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양b Oct 28. 2022

청소란 무엇인가

나름의 청소를 하고 있단 말입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잔소리 듣기를 극히 싫어하는 편이라 이제는 상대방이 폭발하기 전에 눈치를 채고 어느 정도는 맞춰서 집안일을 하는 편이다. 명확히 나누지는 않았지만 나는 주로 설거지와 집안 정리를, 남편은 바닥 걸레질과 화장실 청소, 쓰레기 버리기를 담당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이지만 나는 육아를 사유로 단축근무를 하고 있어 아이에 관한 일은 주로 내가 맡아서 하고 있다.



육아도 예전보다 수월해졌고, 조화롭게 분업을 이루며 잘 지내다가도 가끔은 서로가 폭발하는 때가 있다.


"식탁 위에 쓰레기 좀 올려놓지 말라고~"

"자기가 그러니까 나도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나는 맨날 애랑 있는 거 몰라? 여유 있는 사람이 좀 정리하면 되지!"

"자기는 이사 와서 바닥 걸레질을 해본 적이 있어? 엊그제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한 거 알고는 있어?"

"자기만 청소하는 줄 알아. 애기 장난감 정리는 내가 다 하잖아. 한 번씩 집안 물건 다 꺼내서 버리고 정리하는 것도 내가 다 하고!!"







청소에 대한 동상이몽

몇 번의 다툼 끝에 우리는 각자가 생각하는 청소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청소를 했다고 하는데 안 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남편이 생각하는 청소란 쓸고 닦는 것, 나는 정리하는 것을 청소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청소에는 두 가지가 다 포함되겠지만 내가 청소한 집을 남편이 볼 때는 '바닥이 더러운데 무슨 청소를 했다는 거지?'라고 생각했고, 나 역시도 남편이 하는 청소는 '물건 정리가 하나도 안 됐는데 뭘 했다는 거지?' 싶었던 것이다.




청소의 의미

이쯤에서 국어사전에 청소라는 단어를 찾아보자면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정리라는 개념보다는 쓸고 닦는다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나오니 남편의 생각이 더 청소에 가까운 건가 싶기도 하다. 이미지 검색을 위해 사이트 검색창에 cleaning이라고 입력하니 다 쓸고 닦는 사진만 나와서 2차로 당황하기도 했다.(내편은 없구나)


쓸고 닦는 일이나 물건을 정리하는 일 모두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지만 해도 크게 티가 나지 않고 잠시 방심하면 도루묵이 되어버리니 신나게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5세 아이가 있는 우리 집에서는 아이가 깨는 순간 다시 청소 전으로 돌아가곤 하니까 말이다. 인간의 털이란 또 왜 이렇게 많이 빠지는지..


그래도 집안일에 능통한 남편이라 내가 가끔 쓸고 닦는 청소를 하고 나면 바로 알아차리고 칭찬을 해주니 그 점은 고마운 일이다. 반대로 나는 남편이 화장실 청소를 했는데도 몰라봐서 남편이 서운해하고는 했다. 글을 쓰다 보니 억울한 마음은 수그러들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걸 보니 글쓰기는 감정을 청소하는 작업인가 보다.




청소는 꼭 필요한 일

아직 즐기면서 하지는 못해도 머릿속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든, 사는 공간을 정돈하는 일이든 꼭 필요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당신이 사는 방이, 당신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청소력'이라는 책의 일부를 인용해 보면, 방안이 뒤죽박죽 지저분한 집은 어머니가 아이 교육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고 있었고, 부부사이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의 부부 싸움이 일어나는 시기는 대부분 집안 꼴이 더러울 때였다.


당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주위를 행복하게 하십시오.
주위가 행복하면, 당신도 행복하게 됩니다.

나의 행복 그리고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청소의 정의가 무엇인가와 상관없이) 쓸고 닦고 정리하는, 집을 청소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도록 하자.

이전 09화 시누예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