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메노르카Menorca
스페인 메노르카 섬에서 7박 8일 동안 꿈같은 휴가를 보내고 왔다. 지중해에 위치한 메노르카 섬은 마요르카 섬, 이비자섬과 함께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Balearic Islands의 유명한 휴양지다. 파리에서 직항으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고, 프랑스보다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파리지앵들에게도 일 년 내내 인기가 많은 여행지다. 세 섬 중 제일 작은 메노르카 섬을 선택한 이유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청옥색의 투명한 청정 해변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1933년에 메노르카 섬 전체를 생물권 보호 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자연 그대로의 때묻지 않은 보석 같은 해변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메노르카 섬은 그야말로 파라다이스 섬이다.
우리는 7박 8일 동안 섬의 동서남북을 돌아다니며 6개의 해변을 찾아다녔다. 환상적인 대자연의 절경을 감상하며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이는 맑은 바다에서 하루 종일 해수욕을 즐겼다. 매일 아름답고 푸른 바다가 훤히 보이는 테라스에서 아침을 먹고 바다에 가기 피곤한 날에는 리조트 내 수영장 시설을 이용하였다. 쏟아져 내리는 별과 유난히도 또렷하고 밝은 달 아래 축제 같은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하였다.
서울에서 살았다면 이런 여행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섬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여행 비용도 파리에서 가는 것보다 몇 배나 더 비싸니 엄두를 못 냈을 거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큰마음을 먹고 추진했다.
이번이 유럽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이기도 하고, 연차로는 결혼 10주년이기도 해서 짝지와 한마음으로 과감히 밀어붙였다.
아이들은 여전히 비행기를 탈 때면 흥분한다. 하늘로 붕 치솟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작아진 파리 전경 속에 에펠탑과 몽파르나스 타워를 찾으며 좋아하고, 구름 위로 날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순간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즐긴다. 반면에 우리는 전날 늦은 밤까지 여행 가방을 싸고,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고, 분 단위로 시간을 확인하며 공항까지 가는 차편을 준비하고, 공항에 도착해서도 체크인과 가방 검사를 하며 쌓인 긴장이 비행기에 타자마자 풀리는 바람에 바로 곯아떨어지곤 한다.
눈을 감았다 뜨니 메노르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밖 공용 주차장에서 대기 중인 승합차를 타고 렌터카 회사로 이동해 예약한 차를 인수하고 꼼꼼히 사진을 찍었다. 풀 커버로 보험은 들어놨지만, 혹시 모를 시시비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집이든 차든 대여할 때면 꼭 대비해야 하는 사항이다.
근처에 대형마트 리들Lidl이 있어 당장 해결할 점심, 저녁거리부터 장을 봤다. 리들은 독일 슈퍼마켓인데 가격 대비 신선하고 질 좋은 제품이 많아 파리에서도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마트다. 납작 복숭아가 파리에서는 1kg에 2.5유로가 넘는데 메노르카 섬에서는 0.99유로다. 파리도 서울에 비하면 식료품이 워낙 싸서 소고기와 연어 그리고 복숭아, 체리, 멜론, 살구 같은 제철 과일이나 고기류를 푸짐히 먹고 있다. 그런데 스페인 메노르카 섬은 파리보다도 훨씬 더 저렴한지라 신나게 장을 봤다. 섬이라 그런지 문어나 새우 같은 해산물류도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마음껏 장을 본 후 Son bou beach 바로 앞에 위치한 숙소로 향했다.
숙소
Son Bou Garden이라는 리조트 형식의 숙소를 선택했다. 몇백 개나 되는 후기를 참고한 후 예약한 이곳은 가격 대비 완벽한 곳이었다. 5성급 호텔에 비한다면 침구나 가구 상태는 많이 낙후됐지만, 전망과 위치 하나는 끝내줬다.
