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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ne Chaehee Kim Jun 17. 2021

우리 아이가 모의유엔 MUN을 경험하게 해주자

· 모의유엔은 오케스트라와 같은 종합예술이다 


저는 모의유엔을 '기승전결'이 뚜렷한 완전체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장기적인 이슈 중 하나인 코로나19에 대해 생각해 볼게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침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의제에 대해 모의유엔 총회를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주제를 위해서 우리 아이가 준비해야 할 일을 정리하면,

1. 일단 세계 각국의 경기침체 현황을 조사하고

2.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별 정부 정책이나 시장경제체제에서 주요 기관의 정책 등을 조사합니다.

3. 특히, 의제에 대해 잘하고 있는 나라의 사례와 실패한 나라의 사례를 찾아보고 비교 분석하는 접근을 한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의제와 관련한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에는,

4. 경기침체의 원인이 무엇일까 깊이 있게 근원을 파고드는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침체의 원인을 공장/회사 폐쇄(셧다운;SHUT-DOWN)이라고 정의했다면, 셧다운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직원들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해 전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장/회사가 폐쇄되었을 수도 있고, 시장기능이 상실되어 시장 수요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에 공장/회사를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시장기능이 상실된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전염병 공포 또는 실업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소비가 급감하여 시장 가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경기침체의 본원적인 원인을 분석했다고 봅시다.


5. 그렇다면,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원인을 해결한다는 것은 그 원인을 없애주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얼어붙은 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1) 소비심리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2) 또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은 부국과 빈국 간에 격차가 극심하기 때문에, 빈국의 부국에 대한 채무 상환 조건을 완화하여 이율을 대폭 낮춰주는 비상정책도 유효할 것입니다.

3) 마지막으로 UN 산하 여러 국제기구에서 펀드를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좀 더 주도적으로 세계 각국의 경제 활성화를 돕는 국제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중단기적인 경제부양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미국의 대사가 되어 모의유엔에 참가했다고 가정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6. 해당 의제와 관련된 미국의 주요 정책들과 성공/실패 사례, 그리고 역사/문화적 배경까지 탐색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7. 미국과 같은 주장을 펼칠 나라들의 정책과 효과, 역사/문화적 배경, 그리고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할 나라-예를 들면 중국-의 현재 코로나19 상황, 문제점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즉, 단순히 세계 이슈를 파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꽤 깊이 있게 세부 정책들과 세계사, 그리고 현재 흐름까지 공부해야 모의유엔을 잘할 수 있습니다.


8. 위에서 제시해드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세 가지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각 국의 대사들이 제시한 수많은 해결방안들에 대해 갑론을박의 디베이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내가 맡은 나라에게 유리한 정책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내 논리가 잘 갖추어지고 근거가 타당해야 합니다.

9. 또한, 내가 맡은 국가와 유사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국가와 연합관계를 맺음으로써, 내가 주장하는 해결 방안이 힘을 얻어 채택될 수 있도록  로비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뜻을 같이 하는 대사들은 정책들을 구체화시켜 입안화를 위한 준비 합니다.

10. 각국 대표들의 투표와 위원회의 최종 승인 과정을 통해 최종 결의안에 포함될 항목들이 결정되면 결의문을 작성하고 공표함으로써 총회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 모의유엔을 통해 개발되는 능력과 역량


지금까지 모의유엔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 우리 아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간단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저희 아이는 모의유엔에 참가하면서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며칠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하면서 결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작업을 했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팀워크를 통해 정책들을 구체화시키고 보완하는 작업을 할 때가 가장 의미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이렇게 진행되는 모의유엔에 참가하기 위해 과연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이 질문은 곧, 우리 아이가 모의유엔을 하면서 어떤 역량을 키울 수 있는가와 같은 맥락의 질문이라는 것을 눈치채셨죠?

모의유엔을 잘하기 위해서는 비단 영어 실력뿐 아니라 많은 지식을 얻고 종합하여 이를 응용하는 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합의를 이끌어가는 팀워크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전략적인 사고 역량, 분석 역량, 문제 해결 역량, 협력,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까지, 고차원적이고 중요한 역량들이 필요하고 길러질 수 있습니다. 또한 공식적인 세계 회의에 참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언하는 매너나 표현 방식, 관계를 맺는 방식에 있어서 매우 신사적이고 공식화된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디에 가서 이런 훌륭한 역량을 기르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을까요?

