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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Jul 21. 2020

나는 한 마리의 나이트호크다.

잠이 안 온다….    


몸은 피곤하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의식만은 점점 뚜렷해져 온다.    


오늘도 잠들기는 틀렸구나.    


그렇게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 쓴 채 거리로 나왔다.    


-어디 괜찮은 가게 없나?    


되뇌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집 주변을 걷는다.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열려있는 가게가 있을 리 만무하다.    


번화한 도시로 올라오면 밤에 열린 가게도 많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나의 오산이었다.    


-할 수 없지, 오늘도 그곳으로 가볼까?    


단골로 삼고 있는 카페테리아로 발길을 옮겼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불이 켜져 있는걸 커다란 전면 창을 통해 확인하였다.    


가게 안에는 마스터 혼자 있었다.    


나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딸그랑    


가게 출입구에 달린 종의 소리에 마스터는 나를 흘끔 바라보더니 이내 커피 한 잔을 따른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바에 앉았다. 마스터는 그런 나의 앞에 역시나 아무 말 없이 커피 한 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마스터의 이런 점이 좋았다.    


마치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함. 딱히 할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흘러가는 분위기.    


이 가게에서 이렇게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말없이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가게, 이렇게 늦게까지 영업하면서 늘 손님이 나 혼자뿐이다.    


가게 유지가 되려나…. 이런 멋진 단골 가게가 망한다면 나로서도 낭패다.    


-딸그랑    


응? 이런 시간에 나 말고도 손님이?    


젊은 남녀 한 쌍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갑자기 두 배의 인원이 된 가게는 조금 떠들썩해졌다.    


두 사람은 나처럼 커피 두 잔을 시키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남성은 담배를 꺼내 들었고 여성은 핸드백에서 작은 솜뭉치를 꺼내 화장을 다듬기 시작했다.    


부부 관계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어색한 관계는 아니었다.    


여성이 자신의 손을 남성 쪽으로 슬그머니 보냈다. 남성은 담배를 쥔 손으로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살그머니 잡았다.    


딱히 누군가가 보고 있지도 않은데 두 사람의 행동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분명 육체적 관계가 있는 사이겠지.’    


하지만 그 둘이 부부든, 연인이든, 회사 동료든, 불륜관계든 나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나는 그저 나와 마스터만의 공간에 불쑥 들어온 두 사람이 아주 약간 불편할 뿐이었다.    


나를 의식한 것일까? 그들도 나처럼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아주 가끔 귓속말로 무언가 비밀스러운 대화를 속닥거릴 뿐이었다.    


조용한 밤.    


조용한 가게.    


이 젊은 두 남녀의 배려가 고맙다.    


오늘, 잠이 오지 않는 이 밤.    


세상에 마스터와 나 두 사람만 있는 밤의 무대에 두 사람이 초대됐다.    


어느새 불편한 기분은 사라지고, 편안하고 좋은 기분이 되었다.    


덕분에 돌아가면 아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Edward Hopper <Nighthaw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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