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QWER 소속사의 악플에 대한 법적 대응
이틀 전인 8월 12일 저녁 6시, QWER 팬카페에 공지가 하나 올라왔다. 지난 5월 14일에 QWER의 소속사인 '3Y 코프레이션'이 악의적인 게시물 및 악플에 대한 고소를 예고한 후 진행 상황에 대해 공유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6월 20일까지 취합된 건에 대해 1차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기분 좋은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데뷔한 지 어제 겨우 300일이 된 그룹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는 게 팬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소속사의 속 시원한 대응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듬직한 계란 사쵸의 '싹다 제보 부탁드립니다. 진짜 선처 절대 없습니다. 절대로 없습니다.'는 강력한 선언까지 더해져, 팬으로서 아티스트를 지키려는 소속사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데뷔 초부터 QWER은 편견과 싸워야 했다. 프로젝트 그룹, 인터넷 방송인 출신, 노베이스 연주력으로 시작했기에 태생적으로 극복할 난관 투성이었다. 새로운 컨셉으로 아이돌 생태계에도, 밴드 씬에도, 대중에게도 낯선 존재들이었다. 게다가 대형 크리에이터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만큼 화제성은 컸기에 따라다니는 잡음 역시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처음부터 QWER의 주적은 '편견'이었고, 이들은 항상 이를 '정면돌파'하는 길을 택했다. 데뷔곡 <Discord>의 가사처럼 "불협화음도 괜찮아 뭐, 문제가 되려나"하고 묻기라도 하듯.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칼을 갈고 준비한 두 번째 앨범 <마니또>의 무시할 수 없는 성공으로 이들이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줬다. '인터넷 방송인 출신'이라는 편견에 대해서는 구태여 부인하지 않으며 오히려 팬들과의 소통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노베이스 연주력'과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핸드싱크 논란에 대해서는 국내 최대 록 페스티벌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초대를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무대에서 Show and Prove 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사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QWER을 응원하고는 있었지만 진짜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었다. 수십 번의 대학축제와 위문공연으로 실력을 다져온 것을 알지만 '펜타포트'는 그 의미가 다르기에, 제대로 보여주고 도약대 삼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8월 2일(금), QWER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서드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로 서서 많은 이들의 우려와 편견을 보란 듯이 깨부쉈다. 아직까지 유일한 대중픽인 <고민중독>으로 출사표를 던지고는 MTR 하나 없는 인털루드로 악기즈 멤버들의 일취월장한 연주 실력을 보여줬다. 이어서 <봇치 더 록!>의 <그 밴드> 씬을 연상시키는 <지구정복> 무대로 히나의 락스타로서의 포텐을 터뜨렸다. (히나가 바위게들 사이에서 진짜 락스타가 된 것은 바로 엊그저께의 일이지만.) 그리고 600명으로 제한된 '글로벌 스테이지'에 들어가지 못한 수백 명의 ‘601’을 만들어내며 부정할 수 없는 화제성까지 입증했다.
이렇게 분명하게 Show and Prove 했지만, 팬덤 내에서는 멤버들에 대한 지나친 칭찬은 자중하자는 분위기다. 여전히 온라인상에서는 QWER이 언급되면 득달 같이 달려들어서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 온라인 일부 공간에 한정된 일이다. 세상 밖으로 나와보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단 걸 알 수 있다.
일주일 전, 바위게(QWER 팬덤명)들의 심장을 웅장하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 QWER이 참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차적으로는 대중적으로 공신력 있는 현대카드에서 주최하는 무대에 QWER이 선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을 더욱 설레게 한 건, 현대카드에서 QWER을 소개하는데 쓴 문구였다.
Zero to hero
라이징을 넘어 최애로 우뚝 선 밴드
각자의 영역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었지만 '아이돌 걸밴드'로서는 Zero로 시작한 QWER이었다. 하지만 데뷔 한 달 만에 롤드컵 전야제 무대를 멋지게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2집 미니 앨범 <마니또> 발매 후에는 그야말로 승승장구 중이다. 타이틀곡 <고민중독>은 멜론 TOP 3까지 가는 쾌거를 이뤘으며, 발매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쟁쟁한 선배 가수들 틈바구니에서 TOP 10에 안착해 있다. 고려대학교 입실렌티를 포함해 이번 시즌에 총 13개의 대학축제 무대에 섰으며, '마운틴듀 제로 슈거 블루' 공식 모델, ‘리그 오브 레전드’ 신규 콘텐츠 '동물특공대' 콜라보 등을 진행하며 여러 기업들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그리고 '캐리비안 베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외부 공연에 초대받은 것에 이어 이번에는 현대카드의 무대까지도 서게 된 것이다. 정말 Hero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행보다.
