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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짱상 Sep 02. 2024

가족이 함께 즐기는 주말 파3 골프장에서

일본에서 4년, 4계절 3인 가족의 세번째 가을 이야기


엄마

일본에서 가장 꾸준히 했던 운동은 골프였습니다. 아무 말 대잔치처럼 저는 일본에서 골프 라운딩 100번을 하겠다고 선언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고 어이없는 도전 목표였지만, 엄마의 한다면 하는 정신력과 실행력으로 정말 잔디를 100번 밟았습니다. 주로 친구들과 가성비 좋은 새벽 골프를 다녔지만, 우리 가족도 적지 않게 기여했습니다. 가족과는 주말에 도쿄 근교의 파3 쇼트 코스를 위주로 점심 먹으러 외출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나섰습니다. 그런데 정말 너무 부담 없이 다녔는지, 슬프게도 여전히 저는 백순이네요.


아빠

일본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골프를 시작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인프라적인 제약과 시간, 비용 등의 문제로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운동이지만, 일본에서는 골프가 대중화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가 수월합니다. 골프 스쿨에 등록한 엄마와 아들은 일본인 골프 선생님(원래는 레슬링을 하다가 골프로 전향한 티칭 프로, 우리는 그를 모두 ‘레슬러’라고 불렀습니다)에게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웠습니다.


여유가 되는 주말, 청명한 가을 날씨에 우리 가족은 인근 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딩을 즐겼습니다. 잘 가르쳐주고 싶었던 마음에 은성이에게 “이렇게 쳐라, 저렇게 쳐라”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곤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는지 연습장에서보다 더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은성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골프 스코어를 잘 내기 위해 간 것이 아니었는데, 취미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했는데 말이죠. 제 욕심이 과했던 걸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칭찬과 응원으로 지지해주니, 은성이가 곧잘 해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들

가족들이랑 골프를 종종 갔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하다보니깐 골프 이야기만 나오면 바로 가자고 하는 지경까지 이르었습니다. 매번 골프를 칠 때마다 아빠의 원포인트 레슨이 저를 괴롭혔지만 사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제는 그때 아빠에게 짜증을 내던 것이 아빠를 슬프게 만들었다는 걸 깨닫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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