방 2개에 침대 4개, 2개의 테라스, 케이블 티브이가 있는 거실과 부엌 시설을 갖춘 이 숙소는 우리 가족이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리조트 단지는 공항과 마혼(Maó) 시내와는 차로 20분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있어 편리했다. 우리 객실은 Son bou beach와는 걸어서 5분, 리조트 내 두 수영장과는 3분 거리에 있었다. 바로 앞에 놀이터까지 있어 2층 테라스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실시간 지켜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마혼Mahón 시내
7월 중순 메노르카의 평균 최고 기온은 31도였다. 우리가 있었던 8일 동안 딱 하루만 흐린 날씨였고 나머지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 화창하고도 뜨거운 날이었다. 해수욕하기에는 금상첨화였지만 관광하기에는 숨이 턱턱 막혔다.
메노르카에서도 관광하려면 얼마든지 갈 곳이 많다. 선사시대의 유적지나 농장에 견학 갈 수도 있고 박물관도 있다. 항구에서 배를 타거나 미니 기차를 타고 마혼의 골목골목을 구경할 수 있는 옵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해변 중심 휴양이기에 외식을 위해 이른 오후에 마혼 시내에 두어 번 들려 식사하고 산책을 한 게 우리가 한 투어의 전부다. 마혼 시내는 관광객들의 활발한 발길과는 대조적으로 웬만한 상점들의 문은 굳건히 닫혀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스페인의 낮잠 시간 ‘시에스타’ 때문인가?
트립어드바이저 앱을 통해 몇십 개의 후기를 참고하고 간 레스토랑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어떤 한국인 블로거가 추천한 푸드코트 식당은 대실패였다. 그 블로거가 갔을 때보다 가격도 오르고 음식에는 성의가 하나도 없어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후기를 참고할 때는 한 사람의 의견보다 다수의 의견을 두루 참고해야 한다는 것과 관광객을 상대로 한 시내 중심에 있는 식당은 피해야 한다는 누구나 아는 공식을 놓치고 호갱이 되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였다. 외식도 너무 오랜만에 하면 감을 잃나 보다.
해변
1. Son Bou Beach 손 보 해변
해변은 어느 시간에 가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동일한 장소라도 오전에 가는지 오후에 가는지에 따라 바다의 색과 주변 풍경이 확연히 달라진다.
손 보 비치는 오후 5시 넘어서 늦은 오후 시간에만 두 번을 다녀왔다. 그래서 구글 이미지에서 찾은 에메랄드색 바다가 아닌 진한 파란색에 가까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생수를 부어 놓은 듯한 맑기의 투명한 바다와 부드러운 백사장은 아이들이 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 Cala Mitjana 칼라 미자나
칼라 미자나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해변이다.
엽서나 여행 잡지에나 나올법한 비현실적으로 고운 하늘색과 청옥 색 바다가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진 듯하였다.
칼라 미자나는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나온다. 그만큼 자연 속에 고립된 채 숨어있는 야생의 해변을 볼 수 있다. 주차장 근처에 있던 안내판에는 해변이 깨끗한 상태로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문구가 있다. 그래서인지 해변 그 어디에서도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나 감시자 한 명 없는 곳에서 현지인이든 관광객이든 어떻게 이렇게 다들 양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놀다 보니 해파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해파리가 있는 부분을 알려주며 소극적으로 해수욕하였다. 소수의 용감한 사람들은 합심해서 해파리를 잡았는데 그중 짝지와 첫째 아이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첫째 아이가 재밌어해서 과일이 담겨있던 플라스틱 통으로 시작한 게 어느새 수십 마리의 해파리를 잡으며 단박에 영웅이 되었다.
안 그래도 메노르카 섬 어딜 가나 동양인은 우리뿐이라 집중됐는데 아빠와 아들이 공익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사람들은 단발머리에 근육질 몸의 짝지에게는 ‘아쿠아맨’이란 별명을 지어주며 환호했고, 첫째 아이에게는 귀엽다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심지어 나중에는 해파리를 잡고 싶어 하는 뭇 남성들에게 해파리 잡는 법을 강의까지 해주었다. 이런 관심이 싫지 않은지 짝지와 첫째 아이는 해파리 잡기 삼매경에 빠졌고, 덕분에 둘째 아이와 나는 편안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
3. Cala Galdana 칼라 갈다나
이곳은 칼라 미자나 주차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칼라 미자나를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주변이 상업화되어 고급 호텔들로 가득 채워져 있음에도 깨끗한 바다와 우유 빛깔 백사장만큼은 울창한 숲으로 에워싸여 있었다.