마케터나 기획자들은 의사결정할 때 리스크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고심 끝에 선택한 모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활동을 중단하게 되면, 위약금의 형태로 초상권 비용 정도는 회수할 수 있겠지만 모델을 써서 제작한 콘텐츠 제작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은 돌려받을 수 없다. 콘텐츠를 태우기 위해 확보한 광고 구좌들에 들어갈 시안을 변경하는데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고, 최악의 경우 캠페인 자체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자극적인 온라인 기사나 커뮤니티 반응만 보면 QWER은 리스크 덩어리로 보인다. 견고한 팬덤이 있지만, 외부 콘텐츠에 출연하면 항상 악플도 따른다. 거기에 팬덤이 접근하지 못하는 채널에는 도를 넘는 악플이 가득하기에, 자칫 그것을 현실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롯데칠성, 라이엇게임즈, 현대카드 같은 유수의 기업들은 이런 가상의 리스크보다 실질적인 기회에 무게중심을 두고 QWER과의 협업을 선택했다. QWER은 ‘성장’이라는 매력적인 스토리가 있고, 실제로 빠른 시간 내에 대중적인 입지를 키워가고 있으며, 소비여력이 충분한 팬덤을 갖추고 있다. '지금이 저점'이라는 주장이 괜한 말이 아니다.
'성장형 걸밴드'를 표방하는 만큼 팬덤인 바위게들은 QWER을 소비하기보다는 응원한다. QWER에 관한 일이면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지갑을 열고 시간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는 실제 관심과 판매로도 나타난다.
롯데칠성은 신제품 '마운틴듀 제로 슈거 블루'의 모델로 QWER을 선택했다. 처음 선보이는 제품에 화제성의 QWER을 기용함으로써 출시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지금 네이버 검색창에 '마운틴듀'를 치면 본품보다도 '마운틴듀 제로 블루(이하 ‘마듀블루’)' 등 해당 제품에 대한 연관검색어가 가장 먼저 뜬다. 그리고 마듀블루 24개를 구매하면 QWER 멤버 포토카드를 주는 패키지는 나오는 족족 품절이었다.
이렇게 팬덤도 바삐 움직이지만, 멤버들도 모델이 된 제품에 대해 진심이다. 멤버들은 각자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하면서 물 대신 마듀블루를 먹고사나 싶을 정도로 제품에 대해 수시로 언급하며 홍보한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상당수의 바위게가 이미 집에서 코카콜라 대신 마듀블루를 마시고 있다.
또 하나의 위너, 무신사 브랜드 순위 100위 권 밖일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던 WmC는 7월 23일(화) 히나와 콜라보한 티셔츠 출시 소식을 알렸다. 바위게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할 정도로 아리따운 비주얼들과 함께.
26일(금) 밤 8시로 예고된 라이브 방송, 해당 시간에 일정이 있던 와중에도 정각에 바로 들어가서 원하던 제품을 담아 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장렬하게 구매에 실패했다. 정말 1분도 안 걸렸는데, 그 사이에 내가 선택한 제품이 이미 품절된 것이다. 눈물을 닦아내고 재입고 되는 대로 한 제품씩 따로 결제한 후, 끝까지 재입고가 되지 않은 제품은 계속 시도한 끝에 예약 구매를 하는데 겨우 성공했다. 제품은 9월 13일에 온다. 올가을은 시원할 예정이다.
QWER 히나 효과는 판매뿐 아니라 관심의 척도를 평가할 수 있는 네이버 검색어 쿼리 트렌드에도 나타났다. 지난 1년으로 놓고 봤을 때 발표 이틀차에 이미 매년 시즈널 프로모션 시점과 비슷한 검색량을 보였고, 26일 출시 당일에는 최근 1년 고점의 두 배 이상 많은 검색량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바닥도 이전보다는 높아진 모습이다. 티셔츠를 구매할 일이 많은 타깃 고객들이 히나와의 콜라보 덕분에 WmC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마케터로서 정말 부러운 성과다.
