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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Jan 11. 2016

클림트의 <KISS>가 잘 어울리는 공간은?

빈 공간을 부탁해! - 2. 그림에 어울리는 공간을 알아보자(4)

※이 포스팅을 읽기 전에 먼저 이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스팅: 그림(명화)을 소유한다는 것의 의미

https://brunch.co.kr/@homoartcus/59



작품의 이모저모

클림트의 <키스>는 그의 전성기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그가 금색 물감과 실제 금박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던 ‘황금시기’의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작품 중 하나인데요. 이 그림은 클림트라는 작가는 몰라도 누구나 한 번 쯤은 본 그림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아트샵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이미지 중 하나입니다. 클림트의 작품은 요즘 들어 갑자기 인기를 얻은 느낌이 강한데요. 확실히 클림트는 살아있을 때 인기를 얻었던 것에 반해 사후에는 별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1980년대 후반부터 다시금 조명을 받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클림트는 <키스>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스스로 일절 무슨 평가를 한 적이 없습니다. 또한 그는 자서전을 쓰거나, 인터뷰 역시 한 적이 없어서 그의 활동은 남아있는 제3자들이 쓴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고, 작품은 외적인 형태를 제외하고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적인 요소들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클림트는 1918년 향년 56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게 되는데, 당시 그를 보살펴주던 연인 에밀리 플뢰게는 그와 나누었던 서신들을 전부 태워버립니다. 일말이라도 그에 대하여 알 수 있는 자료가 사라지게 된 것이지요.


클림트가 속한 미술사조는 빈 분리파입니다. 빈 분리파는 클림트가 스스로 만든 단체입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미술학교를 다녔던 클림트는 빈 미술가협회의 회원이었지만,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협회의 형태에 실증을 느끼고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 오토 바그너, 콜로만 모저 등의 화가, 디자이너, 건축가들과 함께 빈 분리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이 됩니다. 1898년의 빈 분리파의 전시회에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황제가 찾아와 그들의 예술 활동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클림트와 관계가 있는데요. 클림트는 1886년 부르크 극장을 장식하는 작업을 통해 황제에게 황금공로십자훈장을 받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빈 분리파의 주요 멤버들은 모두 같은 해에 죽었다는 사실입니다. 클림트를 포함하여 오토 바그너, 콜로만 모저, 그리고 에곤 실레 모두 1918년에 운명을 달리합니다. 마치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를 생각나게 하네요.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키스를 하고 있는 남녀의 몸은 한데 엉켜있는데, 이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남성과 여성의 옷 무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남성의 옷 무늬는 세로로 긴 사각형의 무늬가 장식 되어있고, 여성의 옷에는 색색의 원으로 장식이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이 진 검은 사각형은 남성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기하학적 문양이고, 작은 원들의 모임은 여성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기하학적 문양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은 낭만적인 키스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연인이라고 생각되는 남성과 여성은 절벽의 끝에서 키스를 나누고 있는데, 그마저도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닌, 여성의 뺨에 남성이 키스를 하는 형태입니다. 게다가 여성의 경우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절대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그림의 모델로는 클림트 자신과 그의 평생의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가 아닐까 추정되고 있습니다. 클림트는 죽을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요. 그가 죽고 난 후 14명의 여성이 자신은 클림트의 모델이었으면서 자신이 낳은 아이는 클림트의 자식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렇게나 여성편력이 심한 클림트는 동생의 처제였던 에밀리 플뢰게를 사랑하게 되었는데요. 클림트는 에밀리에게 400통이 넘는 서신을 보내고 죽을 때까지도 마지막으로 부른 이름이 에밀리 플뢰게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거장의 사랑을 받은 에밀리 역시 클림트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클림트가 임종하는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켰고 그의 사후에도 그의 자식이라고 추정되는 14명의 아이에게 그의 재산을 분배하고 그의 그림을 소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죽을 때까지 누구와도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게 자유분방한 여성관을 가진 클림트는 그녀를 플라토닉하게 사랑했다고 합니다.


<키스>의 경우 절벽에서 그려졌다는 점에서 남성의 성적 욕구가 여성을 절벽 아래로 밀어내는 것과 같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확실히 연인 에밀리 플뢰게를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클림트의 마음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작품의 형태적 특징

입맞춤을 하고 있는 두 연인의 인체 형태를 제외하면 기하학적인 문양과 곡선,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진 이 그림은 자칫 추상화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두 연인의 머리와 팔다리만 없었다면 그 자체로 완전히 추상화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장식의 추상성과 주제의 구체성은 두 연인의 단순한 입맞춤을 매우 현대적인 스타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림은 굉장히 장식적입니다. 일단 배경 자체가 아무런 묘사 없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으며, 남성의 사각형, 여성의 원형, 그리고 녹색, 파란색, 보라색, 노란색이 촘촘히 섞여있는 절벽의 꽃들의 표현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시선을 강탈하는 수준의 장식성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강력합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어떤 이미지와 있든지 상관없이 혼자서만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이 존재감은 기하학적 문양과 황금빛 색상으로부터 나옵니다.


클림트는 이 작품의 대부분을 노란색 가운데에서도 가장 시선을 끌어당기는 황금색으로 온통 칠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장식적인 부분에는 명시성을 극도로 높였습니다. 남성의 옷 무늬인 사각형과 여성을 장식하는 꽃의 색이 키포인트인데요. 알아보실 수 있으신가요? 검은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차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색의 조화이지요. 과속방지턱이 그러하고 도로와 중앙차선이 그러합니다. 이 두 가지 색은 서로를 가장 잘 보이게 해주는 색입니다. 또한 여성을 장식하는 꽃과 두 사람이 서 있는 절벽의 꽃의 색 보이시지요? 노란색의 보색계열인 파란색, 보라색입니다. 정말로 ‘나를 바라봐!’라고 외치는 듯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이 어울리는 공간

강력한 존재감을 발하는 이 그림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읍니다. 그래서 이 그림의 주변에는 다른 그림들이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그림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아야 하는 무언가는 이 그림 옆에 가면 그 매력을 1/10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이 그림의 진가는 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나타납니다. 은은한 조명 가운데 커다랗게 걸려 있다면 그 위용이 엄청나게 다가옵니다. 작품은 실제로도 그렇게 전시되고 있는데요. 사방이 검고 오직 이 그림만이 보이는 공간에서 혼자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노란색을 뛰어넘는 강렬한 황금빛의 노란색은 따뜻함을 넘어서는 강렬함을 줍니다.


그림이 워낙 강력하다보니 그림이 공간을 꾸며준다기보다 공간이 그림을 위해서 존재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작품이 걸릴만한 공간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시선을 모으는 그림의 속성을 생각하면 두 종류의 공간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입니다. 시선 자체가 오직 그림으로만 가는 공간으로, 주변에 시선을 받을만한 무언가가 전혀 없는 공간을 말합니다. 공공장소의 경우에는 이러한 공간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만, 일반 가정에서 이러한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일반 가정에서는 거실의 뒷벽 정도가 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는 정 반대로 시선이 매우 분산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공간의 경우 이 작품이 시선을 모아주어 자칫 잡다하게 분산될 수 있는 시선을 정리하는 역할을 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즉 인테리어가 복잡한 공간이나 어질러지기 쉬운 공간, 혹은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어 시선이 분산되는 서재 같은 곳에 어울립니다. 그리고 그림의 형태를 염두에 두어 약간 무게감이 있는 공간이 좋습니다. 아무리 어질러지기 쉽다고 해도 아이들이 있는 유치원 같은 곳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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