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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메인 작가 데뷔를 앞두고,

본업-부업이 아닌 본업-본업으로

by 청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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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초.

드디어 처음으로 메인 작가 촬영이 섭외 들어왔다. 그것도 "청년실격" 작가님이 촬영해 달라는 지정으로.


웨딩 촬영도 도제식 제도다. 몇 년간의 서브 촬영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메인 작가로 데뷔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2년 차가 됐을 때 운이 좋게 지정 작가로 지명을 받았다. 올해 말 메인 작가 촬영을 앞두고 있다. 회사에서 승진했을 때만큼이나 기분 좋았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그러나 좋은 만큼 부담도 되는 일. 촬영자 입장에서 메인과 서브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시장 가격만 봐도 평균적으로 메인 작가가 서브 작가보다 두 배 높은 페이를 받는다. 실력이 좋은 작가일수록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왜일까.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인 작가는 서브 작가와 무엇이 다른가.


1) 메인 작가는 촬영장의 총괄 리더다.


예식장에선 순간순간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신랑 신부가 야외 하차신을 원했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면? 포기할까? 강행할까? 차선책은 뭘까?

또는, 원래 계획한 연출 촬영이 있었는데 앞 타임 예식이 늦어져서 시간이 빠듯하다면? 이때는 단순히 예쁜 사진을 넘어서, 전체 일정과 흐름, 신랑 신부의 컨디션을 고려하면서 결정을 내린다.


결혼식 당일 신랑 신부는 정말 바쁘다. 생각보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지금 뭘 해야 하지?’ 싶을 때 옆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 그게 메인 작가다. 말하자면 결혼식 날의 비서실장 같은 역할이다.


2) 현장의 큰 흐름을 리딩하는 게 거시적 능력이라면, 디렉션은 미시적인 기술이다.


신랑 신부에게 어떤 포즈를 취해야 예쁜지, 어디에 손을 두면 자연스러운지, 카메라를 어떻게 바라봐야 좋은지 알려주는 것. 사진은 결국 감정과 인상으로 평가받는다. 아무리 정확하게 찍었어도 예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반대로, 다소 흐릿하거나 조금 어긋났더라도 인상 깊은 사진은 오래 남는다.


그 '예쁨'을 감지하고 끌어내는 것이 메인 작가의 능력이다. 예쁘다는 건 주관적이면서도 동시에 객관성을 띤다. 그래서 두 배로 더 어렵다. 이건 연습으로도, 경험으로도 얻어지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안목이 필요하다. 그 디테일한, 작은 종류의 "예쁨"을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이 메인 작가와 서브 작가를 나누는 중요한 자질이 된다.


3) 원판 촬영을 주도한다


예식이 끝난 후의 원판 촬영. 신랑 신부, 양가 부모님, 전체 가족, 친구들, 부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 연출컷까지. 이 모든 장면은 작가가 ‘이제 누구 찍을게요’라고 말해야만 움직이는 시간이다. 시간은 늘 빠듯하고, 사람들은 어수선하고, 아이들은 가만히 있질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하객들은 단상 위에서 서로 스몰토크 나누느라 정신없다.


그 복잡하고 산만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순서를 정하고, 분위기를 리드하며, 빠르게 촬영을 마치는 것. 그리하여 "이제 식당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라는 선언으로 얼음 중이던 하객들을 땡 하고 풀어주는 일 역시 메인 작가의 몫이다.


4) 중앙 구도를 책임지는 사람


식장에서 신랑 신부의 정면을 책임지는 것도 메인 작가다. 메인 작가가 자리 잡는 곳은 언제나 중심선이다. 서브 작가는 자연스럽게 사이드로 비켜선다.


결국 앨범에서 가장 많이 실리는 사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진은 메인 작가의 구도에서 나온다. 만약 중앙 구도에서 수평수직 어긋나거나 말도 안 되는 구도를 찍게 되면 그것은 서브 때의 실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메인 작가가 되기까지는 보통 1~2년 이상의 서브 수련이 필요하다. 나도 그래왔다. 늘 사이드에서 몇백 번의 셔터를 눌러가며, 구도와 순간과 연출을 훔친다. 촬영을 마치면 그날 배우고 느낀 걸 따로 메모장에 기입한다. 메인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들 달라서, 좋은 점은 취하려고 하고, 그렇지 않은 점은 더 주의 깊게 기억하려고 한다. 10번의 긍정적인 것보다 1번의 부정적인 게 임팩트가 더 큰 비즈니스니까.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여전히 긴장된다. 그런데 마음속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다. 예전엔 잘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잘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식 전체를 잘 마치는데 일조해야 된다는.


이제 메인 작가까지는 5개월 남았다. 앞으로의 5개월은 지난 2년 보다도 더 밀도 있는 시간이 되어야지.


나는 이 웨딩 업계에서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 잘하고 싶고, 잘 찍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겠지. 이건 정말 "내"가 "나"를 파는 일이니까.


오브포토그라피라는 브랜드로 웨딩, 본식, 데이트 스냅 등 각종 사진을 촬영 중에 있습니다. 현재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무료 촬영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관심 있으시면 네이버 블로그인스타그램을 확인해 주세요


이상으로 "나는 웨딩스냅 작가입니다"의 첫 촬영부터 메인 작가 지정까지의 1부 기록을 마칩니다. 2부는 웨딩스냅 작가로서 촬영장 안에서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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