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고다이버
“하라면 못할 줄 알아요?”
그녀는 남편 앞에서 그렇게 말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아, 도대체 왜 내가…. 이건 다 그이 때문이야! 그이가 내 말을 안 들어주니까 반발감에 그만….’
그렇다.
그녀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던 것이었다.
그저 사랑하는 남편이 워낙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반항심에 했던 말이었다.
남편 역시 자신을 무척 사랑해주었기에 그가 내뱉은 말을 철회해줄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말괄량이 같고 철부지 같던 아내의 고집스런 성격을 이 기회에 고쳐보고자 한 것이었다.
‘물론, 소작농들을 위해서 세금을 내리는 일은 옳은 일이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아, 정말 어떻게 해!”
그녀는 짜증이 났다.
“아, 몰라몰라. 그냥 해버릴 거야!”
결국 그녀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흉작으로 힘들어하는 소작농들의 세금을 내려달라는 요청.
그리고 거기서 돌아온 남편의 터무니 없는 조건.
“당신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 한 바퀴를 돌면 당신 말을 들어줄게.”
그녀는 남편이 미웠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알몸으로 탔다.
오직 남편에 대한 오기 반, 미움 반의 마음으로.
이제 소작농들의 세금은 알 바가 아니었다.
* * *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의 이 이야기가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자신들의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 고귀한 그녀가 이렇게 되었다는 소문.
그들은 그녀의 심성에 감동하여 그녀가 마을을 도는 동안 모든 문과 창문을 닫고 집 안에서 기도하기로 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긴 머리를 이용해 가슴을 가리고 말을 탔다.
창피하고 부끄러워 마을을 도는 동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녀는 창피하고 부끄러워 마을을 도는 동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생각만은 줄곧 가슴에 품고 있었다.
‘겨우 이런 일로 내 긍지는 털끝만큼도 더러워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