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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라 Jun 07. 2024

프롤로그

'불확실성에 대한 성실한 도전'을 시작하며

“혁신하고 또 혁신하라, 혁신하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 자주 듣습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은근히 부담을 느낍니다. 또한 “불확실성에 도전하라”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이 말은 실제로 훨씬 더 부담스러운데, 왜냐하면 도전은 하고 싶지만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불확실성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공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불확실한 곳에 도전하라는 말은 쉽지만, 실패했을 때 뒷감당은 누가 지죠? 무턱대고 세계 최고 또는 세계 최초의 목표를 제시하고 덤벼들면 그게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인가요?

사람들을 불확실성에 도전하도록 하려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전제 조건을 마련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진짜 실패해도 괜찮은지 의심스러우면 도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실패해도 괜찮으려면 그 실패의 크기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실이라는 개념이 도전 과정에 함께 도입되어야 합니다. 이제부터 '불확실성에 대한 성실한 도전'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겠습니다.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시죠. 그런데 프로젝트, 잘 되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프로젝트가 잘 되지 않아 고민이라고 합니다. 프로젝트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대부분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힘든 일이죠. 프로젝트가 별문제 없이 잘된다고 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불확실성이 아주 낮은 예상 가능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계시는 것일 겁니다. 

아주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여름방학이 시작할 때 항상 하는 것인데요. 동그라미 시계를 그려놓고 그 위에 시간별로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이번 방학에는 독서도 하고 밀린 공부도 하고, 한 가지 취미도 새로 만들어 보아야겠다고 계획을 세우지만, 실제로 그 계획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사실 계획은 그저 계획에 불과합니다.

세상에는 진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실이라고도 하고 법칙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일어나는 일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수긍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실이나 법칙을 진리로 정의합니다. 즉, 진리란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획은 계획대로 반드시 되는 것이다'가 진리에 가까운가요, 아니면 '계획은 계획대로 잘되지 않는 것이다'가 진리에 가까운가요? 당연히 후자가 진리에 더 가깝습니다. 

물리학에서 자연현상을 해석할 때는 제대로 된 지배방정식(governing equation)을 세워서 풀어야 합니다. 만약 지배방정식을 잘못 세우면 문제가 풀리지 않거나, 풀어도 정확하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지배방정식은 '계획은 계획대로 잘되지 않는 것이다'이지만, 현실에서는 '계획은 계획대로 반드시 되는 것이다'라는 잘못된 지배방정식을 기반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잘 풀리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적지는 말뿐인 명목적인 가짜 성공이 아니라 가슴을 뛰게 하는 진짜 성공일 것입니다. 진짜 성공을 체험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자부심, 자존감, 존재의식, 보람 등의 차원이 훨씬 높을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지향점은 진짜 성공을 반복해 나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최종적으로는 자아실현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일 겁니다. 이를 위해선 큰 가짜 성공보다는 작은 진짜 성공을 먼저 여러 번 체험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작더라도 진짜 성공을 자주 체험함으로써 자부심이 계속 상승할 것이며, 자부심과 진짜 성공이 상호작용하여 결국 큰 성공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작은 진짜 성공을 자주 체험할 수 있을까요?

다수의 성공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당신은 성공할 수 있었습니까?”라고 물으면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열심히 해서”, “최선을 다 했기에”, “될 때까지 할 수 있어서” 등이 그중 일부일 것입니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 모두 성공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위치에 가 있어야겠지요. 그런데 열심히 한다고 다 성공하던가요? 최선을 다 한다고, 될 때까지 한다고 다 성공하던가요? 진짜 성공하신 분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나오는 대답으로 “나는 참 운이 좋았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럼 그런 운(運)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요? 운이 오는 방법을 알 수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공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성공하는 방법을 안다면 거인의 어깨 위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는 방법을 혼자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찾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여 집대성해 놓은 자료를 커닝하여 자신의 것으로 터득할 수 있다면 그가 더 현명한 사람이 아닐까요?

커닝할 수 있는 자료가 있긴 합니다. 지식을 단편적으로 다루지 않고 총체적으로 모두 담아 개념을 정리한 것을 지식체계(BOK, body of knowledge)라고 부릅니다. 코끼리 꼬리만 보고 코끼리는 빗자루 같다고 설명하는 것을 ‘tail of knowledge’라고 하고, 코끼리 귀를 보고 코끼리를 부채 같다고 설명하는 것을 ‘ear of knowledge’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 부분만을 보고 아는 것을 단편적 지식 또는 편견(偏見)이라고 하고, 전체를 보고 모두 아는 것을 총체적 지식 또는 통찰(洞察)이라고 합니다.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총체적인 지식을 참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과거의 많은 선배 전문가들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체계가 마련되어 오고 있으며, 이렇게 정리된 지식 정보들은 교육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현재의 우리들에게 전달되어오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젝트라는 개념이 형성되면서 수행된 최초의 프로젝트인 1942년 맨해튼 프로젝트로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프로젝트의 수행자들에게 있어 큰 고민거리는 '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잘 되지 않을까?'라는 것입니다. 이런 고민을 해온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나름 그 방법론에 대한 지식을 모아둔 자료가 미국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에서 마련한 PMBOK(project management body of knowledge)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개념을 연구개발(R&D) 분야의 프로젝트 수행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오랜 세월 동안 많은 프로젝트 전문가들이 고민하여 집대성해 놓은 지식체계를 적극 활용하여 거인의 발바닥부터가 아닌 거인의 어깨 위에서 출발함으로써 진짜 성공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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