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K손녀일기 11화

생선을 싫어하는 이유

오래도록 비릿한

by 일상세팅러



나는 생선이 싫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싫어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비린내 나고 자잘한 뼈를 발라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생선을 먹거리로서도 좋아하지 않지만 편식쟁이 초등학생 입맛인 내가 그 이유로 생선을 싫어한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 가지, 버섯, 당근 등등... 나의 초딩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들은 그저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만약 내가 먹지 않는 음식들을 모두 싫어한다면 나는 너무 많은 음식들을 척지고 살아야 할 테니까. 그러니 내가 생선을 척질 만큼 싫어하는 건 단순히 음식으로서의 불호가 아니다.

생선은 내가 아무리 밀어내도 계속 식탁 위에 올라오고 권해진다. 여기서 '생선'은 구이나 조림뿐만 아니라 국과 회도 말한다. 그렇다. 우리 집은 다양한 생선을 다양하게 먹는다. 나는 생선을 싫어하지만 나의 조부모님은 해산물을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특히 바닷가가 고향인 할머니가 생선을 좋아하셔서 우리 집 식탁의 메인 반찬은 거의 항상 생선이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계속 식탁에서 마주하는 것도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은 음식을 계속 권유당하면 짜증이 난다. 한두 번이 아니라 10년이 넘게. 밥 위에 불쑥 올라오는 하얀 생선살이 그렇게 싫었다. 아나고(붕장어)를 사 오면 나를 불러 먹어보라고 하는 말이 정말 싫었다. 장어국을 끓이기 위해 장어를 가는 소리가 나면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 엄마가 하루 종일 주방에 붙잡혀 끓인 솥처럼 큰 냄비에서 나는 장어국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면 집을 나가버리고 싶었다. 수년을 먹기 싫다고, 장어국을 안 좋아한다고 했지만 매번 한 번 먹어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짜증이 솟구쳤다.


나에게 생선은 나의 취향과 생각이 존중받지 못하는 우리 집의 분위기 그 자체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위주의 질서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소외감은 쉽사리 빠지지 않는 생선 냄새처럼 지독했다. 어릴 적에는 순수하게 생선이 맛이 없어서 먹지 않았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맛과 상관없이 무조건 생선을 거부했다. 생선을 먹지 않는 건 나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집안의 질서를 거부하는 일종의 반항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어떤 이유로 생선 반찬과 국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지 못하신다. 이건 조부모님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집안 가득 풍기는 생선 냄새와 주기적으로 들리는 장어 가는 소리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그것들이 어떻게 이 집안에서 나를 무력한 존재로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수평적인 존중이 없는 가족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어른들을 보면 그들과 나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음을 느낀다.


강을 건널 수 없다고 느낀다는 건 정말 이제 집을 나갈 정서적 준비를 마쳤다는 것일까? 어쩌면 진작에 있어야 할 분리였을까? 무엇을 이해해야 할 지조차 모르는 조부모님과 이제 억지로 우리 가족의 질서를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나는 오늘도 같은 공간 속에서 서로에게서 저 멀리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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