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업체에서의 첫 테스트 촬영
예전처럼 막연한 기대보단, 한 번 부딪쳐보자는 마음 하나로.
그리고 23년 12월 또 한 번의 회신이 왔다.
신도림역 근처 스타벅스에서 처음 대표를 만났다. 나는 약속 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곧이어 3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 대표가 들어왔다. 주말 점심시간이 지난 매장은 시끌벅적했고, 대화에 집중하기엔 다소 어수선했다. 그렇다고 딱히 옮길 곳도 없었다.
그녀는 먼저 자신의 업체를 소개했다. 업력이 오래되진 않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업체에서 수석 실장으로 일하다 독립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했다. 지금 막 새로운 브랜드를 키우는 중이라며, 내가 보낸 포트폴리오도 잘 봤다고 했다. 부족한 점은 일하면서 맞춰가자고. 특히 여기는 “깔끔한” 사진을 추구하는 하이엔드 업체인데, 그 방향성과 맞추기 위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러겠다고 했다. 나도 깔끔한 거 좋아한다고. 내가 그러질 못해서 그렇지.
이야기는 포트폴리오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력서에 첨부해 둔 내 개인 인스타그램도 봤다며, 풍경이나 건물을 찍은 사진들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좋았다고 했다. 그 감성과 본인의 깔끔함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날 것 같다고. 나도 기대된다고 답했다.
면접이라기엔 좀 애매했던 그 커피챗을 마치고, 대표는 테스트 촬영 날짜를 지정해 줬다. 본인이 직접 촬영하는 날에 따라오라는 이야기였다. 비수기 시즌이었다. 한 달쯤 뒤 토요일로 정해졌다.
잡아놓은 날짜는 금방 도착하기 마련. 촬영날이 밝았다. 장소는 여의도 안에 있는 웨딩홀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도착해 하차씬부터 본식까지 풀로 촬영하는 일정이었다. 카메라 배터리는 전날 밤 세 번 확인했고, SD카드도 새 걸로 교체했다. 서브 촬영이라 쓸 일은 없겠지만, 삼각대도 혹시 몰라 가방에 넣었다. 원래 실력에 자신 없을수록 장비를 앞세운다. 역으로 실력이 는다고 장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장비는 돈과 같아서 부족해도 필요하고 많아도 필요하다.
신랑 신부가 도착했고, 두 번째 업체에서의 첫 촬영이 시작됐다. 오랜만에 현장에 나가서인지 손끝이 조금씩 헛돌았다. 초점이 살짝 어긋나는 순간도 있었고, 거리감에 익숙해지기까진 시간이 좀 필요했다. 앵글도 어딘가 불안했다. 그럼에도 허둥댐의 총량제가 있다면, 다행히 첫 업체에서 많이 소진하고 왔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금방 리듬을 찾았다. 허둥거리는 한 시간 반, 집중하는 두 시간 반. 그렇게 총 네 시간의 첫 촬영을 마쳤다.
대표는 촬영이 끝난 뒤, 곧장 사진을 보자고 했다. LCD를 쳐다보면서 살펴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잔뜩 긴장해서 식은땀 흘리시는 거에 비해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요. 사진 분위기도 잘 잡고.”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우리랑 본격적으로 같이 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교육 촬영 기간은 조금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실력이면 조금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괜찮아요?” 나는 고민하는 척도 없이 바로 좋다고 했다.
한 번 같이 촬영한 거였지만 나도 대표가 나쁘지 않았다. 나름 두 번째 업체인만큼 경력직 면접이라 할 수 있다. 경력직은 고용주가 지원자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지원자도 고용주를 평가한다. 나에겐 "배울 점이 충분히 있는 사람인가", 또 "일에 얼마나 진심인가"가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야지 내가 이 업체에 있는 것도 유의미해질 테니까.
그런 점에서 대표는 완전 합격점이었다. 나는 대표가 신랑 신부를 대하는 방식이 좋았다. 과잉되지 않은 정중함, 요청을 정리하는 명확한 말투, 촬영 시스템 안에선 안정감이 있었다. 차분하게 신랑신부를 리딩하는 커뮤니케이션도 좋았다. 내가 예술 사진을 찍을 건 아니기에, 상업 사진 커리어 초반에 함께하기 알맞은 인재였다.
대표는 현장에서도 괜찮았지만, 결과물은 더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업체가 기계처럼 사진을 잘 찍어내는 공장 같았다면, 지금 대표는 같은 틀 안에서도 피사체의 ‘캐릭터’를 끌어냈다. 예쁜 쪽 얼굴을 확인하고, 예쁜 미소의 정도를 체크해서 그 정도 웃음만 요청하는 디테일도 좋았다.
촬영을 하면 할수록 나도 같은 결의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런 사진을 배우고 싶어서 6개월간 매주 주말에 교육 촬영에 참석했다.
그리고 24년 8월, 대표가 처음으로 이만치 했으면 서브 촬영에 투입해 봐도겠냐고 물어봤다.
드디어 일 년 반 만에 정식으로 서브를 데뷔하는 날이 다가왔다.
오브포토그라피라는 브랜드로 웨딩, 본식, 데이트 스냅 등 각종 사진을 촬영 중에 있습니다. 현재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무료 촬영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관심 있으시면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