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씨 Jul 25. 2023

1인분에 대하여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의 몫

채널톡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온보딩 진행 중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던지게 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팀에 기여할 수 있죠? 빨리 저도 제 몫을 하고 싶어요"


나 역시 이 물음으로 가득했던 때가 지금도 또렷하다. 대략 1.5개월 - 2개월 정도 시점이었지. 시도하려고 하는 것마다 번번히 거절(?) 당하며 알 수 없는 좌절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몇 개월 일찍 합류한 동료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조급함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일도 잦았다. 한 때는 나도 팀을 리딩하며 영향력을 미치던 사람이었는데,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사소한 도움을 받아야 하나 막막하고 답답했다. 


긴 이야기를 줄여보자면, 안타깝게도 이 질문은 핏테스트와 온보딩이 끝났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변화가 있다면 스스로 투명하게 강점과 약점을 내놓는 일에 익숙해졌다. 결국 몫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필수요소는 솔직함과 시간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뿐이다.




1인분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직에서 원하는 역량을 완벽하게 갖추고 합류했어도 처음부터 1인분이 될 수는 없다. 프로젝트 하나를 근사하게 완료했다고 갑자기 한몫 하는 사람이 되지도 못한다. 모두가 기다리던 단 한 사람이 나였다고 해도, Day 1부터 혹은 첫 주부터 흔들림 없는 1인분을 채우기란 불가능하다.


1인분이란, 내 동료가 나를 믿는 분량이다.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내가 잘 하고 있으리라는 안정감, 어떤 일 만큼은 나에게 맡기면 염려할 필요 없다는 확신, 그런 것들이 동료들에게 완전하게 자리잡았을 때 비로소 나의 1인분이 완성된다. 


작은 역할인가 큰 역할인가 하는 것은 나중이다. 모두를 놀라게 만들며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온갖 사건사고를 겪고 진흙탕을 뒹굴고 난 후에도 털고 일어나 걷던 길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태도와 의지야말로 함께 난관을 헤쳐나가는 동료들에게 힘이 된다.


대부분의 실망은 기대치가 어긋났을 때 찾아온다. 실패에 대해 순간 감정이 솟구치는 이유도 결과물 자체보다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져서다. 한 팀이라면, 성공과 실패를 같이 겪고 실망과 회복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서로에게 맞는 소통 방식도 발견한다. 1인분의 견고함은 바로 이러한 시간의 크기에 비례할 수 밖에 없다.


1인분을 해내는 사람은 매니저나 동료들이 쫓아다니지 않는다. 스스로 업무 경과와 상태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기 때문이다. 팀에서 나에 대한 가시성을 가지게 만드는 것, 그리고 예상치가 꾸준히 천천히 우상향하는 것, 그게 1인분의 핵심이자 목표이고 실천의 결과물이다.


내가 온전히 믿고 있는 나의 동료들과 리더들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그들에게 나는 그만큼 믿을만한 사람일까? 나는 어떻게 그들을 신뢰하게 되었고, 그들은 어떻게 나에게 위임하고 새로운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1인분을 해내고 있는가? 꾸준히 천천히 우상향 하려면 지금 어떤 초석을 쌓아야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리포팅과 피드백을 대하는 자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