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베스트밴드상을 탄 QWER의 바위게'가 되면 좋은 이유
8월 22일(목), 서울 잠실 체육관에서 '케이 월드 드림 어워즈 2024('K WORLD DREAM AWARDS', 이하 'KWDA')'가 열렸다. 전현무와 장도연이 사회를 보고, 내로라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초청되어 상을 받고 공연을 펼치는 K팝 대중음악 시상식이다.
걸밴드이자 아이돌인 QWER 역시 이 자리에 초대되었고, '베스트 밴드상'과 '본상' 두 가지를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본상을 함께 수상한 분들의 면면을 보면 가슴이 웅장해질 수밖에 없을 만큼 화려하다.
QWER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이들이 아티스트로서 참여한 첫 번째 시상식에서 2관왕을 하게 되어 무척 기뻤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QWER의 영예만큼이나 한 명의 바위게(QWER의 팬덤명)로서 느낀 뿌듯함도 상당히 컸다. 이 행사에서 QWER이 수상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바위게의 노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KWDA에 앞서 7월 18일부터 약 3주간, 시상식과 제휴된 '유픽'이라는 앱에서 '여자 그룹 인기상' 투표를 진행하는데 QWER이 그 후보에 올랐다. 여기서 1위를 한 그룹은 KWDA의 메인상 중 하나인 '유픽 여자 그룹 인기상'을 받게 된다. 열심히 공연과 행사를 다니면서 노력하고 성장하는 QWER을 위해, 바위게들이 직접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우리 노력으로 QWER을 1등 시켜줄 수 있다'는 당위성은 수많은 바위게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투표 개시 후 8월 8일까지, 바위게들은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써가며 투표에 열을 올렸다. 유픽에서 투표를 하려면 '잼'이라는 것을 모아야 했고, 광고를 한 편 볼 때마다 20개의 '블루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광고를 하루 최대 60개, 이렇게 하루 최대 1,200개의 블루잼을 모아 투표에 사용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하는 작업이지만, 많은 바위게들이 매일 같이 광고를 돌리며 잼을 모아서 QWER에 투표했다.
뿐만 아니라 유픽은 '핑크잼'이라는 유료 재화도 판매했다. 구매 유도를 위해 10만 원어치 구매하면 핑크잼 15,000개에 블루잼 80,000개를 얹어주는 식이었다. 시간과 더불어 금전적 여유가 되는 바위게들은 수십 만 원 이상 어치의 유료 재화를 구매해 가며 아낌없이 화력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주 후, 위와 같이 투표는 마지막까지 남은 몇 개 그룹 사이의 경쟁으로 추려졌다. 오랜 기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초대형 걸그룹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글로벌적인 인지도를 얻은 그룹에 비해, QWER은 미니 1집 <고민중독>의 성공으로 이제 막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단계였다. 함께 각축전을 벌이는 그룹들에 비해 팬덤 규모가 압도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앱 내에서 자신이 해당 그룹의 팬이라고 표시하는 '마이 스타'만 봐도 함께 경쟁 중인 그룹들의 1/10 수준으로 적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바위게들은 더욱 강한 버프를 걸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수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우리 힘으로 만들어내는 1등'이라는 목표 의식은 너무도 강렬했다. 이렇게 작지만 강한 바위게들은 마지막까지 싸웠고, 아쉽게도 2위에 그쳤지만 최종적으로 2억이 넘는 표를 QWER에 쏟아부었다.
한 사람이 매일 광고로 표를 모은다면 22일 동안 보낼 수 있는 최대 투표수는 26,400개다. 이렇게 해서 2억 개가 넘는 표를 만들려면 8천 명이 매일 참여해야 한다. 팬덤의 규모를 보았을 때 당연히 이건 불가능하다. 이는 그만큼 지갑을 열어 화력 지원을 한 바위게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당연하게도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그저 QWER을 응원하는 마음 하나로 바위게들은 이렇게 마지막까지 아낌없는 버프를 보냈다.