화장실과 샤워실, 바, 레스토랑, 상점 등의 편의 시설이 완벽히 갖추어져 있어서인지 칼라 미자나처럼 깊은 산속에서 어쩌다 발견한 미지의 해변 같은 특별한 느낌은 얻을 수 없었다. 해변 자체도 주차장과 멀지 않았다.
더욱이 저녁 8시쯤 찾은 칼라 갈다나는 우리가 좋아하는 연한 하늘색의 바다가 아닌 진한 녹색에 더 가까웠다. 역시나 오전에 일찍 와야 해변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채 사진만 찍고는 바로 칼라 미자나로 향했다.
4. Cala Pregonda 칼라 프레곤다
북쪽에 위치한 칼라 프레곤다는 메노르카 섬의 그 어떤 해변과도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독특하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붉은 모래와 붉은 화산 암석과는 대조적으로 투명한 바다가 특이한 지형을 만들어 마치 화성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주차장에서부터 30분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 가는 길 내내 눈에 담기는 풍경이 생전 처음 보는 종류의 아름다움이라 신기했다. 자연의 섭리와 법칙은 얼마나 위대하고 오묘한지, 이런 대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온몸으로 만끽하였던 시간이었다.
메로느카 섬의 어떤 비치에서든 아무리 얕은 수심에서도 물고기가 다녀 스노클링하기 좋은데 칼라 프레곤다에도 물고기가 가득해 해수욕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5. Cala Turqueta 칼라 투르케타
칼라 투르케타는 짝지가 제일 좋아했던 해변이다.
원래는 그 근처인 Cala Macarella와 Cala Macarelleta라는 메노르카 섬에서 제일 유명한 해변을 가려고 했는데 성수기라 관광버스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정보를 모르고 오전 9시 반까지 갔는데도 못 들어가게 사람들이 막고 서있어 너무 늦게 왔나 싶어 다음번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오전 8시까지 도착했더랬다. 그런데도 여러 차가 되돌아 나오는 걸 보고 확인해 보니 극성수기에는 cala macarella 주차장은 자가용 자체가 아예 입장 불가능하단다.
대안으로 칼라 갈다나에 주차한 후, 한 시간 가까운 산행을 해서 갈 방법이 있었지만, 하이킹 신발도 없고 애들에게도 무리라 판단돼 아쉽게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근처에 위치한 칼라 투르케타를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가족에게 더할 나위 없는 해변이었다.
주차장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어 일정한 수의 사람들만 해변에 입장이 가능해 무엇보다 번잡하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곳 역시 주차장에서부터 15분 정도 하이킹이 필요했다. 해변이 주차장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자연이 더 잘 보존돼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상승해서인지 해변까지 걸어 들어가는 숲길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 해변의 안내판에도 이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야생 동물과 식물의 생태 시스템을 보호해달라는 협조문이 있었다. 칼라 투르케타에는 야생 염소 무리가 산다. 어떻게 이곳에 정착하게 됐는지 모르지만 요 녀석들은 사람이 익숙한지 자연스레 사람들 사이로 지나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이 주는 과일을 얻어먹기도 했다. 어떤 염소는 아예 음식 가방을 습격하며 대놓고 과일을 요구해 사람들을 당황케 하는 웃긴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칼라 투르케타도 역시 수심이 얕아 바다에서 공놀이며 물놀이며 스노클링이며 아이들과 놀기 최적의 장소였다.