해외로 유학을 가면 모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모의유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대회나 동아리 활동으로 충분히 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의유엔에 참가하겠다는 의지와 관심, 그리고 세계적인 정세나 이슈에 대해 끊임없이 눈과 귀를 열어놓는 자세이겠지요.


제가 왜 모의유엔이 오케스트라와 같은 종합예술이라고 했는지 이제 이해가 가시죠?

아이가 참가한 위원회 내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 해결이 잘 되지 않는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모두 다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협력할 때 결의문이라는 멋진 연주곡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모의유엔은 주제가 일단 어렵습니다. 디베이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까지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엄마 아빠가 하더라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단 디베이트에서 논의될 내용-각국의 정책들, 각종 사례들-에 포함된 어려운 전문 용어들을 공부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대표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나 전문 용어가 섞인 디베이트의 흐름을 따라가려면 관련된 용어들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모의유엔(대회)에 참가했을 때 제대로 발언하기 위해서는 관련 의제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관련 영상이나 기사들, UN 보고서를 찾아서 내용을 숙지하고 공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참가국들 간의 외교관계와 역사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침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사례를 통해 하나의 의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말씀드렸는데, 이는 앞 장에서 보여드린 <도표. 모의유엔 준비 및 진행 과정 요약>에서 3번. 의제 조사부터 6번. 결의문 작성까지의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린 것입니다.

다음 도표에서 우리 아이가 준비해야 할 내용을 다시 정리해드립니다.  


도표. 모의유엔을 위해 해야 할 일


우리 아이가 세상에 나가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작든 크든 문제들이 산재하게 됩니다. 비단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학교생활에서도 문제들은 생기게 마련이고, 특히 우리 아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초등학교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아이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답니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여러 대안들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 아이에게 이미 문제 해결 능력이 장착되어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있어도 잘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모범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의.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모의유엔은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 한 나라의 대표로서 토론에 참여하기 때문에, 예의 바르게 주장을 펼치고 설득하는 고차원적인 방법까지 체득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스스로 학습해서 토론을 거쳐 얻은 지식은 책상 앞에 앉아서 파악한 지식수준과 과연 같을까요?

게다가, 오프닝 스피치와 디베이트를 통해 발표력, 논리 전개력이 계발될 뿐 아니라, 로비 과정에서 아이의 성격도 매우 적극적으로 바뀌며 설득의 기술 또한 일취월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모의유엔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영어실력일까요?
아닙니다. 아이의 깊고 넓은 지식과 관련 정책에 대한 이해, 이를 현실에 응용하는 역량, 문제 해결 역량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실제로 모의유엔 대회에 많은 국제학교 아이들이 참석하지만, 준비를 안 해 가면 오히려 한국의 일반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보다 발언을 잘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우리 아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천천히 말하면서 영어실력을 늘리면 됩니다. 아이의 언어능력보다 전략적 관점과 정책 입안 및 근거를 대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저는 모의유엔이야말로 가장 완성된 형태의 "리더 만들기"를 위한 종합예술 프로젝트라고 평가합니다.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 아이가 모의유엔에 꼭 참여하게 해 주세요. 모의유엔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면 부담 없이 맛보기에 좋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은 뒤 모의유엔 대회에 나가서 집중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면 준비할 것도 많고 어려움도 크지만 그만큼 실력이 많이 늘고 얻는 것이 많아지게 됩니다.

모의유엔 참가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면, UN총회 영상을 시청하면서 논의되는 내용을 배우고 상상해 보는 간접 경험이라도 해보도록 추천합니다. 또한, 매년 발간되는 UN 리포트를 보면 아이의 시야 확대와 영어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잠시 중단된 모의유엔 대회들도 있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대회도 꽤 있으니 큰 부담 없이 한 번 참가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모의유엔 대회의 주제를 보시고 아이가 할 만한, 마음에 드는 주제를 찾아보고, 대회의 성격을 고려하여 아이와 잘 맞을만한 대회를 골라 참가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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