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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Oct 03. 2020

프리랜서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프리랜서로 오래 살아남기



그래도 제법 버틸만합니다

프리랜서 초창기 때는 주변 지인, 친구들, 전 직장 동료들에게서 프리랜서 생활은 좋냐, 할 만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실질적인 벌이는 괜찮냐부터 시간이 자유로워서 좋겠다, 직장인의 틀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서 좋겠다 등 약간의 부러움과 약간의 궁금증이 섞인 말들이었다. 질문을 하는 사람들 중엔 나와 같은 프리랜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가는 말속엔 대부분 ‘어딘가에 메여있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부러워하는 듯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의 답변은 항상 같았다. ‘반반이다’. 무슨 양념 반 후라이드 반도 아니고. 좋기도 한데 힘들기도 한. 나는 항상 프리랜서가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이 편하고 좋지만, 그 좋음 이상으로 가져야 하는 불안감에 대한 열변을 토해냈다. 사실 이렇게 확신이 없어서 프리랜서를 왜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조금은 불안했다.


그렇게 확신도 없이 일단 ‘3년만 버텨보자’며 시작했던 나의 프리랜서 생활이 이제 2달 뒤면 6년 차에 접어든다. 이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매일같이 조마조마하며 보냈던 시간들을 쌓아나가다 보니 어느새 벌써 5년이 훌~쩍.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이 험한(?) 프리랜서 생태계에서 여태껏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포기하지 않아서.

아직 프리랜서가 직장인보다 좋다고 단번에 말할 수 있을 만큼의 경지에 오르진 않았지만, 만약 누군가 나에게 프리랜서 디자이너 생활은 할 만하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이제는 확신 없는 ‘반반이다’라는 말 대신 ‘그래도 제법 버틸만하다’고 답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보낸 시간 덕분에 나에겐 내공이 쌓였다.


사실 내공은 쬐끔 쌓였어요.




 

프리랜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많이들 궁금해하는 그것, 프리랜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프리랜서 생활은 정말 환상 속의 직업일까? 혹은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해 너무나도 괴롭고 힘든 직업일까? 이전엔 ‘반반 스킬’을 내세우며 주관 없이 흐지부지하게 꺼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프리랜서’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돈과 시간에 대한 장단점을 살펴보자.

장점 1. 프리랜서는 직장인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그렇다. 연봉으로 생각해보면 절대 회사생활만으로 벌 수 없는 금액이다. 매월 들어오는 수입을 기록하고 매년 마지막 달에 일 년 치를 정산해보는데, 그동안의 5년을 보면 매년 꾸준히 수익이 올랐다. 물론 소위 말하는 성공적인 취업(?)을 했었다면 꽤 괜찮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 디자이너가 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취업엔 애당초 성공하지 못했으니까. (아니면 내 월급이 적었거나ㅠㅠ)

늘 애매한 포지션에 열악한 처우의 회사만 다녔던 내겐 프리랜서가 고수익 창출의 기회였다. 내 수준에 갈 수 있는 회사에서 뼈를 묻어가며 일을 해가며 겨우 겨우 직급을 올려야 받을까 말까 한 정도의 월급 정도.. 를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벌었다. 아무래도 회사로 돌아가면 이런 금액은 절대로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단점 1.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 버는 만큼 일을 한다는 .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한 만큼 벌고, 버는 만큼 일을 한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솔직히 직장인일 땐 대충 해도 월급은 나온다는 느슨한 마음이 있었다. 프리랜서는 대부분 고정 수익이 아닌 단발성 수익으로 이루어진다. 아무리 한 건에 직장인 월급 이상에 달하는 금액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그 한 번이 끝일 수도 있다는 것.

이렇게 불규칙한 수익이 계속되면 불안감은 극에 달하는데, 이를 어떻게든 탈피하기 위해 온갖 일을 찾아서 하게 된다. 나에게 프리랜서 생활의 가장 큰 단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이 불안감이다. 이번 달엔 어찌어찌 일이 들어왔는데, 다음 달엔 안 들어오면 어쩌지, 이러다 영영 일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그래서 이 일 저 일 다 받아서 하다 보면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힘겹게 저글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장점 2. 시간과 장소, 사람으로부터 자유롭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꼬박 8시간을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직장인과 달리 프리랜서는 그 시간과 장소를 지킬 필요가 없다. 오전에 바짝 일하면 오후엔 쉴 수도 있으며, 낮에 카페에 나가서 일하다가 집에 들어와서 잔업을 이어가도 상관없다. 스스로 탄력근무를 하면 하루에 4시간 만에 일을 마칠 수도 있다는 건 아주 큰 장점이다.

또 사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건, 눈치를 봐야 하는 동료 혹은 상사가 없다는 것. 관계로 인해 회사생활이 힘든 직장인에겐 더없이 좋은 매리트가 아닐 수 없다. 모든 관계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때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관계들로부터 벗어나면,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사소하게 딴지 거는 사람이 없으니,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일도 더 즐겁다.

단점 2. 소속되지 않아 자유로운 대신, 공허함이 찾아왔다.
자유로운 건 장점이 되지만, 자유로워서 소속감이 없어지는 건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니 가끔 홀로 힘겹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 자신이 가여워 보일 때가 있다. 의지할 곳이 없으니 혼자 버티다 지칠 때가 있다.

혼자 일하는 게 이제는 익숙한 편이긴 하지만, 가끔 주어진 여러 개의 일들을 동시에 해내다 보면 공허할 때가 있다. 뭔가 같이 일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물론 남편이 옆에서 늘 응원해주긴 하지만 같은 소속(?)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소속감이 없어서 자유로운 프리랜서지만, 때로는 옆에서 함께 응원해줄 동료가 필요함을 느낀다.


종종 찾아오는 공허함은 프리랜서 생활을 힘들게 한다.





프리랜서로 오래 살아남기

결국 프리랜서의 장단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일을 엄청나게 한다는 단점이 되기도 하고, 시간과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소속감이 없어져 외롭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장점이 단점으로 연결되고 또 단점이 장점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게 프리랜서 생활이다. 이런 장단점 사이의 밸런스를 잘 맞춰나가면, 프리랜서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불안감과 공허함은 프리랜서라면 어쩔 수 없이 가질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지만 나는 되도록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서로 장단점이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이 감정을 지속하게 되면 나중엔 장점마저 단점으로 끌려가게 되더라. 갖고 있어 봐야 아무 소용없는 감정이다.

프리랜서의 창창한 미래를 내다보는 초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지속하기 위한 방법은 안다. 당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나는 클라이언트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응해주는 것. 뻔한 말이지만 오늘의 최선이 내일의 행복이 될 거라 믿는다.


이 마음가짐으로 앞으로의 5년도 쭉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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