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튜브는 필요없어

2025.7.31 (7m 9d)

by 슈앙

옛날 광고 중에 하기스 광고였던가.. 아기가 물속에서 눈 뜨고 헤엄치는 영상이 있었다. 조작이 아닌 실제 아기 수영 영상이라고 들은 적 있다. 어린 아기일수록 물속에 들어가면 본능적으로 눈 뜨고 헤엄을 친다고 한다. 미국 풀장 있는 집이 많아 일찍부터 익사사고를 막는 차원에서 수영을 가르친다. 물에 빠지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하기스 아기처럼 숨 참고 잠수도 할 수 있고 배영 자세를 취해 숨 쉴 수 있도록 말이다. 양갱이도 엄마 뱃속 양수에서 노닐던 기억을 잊기 전에 잠수수영 배영을 가르치고 싶었다. 우리 집 욕조가 꽤 커서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꼭 수영이 아니더라도 물놀이도 자주 할 계획이었다.


여기까지는 남편과 의견이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목튜브에서 갈렸다. 나는 목튜브가 플라스틱 비닐이라 싫었다. 목튜브 없이 엄마 아빠가 옆에서 받쳐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나의 안전불감증을 탓했다. 에 반해 나는 남편의 플라스틱 불감증이 항상 불만이다. 목튜브가 언제부터 물놀이의 필수템이었던가. 그리고 머리만 동동 띄운 모습이 이상하고 답답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귀엽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플라스틱 비닐에 갇힌 모양새다.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결국 안전 차원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그나마 플라스틱을 새 제품으로 사긴 싫어서 중고로 샀다.


양갱이가 태어난 지 70일쯤 되었을 때 욕조에 물 받아 생애 첫 물놀이를 했다. 양갱이는 익숙한 듯이 발을 휘휘 저으며 돌아댕겼다. 얼굴만 동동 띄운 채.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귀엽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귀찮았다. 욕조 닦고 물 채우고 목튜브 바람 넣고 옷 젖고 그리고 나서 물 빼고 목튜브 바람 빼고 옷 빨고.. 그래서 지금까지 욕조 물놀이 2번 했다. 마음 같아서는 자주 해주고 싶지만 20분 거리도 안되는 귀여움보다 집안일 늘리기 싫은 귀찮음이 더 컸다.


더운 여름 물놀이가 딱인 계절이라 또 한 번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콩떡이네가 함께 풀빌라 가자는 제안으로 어제 다녀왔다. 욕조 안 씻어도 되고, 물 받고 빼고도 안 해도 되고, 더 넒고 깊은 곳에서 마음껏 수영할 수 있으니 정말 좋았다. (다행히) 목튜브는 이제 두 아기에겐 작았다. 심지어 콩떡이네서 가져온 아기용 튜브는 자이언트 베이비 콩떡이 몸매에 꽉 꼈다. 할 수 없이 주로 아빠들의 손에 들려서 발을 구르거나 엄마들의 품에서 놀았다. 목튜브는 필요없었다.


두 가족의 물놀이
아빠 품에서 헤엄치는 양갱이


그런데.. 남편이 양갱이와 콩떡이가 좋아할 거라는 핑계로 조종기가 있는 상어 장난감을 사왔다. 플라스틱 덩어리다. 역시나 두 아이들은 관심 없고 두 아빠들만 재밌어라 한다. 게다가 이 상어는 조금이라도 거친 물살을 가르는 데는 소질이 없다.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목튜브도 겨우 타협해서 그나마 중고로 샀는데 플라스틱 상어라니.

플라스틱 상어


엇! 그러고보니 남편의 플라스틱 불감증을 탓하다보니 나의 고집으로 불편함을 감수한 콩떡이네를 놓쳤다. 나 때문에 햇반을 못 사고 쌀을 사서 밥 하기로 했는데 그 밥을 콩떡이 아빠가 했다. 내가 했어야 했다. 일회용 쓰기 싫어하는 내 의견을 받아주어 빌라에 있는 식기를 사용했다. 그 바람에 설거지 거리가 늘었다. 그 설거지도 콩떡이 아빠가 했다. 아무리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더라도 다른 이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것이 내 지론이다. 평소 생각과 달리 나의 환경 라이프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콩떡이 아빠의 노동으로 이어지니 미안하기 그지없다. 남편에게도 안 통해서 목튜브와 플라스틱 상어가 우리 집에서 굴러다니는데 남의 집 아빠가 나 때문에 쌀 씻고 설거지 하는 수고를 하다니!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플라스틱 상어 산 남편 탓하기 전에 나를 빨리 되돌아봤어야 했다.



콩떡이


콩떡이는 양갱이(8kg)보다 10주 늦게 태어났지만 이미 9kg가 넘고 한 번에 300도 먹는 자이언트 베이비다. 웃으면 마인부우다. 이제 막 뒤집기와 되집기로 데굴데굴 구른다. 구르는 모습을 보면 양갱이에 비해 힘이 좋은 것 같다. 특히, 내가 콩떡이 이뻐하는 걸 아는지 날 참 좋아한다.

양갱이와 콩떡이


물놀이


실은 부모들이 즐거운 휴가였다. 두 초보 부모들의 육아 수다는 끝이 없었다. 물놀이하다 마신 맥주, 불맛 낸 소고기, 숯불에 구운 장어와 전어, 2차로 먹은 골뱅이탕, 마지막 야식 라면밥. 먹는 음식마다 다 맛났다. 물놀이, 음식, 수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