KWDA 측에서 각 시상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 하지만 QWER이 2관왕을 한 데에는 바위게들의 이런 노력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가장 큰 노력과 고생을 하는 것은 멤버들과 스태프들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시상식 현장에는 QWER을 응원하기 위한 30명+@의 바위게가 출정했다. KWDA 측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자체적으로 당첨 돼서 간 소수의 용자 바위게들은 다른 팬덤 틈바구니에서 목이 터져라 QWER을 외쳤다. 여기에 팬 커뮤니티에서 모집된 30명의 정예 바위게 역시 자신들의 구역에서 열렬히 응원했다. 그뿐 아니라 이렇게 여러 구역에 산개한 바위게들이 눈에 띌 수 있도록, 한 바위게는 사비로 LED 응원 전광판을 만들어 현장에 간 바위게들에게 나누기까지 했다. 그렇게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사쵸(QWER의 기획자, 김계란의 팬덤 내 별명)도 감동시키고 멤버들도 알아볼 수 있게, 눈부신 응원을 보낸 바위게들이었다.
바위게는 아직은 작지만, 대단히 강하다. 마치 헬스와 드럼으로 다져진 작지만(지금은 이두보다 커졌지만) 강한 쵸리다의 실전 압축 전완근을 닮았다. 그런 바위게들이 있었기에 자랑스러운 밤이었다.
이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QWER 관련 글을 썼을 때도 유입 통계를 보며 느꼈고, 몇 번의 오프 경험을 통해서도 느꼈다. 지금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바위게들 중에서는 3040 남성의 비중이 상당하다. 물론 QWER의 <고민중독>이 노래방 인기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기에 팬덤이 확장될 잠재력은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3040 남성이 팬덤의 다수라고 느낀다.
그래서 느끼는 장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회가 있으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쓸 소비여력이 큰 팬들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캐치한 눈치 빠른 기업들은 QWER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콜라보해서 높은 관심과 판매를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느낀 두 번째 장점은, 다년간의 사회생활을 통해 익힌 매너를 덕질할 때도 적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이걸 처음 느낀 것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였다. QWER에게 있어 너무도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많은 바위게들이 일찍부터 현장에 도착했다. 1열부터 상당히 뒤쪽까지 많은 바위게들이 있었다. WmC x 히나 콜라보 의류가 막 배송되기 시작한 직후라 상당히 많은 바위게들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같은 옷을 입고 공연장에 왔기에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QWER은 글로벌 스테이지의 마지막 순서였기 때문에, 그 앞으로 다섯 팀의 공연이 있었다. 누가 바위게인지 금방 알겠다고 했지만, 앞 팀들의 공연이 진행될 때는 순간 누가 바위게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다들 마치 그 공연을 보러 온 사람처럼 너무나도 열심히 호응하고 응원을 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즐긴 바위게 중 하나였기 때문에 다들 어떤 마음이었는지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QWER의 무대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앞자리는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앞서 공연하는 팀들의 팬덤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응원해야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욕을 안 먹고 민폐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우리 가수의 면을 세워줄 수 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방법은 다른 무대를 우리 무대만큼이나 즐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바위게들이 실제로 앞팀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미리 예습까지 해서 현장에서 떼창에 참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다른 팬덤이 잠시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보내주는 앞자리 바위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사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11시에 도착했다고 해도, QWER의 공연 시간인 4:40까지 5시간을 넘게 인파 속에 서서 버텨야 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3040 남성이 대부분이다. 5시간 넘게 서있는다는 것 자체가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럼에도 QWER을 응원하러 간 자리에서 성숙한 팬덤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바위게들이 예습까지 해가면서 QWER이 나오기도 전에 목이 쉴 만큼 열렬히 응원하는 진심을 보였다. 