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살아가는 그대에게, 묵묵한 응원을 보낸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습니다. 온도가 영하의 온도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른 아침에 쨍한 하늘이 반가웠다가도, 문밖을 열자 들이차는 찬 공기에 오늘 재택이 없는 외국계 회사를 다닌다는 점에 입이 바짝 앞으로 나왔다가 추워서 도로 들어갑니다. 불평할 것도 없습니다. 버스정류장 앞에 가지런히 모아진 눈이 한켠으로 치워져 있습니다. 정류장 앞 편의점 사장님은 벌써 새벽에 일어나 눈을 치우신 모양입니다. 추운 날씨에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알람을 몇 번이나 끈 뒤에야 일어나는 게으른 저는 불평할 것도 없습니다. 묵묵하게 하루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지요.
"세상은 묵묵한 당신들로 이루어져 있다"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면서 펼쳐진 풍경은 저에겐 아침 명상만큼이나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이 추운 날씨에도 묵묵히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출근 시간은 활기차게 붐볐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출근했던 김대리도, 귀돌이로 김 서린 안경을 추키며 출근한 부장님도, 밤샘 작업에도 굴하지 않고 클라이언트 미팅을 하러 가는 강 프로도, 새벽배송을 빠짐없이 전달하시는 택배기사님도, 언른 어린이집에 아이들 등교시키고 출근해야 하는 박 과장도, 취업을 목표로 도서관을 향하는 대학생도, 수험 준비로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고3 학생도, 그리고 오늘 하루 묵묵히 하루를 보냈던 익명의 당신도. 오늘 모두 저에게 스승이었습니다.
꼭 날씨가 중요한 건 아니지요. 더우나 추우나, 기쁘나 슬프나,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내가 맡은 자리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 때문에, 목표하는 바 때문에, 혹은 어떤 책임감 때문에, 혹은 그냥 매일의 습관이라서. 오늘 하루도 묵묵히 나만의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 알지 못한 모든 얼굴이 저에겐 오늘 깨우침이었습니다. 세상은 걸핏 화려한 것들로 가득하고, 그것들이 돋보이는 것 같지만 결국 묵묵한, 무수한 당신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외침이었습니다.
묵묵히 하루를 보내는 여러분에게, 그리고 묵묵히 오늘도 하기 싫지만, 귀찮은 일도 있지만, 그만두고 싶지만 오늘도 하루도 내가 원하는 소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나와 우리 모두에게, 저는 묵묵한 응원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응원은 묵묵하게 지금을 견디는 당신에게도 닿길 바랍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오늘 하루를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남들은 앞서 가는데 나는 머물러 있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암막이 드리운 방 안에서 어디선가 홀로 눈물을 삼킬 당신에게, 실패라는 말이 두려워 시도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는 당신에게, 그 모든 걸 견디는 것조차 묵묵히 해내고 있는 당신에게, 저는 묵묵한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 자체로 묵묵히 자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응원하며 나도 응원받고 있습니다"
이토록 묵묵히 여러분을 응원하다 보면, 저에게도 응원이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했나요. 간절히 바라고,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실제로 그 일이 벌어진다고요. 출근길에 만난 익명의 여러분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이유는, 실제로 내가 보낸 응원은 저에게도 돌아온다는 겁니다.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했던 심리학 박사 서은국 박사는 이야기했습니다. 남을 바라보는 뇌의 영역과 나를 바라보는 뇌의 영역은 거의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남을 비하하고 깎아내린다면 나를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과 같은 뇌의 작용이라는 겁니다. 만약 내가 근육이라면 같은 근육을 쓴다는 거겠죠. 남을 욕할 때도 나를 욕할 때도. 거꾸로 말하면, 남을 응원할 때도, 나를 응원할 때도. 같은 근육이라는 겁니다.
저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화장실에 숨어 혼자 울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가 저를 지탱해 준 건
화려한 칭찬보다는 묵묵한 응원들이었습니다. 함께 밥을 먹어주거나, 커피 한잔을 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준다거나, 그저 별말 없이 어깨를 쓰다듬어준다거나. 모든 묵묵한 응원이 저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그들에게서 온 응원은 저의 힘이 되었고, 힘든 일에도 때론 휘어짐으로 때론 새로운 방향을 향해 뻗어나갈 힘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제가 여러분을 응원하는 것은 곧 나를 응원하는 겁니다. 오늘 아침 버스 풍경으로 만난 여러분을 응원하는 일이, 곧 저의 하루를 응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화려하게 충만할 필요 없습니다. 묵묵하게 채워나갑시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저의 가르침이 되었던 여러분에게, 저의 응원이 되었던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화려하게 충만해질 필요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잘 해냈던 것처럼 묵묵하게 나를 채워가면 된다. 그리고 혹여 스스로를 원망하고 있을지 모르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나를 먼저 사랑해야, 같은 근육으로 남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앉아 있다고, 앉아 있는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스스로를 응원합시다. 최선을 다해 응원합시다.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부족함을 아는 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 오늘은 응원하고 내일은 채워나가면 됩니다. 부족함을 채워가는 성실함을 응원합니다. 오늘 하루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많이 뛰면 내일은 힘에 부쳐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
잘된다고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겸손함을 응원합니다. 오늘의 뜀을 내일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독일 시간도 갇길 바랍니다.
"묵묵함만이 찬미받을 수 있는 생의 달큼함"
출근을 완료하고, 커피를 내립니다. 묵묵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바라봅니다. 어쩌면 저에게 묵묵함은 이 손에 들려 있는 커피는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합니다. 스무 살이 되어 대학생이 된 후로 하루에 마신 커피를 모두 모으면 모두 몇 잔일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모르긴 몰라도 차 한 대는 뽑고도 남지 않았을까요. 커피를 들고 돌아보며 커피는 어른들이나 마시는 거라던 엄마의 말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어른이 되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갑자기 어른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거나,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렸다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임을 알지 못할 만큼 천천히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우린 키만 자라지 않을 뿐 천천히 자라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묵묵하게 하루하루 성장했던 우리의 성장판처럼, 지금 우리의 하루도 그럴 거라고 믿어봅니다. 묵묵함만이 찬미받을 수 있는 생의 달큼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묵묵한 달큼함의 씁쓸한 커피가 균형을 맞춰주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어디선가 커피 한잔으로
묵묵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 당신에게,
묵묵한 응원을 보냅니다.
당신은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잘 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