메노르카 섬에서 우리가 다녔던 해변은 대부분 누드 비치였다. 수많은 여성이 비키니 상의를 벗고 가슴을 훤히 드러낸 채 똑바로 누워 태닝하거나, 해수욕하거나, 모래 위에서 공놀이했다. 처음에 이 광경이 매우 낯설었는데 이내 익숙해졌다. 비키니 팬티도 T자로 돼 있어 거의 벗고 있다시피 한 여러 여성의 몸은 어느새 다른 얼굴처럼 다른 몸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우리가 얼굴을 보고 왜 벗었냐며 창피해하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않듯이 이 공간에서만큼은 몸도 그렇게 인식됐다. 신기한 건 벗고 다니는 여자들도, 그걸 아무렇지 않아 하는 남자들도 모두 자유로워 보였다는 거다.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선글라스를 낀 채 탈의한 여자들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자들도 가슴이 크건, 작건, 마르건, 통통하건, 짝짝이건, 피어싱했건, 청소년이건, 청년이건, 아줌마건, 할머니건 상관없이 누드로 다녔다. 각기 다른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가슴 모양도 몸의 모양도 다 제각각이었지 자기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아무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비키니 상의를 벗지 않기로 선택한 여자들도, 심지어 70~80대의 할머니들도 비키니를 입은 모습이 매우 자연스러웠고 자유로워 보였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누드 비치가 있었다면 젊고 쭉쭉 빵빵한 글래머인 여자들만 자신 있게 벗지 않았을까. 한국에서는 비키니조차도 몸매에 진짜 자신 있는 사람만 입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공연하게 깔려있어 대부분 여자들은 가리기 바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더 이상 20대가 아닌 출산을 경험한 여자의 몸이 개인 PT를 받지 않는 이상 똥배가 나오고 여기저기 군살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순리다. A컵 가슴은 작기 때문에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그저 가슴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 자연스럽고 당연한 내 몸을 다른 몸과 비교하며 내 잘못인 양 부끄러워했고 그렇게나 숨기려고 애썼다. 어쩌다 비키니를 입게 되면 수시로 옆 가슴과 밑 가슴을 끌어올려 가슴골을 만들었고, 배에 힘을 주며 똥배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곳의 여자들에게 한 수 배운 나는 비키니를 입고 편하게 배에 힘을 풀었다. 놀다가 밑 가슴이 삐져나오거나 옆 가슴이 퍼져있으면 있는 그대로 놔두었다. 12년 전에 구매한 비키니라 처녀 때보다 풍만해진 엉덩이를 다 덮지 못해 튼살이 보여도 자신 있게 비키니 팬티를 입고 다녔다.
내 몸이 어떻게 비칠까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니 마치 램프에서 나온 지니처럼, 새장에서 탈출한 새처럼 날아갈 거 같았다.
어떻게 인식하며 어떤 관점을 갖고 사는지가 참 중요하다. 남의 시선 이전에 내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해 스스로를 갑갑하게 가둬놨던 지난날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6. Cala Binibèquer 칼라 비니베케르
칼라 비니베케르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은 해변이다. 마혼에 있는 리들 마트에 장 보러 갈 겸 들린 곳이다. 시내와도 가깝고 해변 주변으로 호텔이 많아서인지 어린아이들을 둔 가족 단위가 대부분이었고, 프랑스와 영국 사람이 유독 많았다. 어느 해변을 가든지 프랑스인이 많아 아이들은 종종 프랑스 친구를 사귀어 놀기도 하였다. 비니베케르도 무척이나 예뻤지만 우리는 칼라 미자나, 칼라 프레곤다, 칼라 투르케타 같이 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상업 시설 하나 없이 자연의 모습이 잘 보존된 해변에 다녀왔기에 감동이 덜했다.
하늘을 담은 듯한 메노르카 섬의 터키옥 해변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바닥까지 적나라하게 보여 이곳이 바다인지 수영장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맑고 투명한 물에서 가족과 함께 유유히 즐겼던 해수욕도 평생 남을 보물 같은 추억이 되었다. 물놀이 후 폭신한 모래 위에 대자로 누워 대지의 에너지를 느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했던 순간도 나만의 소중한 기억이다.
아직 안 가본 낙원 같은 여행지가 지구상에 많지만, 우리 가족의 한 시절의 추억이 깃든 이곳에 언젠가는 꼭 다시 오자고 짝지와 다짐했다. 그때도 코발트 빛깔의 메노르카섬 바다가 여전히 빛나고 있기를.
그리고 그때는 누드 비치에서 비키니 브라를 당당히 벗어던질 용기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