펜타포트 무대는 QWER에게도, 바위게에도 Show and Prove 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바위게'라는 팬덤은 불특정 다수의 모임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그렇듯 예외는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런 예외가 1명 생기면, 99명이 달려들어서 그 1명을 바로잡는 분위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다들 사회 경험이 많기 때문에 우리 아티스트에게 피해가 가는 행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의 모임임에도, 이럴 때는 일순간 단결해서 바위게로서의 행동을 바로잡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바위게 중에는 QWER로 덕질이라는 것을 처음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내가 처음 팬카페에 가입해서 느낀 분위기는, 마치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서로 아는 사람도 없는 신입생 환영회와 같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팬덤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실수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는 자체적으로 30년 넘게 살며 익힌 매너로 자정이 된다. 그게 아니라 선의로 실수하는 1명이 생기면 9명의 바위게가 달라붙어 타이르고 가르쳐준다. 하지만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아티스트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하는 1명이 생기면, 그때는 99명의 바위게가 달려들어 바로잡고 팬덤 내에서 추가적으로 자정의 노력을 보인다. 사회생활로 다져진 바위게들은, QWER과 더불이 생겨난 지 1년도 안되지만 멤버들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바위게들이 QWER에게 이렇게나 열광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QWER이 쉴 틈 없이 떡밥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지난 48시간만 돌아봐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수요일 저녁, 마젠타와 히나의 파키케팔로사우르스 식 박치기 대결로 급방종된 위버스 라이브부터 시작이었다. 22일(목) KWDA 행사 당일에는 QWER의 블루카펫 인사 후 6:30 공연 개시 사이에 히나의 발로란트 5인뇽 영상, 쵸단의 몬스터 앰버서더 영상, 마젠타의 팝콘 무대 복기 영상이 차례로 올라왔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멤버들이 인스타그램과 공지 채널을 통해 바위게들에게 진심을 담은 수상 소감과 팬들에 대한 감사를 계속해서 전했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팝업 중독(5월 초에 진행한 QWER의 팝업스토어)> 프리뷰 라이브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4명이 모인 위버스 라이브를 통해 다시 한번 (다소 난장판인) 소감을 전했다. 다 챙겨본 바위게 입장에서는 '쏟아지는 떡밥 멈출 수가 없을까' 싶을 정도로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첫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어제 하루만 그런 게 아니다. 이미 모든 멤버가 매일 같이 인스타그램 공지채널이나 위버스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과 안부를 전한다. 바위게들은 이미 마젠타의 '조은 하루'와 시연의 '밍밍' 없이는 하루를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밍밍'이 유독 늦어진 어느 날, 마치 강령술처럼 밍밍을 끌어내기 위해 밍밍을 사칭한 '빙빙'을 올릴 정도까지 와버렸다.
KWDA 이후에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멤버들은 2관왕을 수상한 것에 대한 얼떨떨함을 전하며 '개근상' 정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농담을 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멤버들은 정말 소통 개근상을 받아야만 한다. 이렇게 떡밥이 매일 같이 쏟아지니, 바위게들은 지치지 않고 QWER을 좋아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이게 끝일 줄 알았지만, 오늘 기습적으로 아래의 단독보도가 올라왔다. 바위게들 사이에서는 QWER이 이미 다음 앨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물론 거의 끝나가는 단계라고 예상 중이었는데, 정말 다음 달 컴백을 앞두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다음 달 컴백을 앞둔 QWER은 지난주에만 3개의 스케줄과 공연을 소화했다. 이번주도 어제는 KWDA 시상식, 오늘은 히나의 발로란트 5인뇽 매치와 QWER 축하공연, 내일 카스쿨 페스티벌, 그리고 일요일 히나의 WmC 콜라보 팝업스토어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히나 화이팅!) 이렇게나 노력하는 걸 알기에 바위게들은 지금의 순간들을 더욱 열심히 응원하고, 다음 앨범을 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다.
혹시 아직까지 QWER에 호기심만 갖는 분들이 계신다면 지금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