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뉴욕 여행 프롤로그
변화가 필요했다. 흔히들 회사에 권태를 느낄 시기라고 말하는 5년 차.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취업에 성공한 후 그다음 스텝이 없다는 건 수년 간 나를 공허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름 안정적이고 괜찮은 직장 아니야?", "너 정도면 네가 좋아하는 재미있는 일 하고 있는 거잖아." 이런 말들에 반박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위로가 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회사뿐만이 아니었다. 더 이상 치열하지 않은 나의 삶에 권태를 느꼈다. 나는 더 이상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려 하지 않고, 도전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럴 만한 동기부여가 지금의 삶에는 전혀 없다. 몇 년째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뒤쳐지지도 않은 채 내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달까.
모두가 내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지만 정작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회사 오래오래 다니며 적당히 일 잘하면 되지, 아무도 나에게 그 이상의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얼마나 더 이렇게 발전도 없고 목적도 없는 채로 살아야 하는 걸까. 5년 더, 10년 더.. 회사에서 잘리기 전까지 계속되는 걸까. 그럼 그 후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끝없는 고민에 괴로워졌다.
그래서 뉴욕이었다. 최고가 되기 위한 욕망, 치열한 생존력과 도전의식을 갖고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대도시. 단 한순간도 정체되어 있지 않고 수시로 바뀌는 변화의 땅. 어쩌면 그곳에서 답답한 미래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도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자극이라도 받지 않을까.
오랜만에 가는 뉴욕, 이 여행이 20대 끝자락에 선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돌아갈 때쯤에는 삶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있기를 소망했다. 그런 간절하고도 벅찬 마음으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