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무엇일까? 보통은 배우의 명연기나 감정을 고조시키는 웅장한 배경 음악(Score)을 떠올리지. 하지만 나는 우리가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아주 사소한 소리들에 진짜 비밀이 숨어있다고 생각해. 영화의 현실감을 만드는 ‘폴리 사운드(Foley Sound)’ 말이야. 주인공의 발소리, 옷 스치는 소리, 찻잔 내려놓는 소리처럼 너무나 일상적인 그 소리들이 없다면 영화는 생생함을 잃고 그저 화면 위의 그림처럼 느껴질 거란다.
영화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처럼 애틋한 상상이 스쳐 지나갈 때나 ‘어벤져스’의 메인 테마처럼 모든 영웅이 집결하는 순간에 터져 나오는 웅장하고 화려한 멜로디를 떠올려보렴. 우리는 종종 그런 극적인 음악으로 영화 전체를 기억하곤 하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도 그와 같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 울려 퍼질 근사한 배경 음악만을 진짜 행복이라고 믿는 거지.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내 삶에도 그런 멋진 음악이 울려 퍼질 것이라 기대하며 지금 흐르는 수많은 소리를 그저 소음으로 여기며 흘려보내.
하지만 나는 진짜 행복이란 그 화려한 배경 음악이 아니라 우리 삶을 채우는 사소한 ‘폴리 사운드’에 더 가깝다고 믿는다. 매일 아침 너를 깨우는 알람 소리, 주방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달그락거리는 소리, 강아지가 발톱으로 이불을 긁는 소리, 가족 누군가가 현관문을 여닫는 소리.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가 한 번도 주목한 적 없는 바로 그 소리들 말이야.
나도 오랫동안 그 소리들의 가치를 몰랐단다. 오히려 조용한 아침을 방해하는 소음이라고 여길 때도 있었지. 그런데 언젠가 기족들이 여행을 가고 집이 며칠 텅 비었을 때 나는 그 적막함 속에서 깨달았어. 나를 귀찮게 하던 그 모든 소리들이 실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가장 따뜻한 증거였다는 걸. 빈집의 고요함은 평화가 아니라 텅 빈 무음(無音)에 가까웠지.
그 경험은 나에게 가르쳐주었어. 행복은 화려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배경 음악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사소한 ‘폴리 사운드’의 총합이라는 것을. 발소리, 웃음소리, 심지어는 다투는 소리까지도. 그 모든 것이 우리 삶이라는 영화를 채우는 생생한 현장음이었던 거야. 훌륭한 사운드 엔지니어는 웅장한 음악뿐만 아니라 배우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그래야만 관객이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네 삶의 사운드 엔지니어로서 극적인 배경 음악이 울려 퍼질 순간만을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지금 너의 귓가에 흐르는 이 평범하고 사랑스러운 소리들의 볼륨을 조금 더 높여보렴. 그것들이야말로 네가 지금 살아있음을 그리고 이미 충분히 행복한 장면 속에 머물고 있음을 알려주는 가장 정직한 사운드트랙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