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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이폰 스냅을 불러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웨딩 본식 스냅 작가의 제안

by 청년실격

요즘은 결혼식장에서 "안녕하세요 오늘 아이폰 스냅 작가입니다, 잘 부탁합니다"라는 소개를 받는 경우가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 더 많다. 아이폰 한 대, 경우에 따라선 두 대를 들고 다니며 사진과 영상을 동시에 찍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괜찮다. 무엇보다 유난히 그 아이폰 감성을 좋아하는 신부도 꽤 많다. 분명 시장이 있다는 거다. 손도 엄청 빨라서 쌍절곤을 휘두르는 이소룡 같다. 조금 오버해 봤다.


본식 웨딩 스냅 작가 입장에서는 살짝 움찔할 때가 있다. '시장 뺏기는 거 아냐?'싶기도 한 경계심. 하지만 뭐가 됐든 중요한 건 신부의 마음이다. 화소가 어떻든, 장비가 어떻든, 결국은 고객이 만족하면 그게 곧 정답인 시장. 그건 비단 웨딩 업계만의 얘기도 아니다.


아이폰 스냅을 신청하는 신부들은 대체로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가 마땅치 않을 때. 보통 친한 친구가 붙어서 "내가 인스타용 사진 찍어줄게"하면 족하지만, 가까운 지인들의 사진 실력이 미덥지 못할 때 아이폰 스냅 작가를 부르는 게 좋다. 꼭 "사진 찍어줄 친구가 없어서"만이 포인트가 아니다. "내 결혼식은 내 지인도 주인공"이라는 마인드의 신부도 있다. 그러니 친구들이 나를 찍느라 바쁘기보단, 함께 그날을 누리면 좋겠다는 마음. 그럴 땐 오히려 맘 편히 아이폰 스냅 작가를 부르는 쪽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예식장 가격이 꽤 나가는 경우. 비싼 홀을 대관한 신부일수록 "이 돈 쓴 거, 예쁘게 기록 남겨야 하지 않겠어?"라는 본능이 발동한다. 이런 경우는 "맥시멀리스트"형 신부다. 스냅 작가 2명에, dvd 작가 2명, 아이폰 스냅에, 꽃, 메이크업, 헤어 모두 최고 사양으로. "어차피 인생에 한 번 공주 놀이 할 거면 제대로"라는 마인드.


아이폰 스냅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그날 찍은 사진을 당일에 바로 받는다는 장점과, 사진 촬영과 스케치 영상까지 한 번에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좋은 선택이 된다.


그니까 제일 중요한 포인트. 그날 인스타에 바로 올릴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본식 스냅 작가 입장에서의 난감함도 분명히 있다.


가끔 아이폰 스냅 작가가 동선 안 가리고 중앙으로 슬쩍, 심지어 단상 위까지 용감하게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그게 신부가 원하는 앵글이라면 뭐라 할 수도 없지만, 나중에 메인 스냅 결과물을 보면 어딘가에 꼭 그분의 뒤통수가 있다. 그것도 흔들리는 조명 아래 진한 실루엣으로.


AI가 잘 발달된 요즘은 어떻게든 지우면 되긴 하지만 모든 사진을 그렇게 만질 수는 없다. 이건 사전에 우선순위가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충돌이다. 그래서 나는 신부에게 꼭 말하고 싶다. 만약에 촬영 작가가 3명이 넘어가게 되거든, 카톡으로 미리 우선순위 가르마를 타달라고.


“안녕하세요, 내일 예식 진행해 주시는 ○○ 작가님, 영상팀, 아이폰 작가님!
당일엔 스냅 → 영상 → 아이폰 순서로 동선을 맞춰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저희가 너무 정신없을 것 같아 이렇게 미리 공유드려요!”


이 정도만 써줘도 촬영 오는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다.


아이폰 스냅은 이제 결혼식에서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조율이 없을 때 생긴다. 사진을 예쁘게 남기고 싶다면, 먼저 소통을 세팅해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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