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양b Oct 27. 2024

부부가 함께하는 취미를 갖는다는 것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몇 년 전 남편이 처음 필드에 나간 날 (미안해서인 건지) 이런 카톡을 보냈다. 


여기 너무 좋다. 나중에 자기랑 조이도 배워서 꼭 같이 오자


맛있는 거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은 사랑하는 거라던데 좋은 곳에 가서 우리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참 고마웠다.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였으니 나는 새로운 운동을 배울 엄두도 내지 못했고 동안 그의 말은 허울뿐인 약속이었다. 업무적으로도 필요해서 시작했지만 그새 골프 친구들도 많이 생긴 남편은 골프라는 취미를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여기며 그날의 약속은 잊은 듯했다.


그런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


복직을 하고 나니 나의 역할을 더해졌고, 일과 육아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풀어야 했던 나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골프레슨을 받았다. 주말이면 아이와 남편과 함께 연습장에 가서 교대로 아이를 보며 연습을 했다.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냥 좋은 아이에게는 골프연습장도 놀이터다. 퍼터연습장에서는 엄마아빠를 따라서 아이도 곧잘 공을 넣고는 한다. 가족 나들이로 쇼핑몰에 가면 골프존 마켓은 남편의 코너였는데 이제는 나도 흥미 있게 구경하는 것을 보고 남편은 미소를 짓는다. 주말엔 LPGA를 보면서 '이걸 자기랑 같이 보다니'하며 신기해한다. 결혼 전 테니스라는 취미를 함께한 우리에게 정말 오랜만에 육아 외에 공통의 관심사가 생긴 것이다.


드디어 남편과 같이 필드에 나가기로 한 그날.

혼자서라면 내 눈치를 보며 집에서 일찍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나랑 함께 가려니 멤버도 맞춰야 하고 아이 하원도 부탁드려야 하고 비용까지 부담스러운지라 어깨가 무거웠을 텐데 드디어 약속을 지켰다. 아이 하원도 남편이 직접 시부모님께 부탁드렸다. (육아는 주로 친정에서 도와주셨는데 이 또한 변화한 부분이다)


남들 다 하는 골프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부부에게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고, 그 도전에 성공했다.(싸우지 않고 돌아왔다)


부부가 같이 운동을 하면 많이 싸운다고들 해서 걱정도 했다. 결전의 날, 휴가를 내고 같이 아이 등원을 시키고 골프장으로 출발하는데 둘이서 하는 드라이브가 얼마만인지 가는 길 내내 여행 가듯 설레었다. 동반자들의 배려 덕에 라운드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고 돌아오는 길은 아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기뻐서 설렜다. 좋아하는 일로 나를 가득 채우고 나니 남편과 아이, 그리고 시부모님께 감사함이 샘솟았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영역을 넓히는 확실한 지름길이다. 그 취미가 운동이라면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1석2조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고 하는데 아이의 행복을 위해선 엄마아빠 모두의 행복과 건강 또한 중요하다. 


건강한 가정은 아이가 아닌 부부가 중심이고, 부부 관계가 견고하면 아이는 저절로 안정감 있게 성장한다고 한다. 부모가 같은 운동을 하며 취미를 즐기는 모습은 부부관계에도 좋지만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교육비만큼 부부의 취미생활비용도 생활비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테니스장이나 골프연습장을 놀이터처럼 데리고 다녀서인지 아이는 따로 배운 적도 없는데 스윙자세를 곧잘 흉내 내고는 한다. 엄마아빠랑 함께 운동하는 날을 기대하는 아이를 보면 흐뭇해진다. 



아직 어리지만 우리 부부 못지않게 자기주장이 확실한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아이의 미래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그 아이도 하나의 개인이며 인격체라는 걸 항상 상기하려고 한다. 나하나 조차도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은데 자식은 더욱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아이 또한 우리의 동반자로 또 다른 인격체 그녀의 의견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려고 한다.

다른 부모처럼 아이 위주의 생활을 하고 마냥 희생적이지만은 않은 부모를 가진 우리 아이가 나중에 원망을 할지 인정을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인생은 독고다이다. 효리언니의 말처럼 마음 가는 대로 살기를 바란다. 자신의 길을 가다가 넘어져서 잠시 쉬고 싶을 땐 우리와 함께 운동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와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아직 많이 미흡하고 매일 반성하고 배우는 부모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될놈될이라는 자뻑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부부가 따로 또 함께 취미를 즐기며 각자의 일과 인생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도 본인의 삶을 사랑하기를,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게 우리 부부가 바라는 우리 가족의 미래이다.

이전 13화 남편은 우리 아빠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