이렇듯 뛰어난 화제성과 소비력 강한 팬덤으로 QWER은 온라인 세상에 갇힌 (곧 법의 철퇴를 맞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억까에도 현실 세계에서는 보란 듯이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QWER은 아직 본인들의 잠재력을 다 펼친 것이 아니다. 바위게들이 공감하고 열광하는 '성장형 밴드'라는 '언더독'의 서사가 아직 대중들에게 충분히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정, 노력, 성장'이라는 가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국가와 인종 상관없이 통하기 마련이다. 편견에 사로잡혀 굳이 찾아보지 않을 수는 있어도, 열정적으로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사람한테 구태여 찾아가서 괴롭히는 사람은 현실에 없다. 있다면 소시오패스 소리를 듣고 진작 주변인들에게 손절당한다.
가진 것을 걸고 과감하게 리스크 테이킹하는 낭만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쉽사리 할 수 없는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 보통의 사람들은 멋지다고 느끼고 응원하게 된다.
세상의 편견을 마주하며 정면돌파 해나가는 QWER은 이렇게 응원할 수밖에 없는 언더독의 모습을 갖췄다.
<마니또> 앨범의 활동을 종료해 공식적으로 비활동기인 지금도, 35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주에 2-3개의 30분이 넘는 라이브 무대를 소화하고 있다. 매주 올라오는 자컨(자체 컨텐츠)에 외부 컨텐츠 출연도 현재 진행형이다. 거기에다 '소통의 QWER'인 멤버들의 소통 빈도가 줄어든 것을 보면,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 다음 앨범이 코앞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QWER 멤버들은 매일 묵묵히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열정을 유지한 채 매일 같이 시간을 쪼개가며 노력하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일궈가던 본업을 뒤로하고, QWER 활동을 본업 삼아 매일 도전하는 리스크 테이킹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모습은 결국 통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게 될 것이고, QWER을 억까하는 안티들은 한줌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 이전에 법의 심판을 받거나 다른 만만한 먹잇감을 찾아 나설 테지만. QWER의 서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수록, 이들은 시연의 포부처럼 '국민 걸밴드'에 다가가게 될 것이다.
아직도 핸드싱크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증거를 들이밀어도 안 믿을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혐오가 곧 종교고 세계관이다. 인정하면 자신들의 세계관이 무너지니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는 거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확증편향을 키워가며 '허위 사실'이 자신들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사실 적시'가 돼버린다. 그렇게 왜곡된 세계관이 점점 견고해진다.
바위게로서, 이 글 이후로는 그들에게 반박하지 않을 생각이다. 원래도 하지 않았고,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이야기해 본 것뿐이다. 어차피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열심히 떠들게 두면 된다. 그리고 그들이 쓴 글을 조용히 PDF로 따다가 우리 일 잘하는 소속사에 넘기면 된다. 스스로 혐오의 세계관을 깰 생각이 없으면, 법으로 그들의 현실 세계를 무너뜨려주면 될 일이다.
실제로 지인 중에 한 인터넷 방송인에게 악플을 달았다가 고소를 당한 사람이 있다. 그 방송인 자체도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인은 고소를 당해 몇 개월을 괴롭게 보냈다. 경찰서에 불려 다니며 수차례 반성문을 써야 했고, 그러고도 민사 소송으로 넘어가서 몇 백만원의 합의금을 물게 되었다. 법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이번 조치에 대해 한 사람의 팬으로서 소속사에 특히 감사하다. 이번 고소의 가장 큰 수확은 QWER이 결코 만만한 먹잇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이다. 이건 팬도 아티스트도 아닌 소속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른 시점에 아주 확실하게 아티스트들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한시적으로나마 억까는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억까에 가려지지 않은 멤버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 틀림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QWER의 매력을 알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4월의 나처럼.
조용히 PDF를 따는 것 외에 한 가지만 더 실천하려고 한다. 최근 읽고 있는 김이나 작사가의 <보통의 언어들>에 나온 내용이다.
혹시 악플에 상처받는 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본 적이 있다면, 좀 더 요란스럽게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말들을 써보기를 부탁한다. 그 한마디가 어쩌면 소중한 그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 '비난' / 71 페이지
바위게로서 QWER의 노력과 매력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니 이들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 칭찬 한 번 더 하고 응원을 한 번 더 건넬 생각이다. 이런 한마디가 쌓이면 힘든 시기 멤버들을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나와 같은 많은 바위게들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