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남사스러워라. 그게 정말이야? 정말로 처녀가 애를 낳았다는 거야?”
“들리는 바에 의하면, 시집은 갔는데 아직 첫날밤을 치르지도 못했대.”
“그런데 어떻게 애를 가져?”
“아니, 글쎄 신내림을 받았다나 봐~.”
“신내림?”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서 아이를 점지해줬다는데?”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그럼 아이 아빠는 하늘님인건가? 천지신명인 건가? 그런데 걔, 원래 남편으로 점지한 짝지가 있었지? 아랫동네 나무 일하는 오섭인가 그랬지? 소박맞지 않았어? 어떻게 시집은 갔대? 누구한테 간 거야?”
“아니, 결국 그 오섭이한테 시집갔대~. 아무튼 오섭이 그치가 성격이 아주 대인군자인가 봐.”
“아이고, 난 사람이네~. 자기한테도 흠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이 아이가 글쎄, 점쟁이가 사주팔자를 봤는데, 그냥 왕이 될 팔자라나 봐~.”
“뭐, 하늘님이 주신 아이이니 왕이 될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래서 나랏님이 이 이야기를 듣고 역적이라고 노하셔서 아, 글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목에 현상금까지 걸었다지 뭐야~. 그래서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아주 벌벌 떨고 있다 그러더라고~.”
“아니, 그런데 용케 안 걸리고 아기씨를 낳았네?”
“그게, 나랏님의 눈을 피하려고 아주 멀리까지 내려갔다지 뭐야. 급하게 내려가느라 집안 재산 하나 챙기지 못하고 부랴부랴 몸만 내려갔대. 어디 버들나무 골 어디로 갔다고 그러던데….”
“아이고 잘 됐네. 아이고 다행이네. 아무리 그래도 목숨은 유지해야지. 암.”
“그런데 그 내려간 버들나무 골 어디에서 산통이 들어서 결국 애를 낳는데, 아, 글쎄 방 한 칸을 구하질 못해서 외양간에서 애를 낳았다지 뭐야.”
“아니, 그래도 사람 애기씨가 나오는데 외양간이 뭐야? 외양간에서 애를 낳았으면 산모도 아기도 성치 않을 텐데?”
“그래서 걱정돼서 내가 언니한테만 말하고 지금 바로 그쪽으로 달려가 보려고. 그래도 아는 동생이 그렇게 고생해서 애기씨를 낳았는데, 동네 친구 언니로서 한 번 얼굴은 비춰야 하지 않겠소.”
“네 말이 맞는다. 나도 같이 가자. 그럼.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잠깐만 기다려라. 애기씨를 낳았으면, 뭐 몸조리할 먹을 거는 좀 싸 들고 가야지 않겠어? 우리 아니면 누가 챙겨주겠어?”
“그래요, 언니. 나도 집에 전에 쪄놓은 떡이 좀 있으니까, 가져가서 좀 요기라도 시켜줘야겠어요. 그럼 좀 이따 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