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기획자
내가 최근 겪어 왔던 일들과 세상의 변화를 천천히 생각해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비단 AI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구현보다 결정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1) 기술의 변화 → '구현'의 진입장벽이 계속 낮아지는 시대
(영상 편집) 대학생 때 학과 특성상 영상 편집을 배워야 했다. 난생처음 배운 것이라 기본적인 개념부터 시작해서 'Adobe Premiere Pro''라는 편집 프로그램까지 배우고 익숙해지는데 2~3년은 걸린 것 같다. 그러다 나중에 지인이 핸드폰 어플로 영상 편집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프리미어를 알고 있기에 그 어플이 얼마나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하게 만들어졌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카드뉴스) 대학생 때 기사, 카드뉴스, 영상의 월 2회 콘텐츠를 정기 제작하는 대외활동을 했다. 그중에서 카드뉴스를 많이 하게 됐는데 내가 디자인에 감각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 그래서 스브스뉴스나 시중에서 잘 나가는 콘텐츠들을 보면서 레퍼런스로 삼으며 오랜 시간을 쏟았다. 그 덕분에(?) 디자인을 아예 모르던 사람에서 비슷하게나마 흉내 내고 보는 눈은 조금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 '미리캔버스', '캔바'와 같은 서비스들을 추천받았다. 내가 힘들게 찾아보고 고민하고 만들던 카드뉴스를 거기에선 너무 손쉽게 클릭 몇 번으로 퀄리티도 좋게 만들 수 있었다.
(업무 자동화) 일을 하다가 반복적인 업무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거 매번 똑같이 하는 건데 자동으로 누가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나 어떤 개발 작업이 들어가야 하는 것 같아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러다 'Make.com', 'Zapier', 'Power Automate'라는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메일이 오면 첨부된 파일을 자동으로 내가 지정한 폴더에 저장해 줘"라는 업무의 흐름이 이제는 사람이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는 더 이상 '이걸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더 고도화된 것들은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말하는 것은 초급/입문 용도다.)
2) 매체의 변화 → 누구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도 달라졌다. 어린 시절에는 주말 오후 7시에 온 가족 모두가 거실에 모여서 TV를 같이 봤다. 그런데 요즘은? 각자 방에 들어가서 각자 핸드폰으로 유튜브, 블로그, 웹툰 등을 본다.
여기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가?' 살펴보자. TV는 방송국이라는 전통적인 매체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반면에 위에 든 예시들은 우리 같은 '일반인'이 모두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지금은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메시지를 유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3) 종합
정리하자면 아주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조차도 본인이 마음만 가진다면 세상을 향해 본인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창구만 있으면 안 되니까 거기를 채우는 콘텐츠들이 필요한데, 이 또한 기술적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현실 세계에 직접 '구현'하는 일은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점차 쉬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한 기술 숙련도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결국 '기획력'이자, '결정하는 능력'과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이건 일을 넘어서 본인의 인생을 기획할 때도 적용되는 것 같다.
'무엇을 왜 만들/할 것인가?'
예전에는 "이걸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더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구현(Execution)"이 어려웠고, "결정(Decision)"은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이제는 "구현(Execution)"이 쉬워졌고, "결정(Decision)"이 핵심 능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