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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Feb 14. 2016

프리드리히의 <안개 위의 방랑자>가 잘 어울리는 공간

빈 공간을 부탁해! - 2. 그림에 어울리는 공간을 알아보자(6)

※이 포스팅을 읽기 전에 먼저 이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스팅: 그림(명화)을 소유한다는 것의 의미

https://brunch.co.kr/@homoartcus/59



작품의 이모저모

이 작품은 프리드리히가 독일을 순례하는 여행을 다니던 중, 발견한 경관을 그린 것으로 실제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독일 남동부의 작센과 체코·보헤미아 지방에 걸친 엘베 사암 산맥을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프리드리히는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야외에서 스케치를 한 후 아틀리에로 가져와 그린 것입니다.


프리드리히가 활동하던 낭만주의 당시 독일의 상황은 작은 종주국들로 분열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의 침략을 겪어서 국토가 굉장히 황폐해진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낭만주의 미술은 국수주의와 관련이 있습니다. 독일은 민족의 전통과 역사, 아이덴티티를 예술 속에서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독일의 자연철학자 쉘링의 경우 예술의 원천을 자연에서 찾고, 자연은 생명을 가진 존재로 인식합니다. 그리고 자연을 죽은 사물로 보는 맹목적인 자연 모방을 비판하고, 인간의 창조력은 결국 자연의 창조력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또한 객관적인 관찰과 무의식적인 창조가 결합되어야 훌륭한 예술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예술의 창조와 자연의 창조를 동등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객관적이고 자연과학적인 태도는 독일 낭만주의 풍경화에서 자연주의적인 양식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자연주의적인 양식과 상징주의적인 정신이 합쳐지는 것이지요. 역시 철학의 나라 독일다운 발상입니다. 칸트나 헤겔, 니체나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들이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겠지요. 그리고 위의 이론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화가가 바로 프리드리히입니다.


프리드리히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이를 내려다보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수 있는 미술작품을 나타내는 가장 어울리는 말로는 숭고미라는 단어를 들 수 있습니다. 프리드리히의 작품에는 특히 이러한 숭고미가 깊게 느껴집니다. 위대한 자연은 그 위대함과 함께 두려움과 공포를 주기도 하며 이러한 감정은 언뜻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감수성과도 닮아있습니다. 


하늘과의 경계마저 모호한 안개 바다와 이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남성의 모습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고독과 슬픔, 적막감, 두려움 하지만 이를 모두 뛰어넘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까지 말이죠.


프리드리히의 풍경화는 일반적인 다른 화가들의 풍경화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친근한 자연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는 감히 맞설 수조차 없는 커다란 존재로서의 자연을 그렸기 때문이지요. 프리드리히는 이러한 자연 앞에서 고독을 느끼고, 또 존경하고 두려워한 것입니다. 이 이유로는 당시 독일의 자연철학 사상과도 연결할 수 있지만, 가깝게는 프리드리히 자신의 과거의 기억에 연관하기도 합니다. 어렸을 적 남동생과 함께 얼어붙은 바다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얼음이 깨져 눈앞에서 물에 빠져 동생이 죽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일이 트라우마가 된 프리드리히는 성인이 되어서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그에게 있어 자연이란 두려운 존재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의 안개바다는 바위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는 남자를 잡아 삼키려는 듯이 꿀렁대고 있습니다.



작품의 형태적 특징

세로로 긴 이 그림은 뒷모습의 남성과 그가 올라서 있는 바위를 합쳐 화면 하단부에 매우 튼튼한 삼각형 구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보습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히 정중앙에서 삼각형의 가장 꼭짓점이 되는 남성의 홀로 우뚝 서 있는 뒷모습은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각과 함께 몸 자체가 상승하는 느낌을 주어 마치 그림의 관람자가 실제로 산 정상에 올라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화면의 색은 전체적으로  이분화되어 있는데, 근경의 남성과 바위는 거의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안개는  파란빛이 아스라이 감도는 흰색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두 색의 조화로 인해 그림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까지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그림에 그려진 남성의 모습은 겨울 코트를 입은 모습인데요. 이를 보고 있으면 겨울이라는 계절감이 느껴지며 시원함을 넘어서 추위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작품이 어울리는 공간

이 그림은 구도와 색감이 단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림이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만, “Simple is best”라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단순함이 이 그림을 어디에나 잘 어울리게 해줍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거실 한편에 걸어 두어도 좋고, 집안 아무 곳에 기대어 세워놓아도 멋지게 어울립니다. 


그러나 저는 되도록이면 높은 곳에 걸어두기를 추천합니다. 인물의 머리 높이가 관람자의 눈높이, 혹은 그보다 약간 더 높게 잡아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그림 속의 인물의 시선을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크게 뽑아놓고 그림 속 인물과 같은 시선의 위치에서 그림을 바라보면 웅장한 자연을 통해 숭고미와 기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숭고미와 기개를 자주 느끼도록 집안의 젊은 남자의 방문 안쪽에 시선 높이에 맞춰 크게 걸어두거나, 집에 들어왔을 때 대문을 열자마자 바로 보이는 곳에 크게 두는 것도 좋은 장식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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