽는다)때문에 자주 손이 가는 것들은 손이 닿는 곳에 있었으면 한다. 즐겨 입는 옷, 자주 사용하는 가방, 충전기... 그런 것들을 필요할 때 빠르게 찾아내고 싶었다.


눈에 띄고 내 동선에 맞으면서 너저분해 보이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디에든 걸어보기로 했다.


IMG_2875.JPG 빨래건조대에 걸기


특히 옷의 경우엔, 겨울이면 껴입느라 자주 입는 옷의 가짓수도 늘고 부피도 늘어난다. 방에 자유분방하게 두기는 싫은데 그렇다고 옷장에 넣자니 넣자마자 꺼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임시방편으로 건조대에 고리를 걸어 걸어두었다. 빨래를 널어야 하는 날에는 옷들을 잠깐 자유분방하게 두거나 빨래를 건조기 돌리는 식으로 사용 중이다.


IMG_2887.JPG

폰과 노트북을 충전하면서 써야 하는데, 충전기 선이 엉키고 바닥이나 책상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것이 싫증이나 대안을 마련했다. 자석 걸이를 책상의 철제 다리 부분에 붙여서 거기에 선들을 걸어두었다. 무엇보다 발에 안 차여서 좋다.


이 자석 걸이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열 개에 한 묶음으로 팔길래 몇 개는 문에 붙여두었다. 모자나 가방처럼 나갈 때 필요한 물건을 걸어 놓으니, 집 안에서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문 앞에서 챙겨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마스크도 걸어두곤 한다.


수납했다가 꺼내고 다시 넣고를 반복하는 부지런함이 없는 나는, 꽉 찬 공간에 그나마 시야를 좀 틔우겠다며 오늘도 무언가를 걸어둔다. 깨끗하단 소리는 못 들어도 편리함은 포기 못해...





해당 브런치북(과 글들은) 수정을 거쳐 <6.5평 월세방을 짝사랑하는 일>로 독립출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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