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랑 Oct 16. 2023

프랑스 치유 일기 Prologue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프랑스 파리 1년 6개월

Prologue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또 다른 불완전한 인간을 낳기에. 그리고 그 존재는 결함이 있는 인간에 의해 오류투성이인 세상 속에서 길러진다.

이렇게 자란 인간에게 어찌 결핍이 없을 수 있겠는가.

결핍은 동기를 만들고 동기는 선택과 행동을 끌어낸다. 다른 종류와 성질의 결핍을 가진 인간들은 그래서 저마다 다른 선택과 행동을 통해 가지각색의 다양한 인생을 만들어 간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 시기에 프랑스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내적 동기는 나만의 그 결핍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2018년 가을부터 2020년 봄까지 1년 6개월 동안 머물며 보고, 경험하고, 깨닫고, 느낀 이야기뿐 아니라 나만의 결핍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며 찾아가는 현재 2023년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파리에서 기록한 글은 그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시점과 시제를 그대로 두었다.


육아 또한 나의 결핍에서 출발했다.

유년기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한 강박적 발버둥이었기에 아이들에게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핍의 근원을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파리살이를 기점으로 내 안에 나를 간절히 기다리는 어린 나와 조우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가능한 피하고 싶고, 숨기고 싶고, 누르고 싶은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다만, 결핍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로 인해 겪었던 뼈아픈 통증을 보듬어 주는 과정을 반복하며 진정한 나를 알아갈 수 있었고, 이 여정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랐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사라지거나, 상처가 완전히 아물거나, 치유되진 않았지만 나를 더 잘 알게 되니 자유가 찾아왔다. 생 앞에 던져진 과제를 이제는 불안이 아닌 확신을 갖고 선택할 수 있게 됐으니까.


결핍을 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래서 그 자유의 맛을 어쭙잖게나마 나누고 싶었다.

득템했을 때 주변에 호들갑 떨며 소개하고 싶은 아줌마의  심정으로다가.


 2023년 여름 제주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