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몰라 Jun 07. 2024

성실

Management와 성실의 의미

What is Management?


매니지먼트(management)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경영학에서 말하는 ‘경영’이라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경영이라고 해석하면 그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경영학은 management보다는 오히려 administration에 가깝습니다. 사업(business)과 관련된 administration은 경영학(business administration)에서, 공공(public)과 관련된 administration은 행정학(public administration)에서 다룹니다. 그래서 경영이라고 하면 보통 행정적인 일로 많이들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니지먼트라고 하면 딱딱하고 사무적인 행위로 간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매니지먼트를 ‘관리’라고 해석하기도 애매합니다. 단순히 관리라고 해석하면 통제하고 간섭하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전달되기 쉽습니다. 

매니지먼트의 의미를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한국말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매니지먼트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어근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Management의 어근 ‘man-’은 사람(man)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손(hand)이라는 의미도 가집니다. 형용사 manageable이라는 단어는 PMBOK에서 자주 거론되는 tangible과 유사한 단어로 ‘capable of being touched’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즉 tangible이라는 단어는 ‘손(man-)으로 만지작거릴 수 있는’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아주 복잡하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막막하기 때문에 매니지먼트가 필요합니다. 즉 막막한 대상을 손으로 만지작거릴 수 있는 수준으로 쪼갬으로써 tangible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찰흙으로 커다란 다비드 상을 만든다고 했을 때 처음부터 다비드 상 전체를 만들려고 하면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그러나 찰흙을 조금 떼어내 손을 하나 만들고 발을 하나 만들어서 붙여나가다 보면 엄두가 나질 않던 일도 가능해집니다. 이런 것을 tangible이라고 합니다. 즉 management라는 것은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다루기 쉬운’ 수준으로 일을 쪼개어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복잡하고 거대한 프로젝트일수록 매니지먼트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매니지먼트가 가능하려면 일을 쪼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쪼갠다는 말은 ‘breakdown’ 또는 ‘decomposition’이라고 합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서 breakdown은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쪼개어져야 매니지먼트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쪼개야 하는 대상, 즉 매니지먼트해야 하는 대상에는 scope, time, cost, resource, risk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쪼개야 할 대상이 많은데, 만약 다 버리고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 scope입니다. Scope을 쪼갠 것을 WBS라고 합니다. 즉 WBS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매니지먼트 대상입니다. WBS는 work breakdown structure라고 해서 일 범위(work scope)를 쪼개어 아래 그림과 같이 위계적인 구조(hierarchical structure)로 가시화한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완성될 스마트폰이라는 최종산출물(final deliverable)을 WBS의 맨 위에 위치시키고, 이것을 창출하기 위해서 무엇으로 쪼개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컴퓨터, 전화기, 카메라, mp3 player, 전원, OS(operating system) 등의 하위 계층으로 쪼갤 수 있습니다. 그다음 컴퓨터는 CPU, 메모리, 입출력단자로 쪼개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PC에서는 입출력단자가 키보드와 모니터로 따로 되어 있지만 지금의 스마트폰에서와 같이 하나의 터치스크린으로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터치스크린은 어떻게 쪼개어질 수 있는지를 구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쪼개어 나가다 보면 맨 마지막으로 액정유리까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최초에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개발하려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지만, 이렇게 세부적으로 쪼개다 보면 맨 아래 말단의 산출물들이 tangible해져 막막함을 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즉 최상위의 최종산출물은 tangible하지 않지만, 맨 말단의 세부 산출물들은 tangible해지므로 복잡한 프로젝트를 구체화하여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breakdown이라는 개념입니다. Scope은 ‘범위’라고 해석되지만, 그보다는 ‘일머리’라고 해석할 때 그 의미가 더 잘 전달됩니다. “아~ 그 사람, 참 일머리가 있는 사람이야!”라고 할 때, 일을 논리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잘 처리해 나가는 사람을 일컬어 그렇게 부릅니다. 그냥 마구잡이로 중구난방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일머리가 있다고 하진 않습니다.

이렇게 일머리를 쪼개고 나면 쪼개진 각각의 일머리들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활동(activity)들이 나오고 그 활동들을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투입되어야 할 비용 및 리소스가 추산될 수 있으며, 수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리스크 등이 규명될 수 있습니다. 즉 WBS상의 일머리들이 밝혀지면 각각의 일머리에 대하여 시간, 비용, 리소스, 리스크 등이 밝혀질 수 있지만, 일머리를 밝히지 않고 시간과 비용 등을 관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프로젝트의 전체 일머리를 쪼개어 나아가며 그 정체를 밝히는 일을 제일 먼저 수행해야 합니다.



WBS(Work Breakdown Structure)


PMBOK에서는 WBS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The WBS is a hierarchical decomposition of the total scope of work to be carried out by the project team to accomplish the project objectives and create the required deliverables."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hierarchical, decomposition, deliverable입니다. Hierarchical이란 말은 위계적인 계층 구조로서 최상위층 레벨 0에 최종산출물(final deliverable)을 두고 그다음 레벨 1에 최종산출물을 구성하는 주요 산출물, 그 아래 레벨 2에 세부 산출물, 그다음 레벌 3에 상세 산출물 등으로 프로젝트의 복잡도에 따라 더 상세한 산출물들로 쪼개어 내려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Decomposition이라는 말은 이런 계층적 구조에서 상부 산출물을 좀 더 다루기 쉬운 여러 개의 하부 산출물들로 쪼개는 것을 의미합니다. Deliverable은 활동(activity)이 아닌 구체적으로 요구되는 세부 목표물(target)로써 창출되어야 할 산출물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위계적으로 세부 산출물들로 분해된 WBS 상에서 가장 말단에 있는 산출물을 워크패키지(work package)라고 부릅니다. 이 워크패키지를 완성하기 위해서 추후에 다시 활동(activity)들로 분해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게 되고, 활동이 규명된 후에야 시간과 스케줄 관리가 가능해지게 됩니다. 즉 WBS에서는 프로젝트를 효과적(effective)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 활동(activity)이 아닌 산출물(deliverable) 개념으로 일머리를 쪼개어 나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Rolling Wave Planning


그런데 프로젝트 전체에 대해서 이와 같이 세부 산출물들로 쪼개는 작업이 프로젝트 시작 시점에 실제로 가능한가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예를 들어 불확실성(uncertainty)이 상당히 높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WBS의 모든 세부 산출물들의 정체를 애초에 밝혀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rolling wave planning’이라는 개념이 나오게 됩니다. Rolling wave planning이란 단기에 대해서는(in the near term) 상세하게(in detail) 일머리를 풀어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다소 먼 미래에 대해서는(in the future) 불확실한 정보로 인하여 상세하게 쪼개지 못하는 경우 상위 수준으로(at a higher level) 남겨두고서, 이후에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감에 따라 해당 정보가 획득됨에 따라 그에 맞추어 나머지 세부 산출물들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를 다른 말로 계획의 점진적 구체화(progressive elaboration)라고도 부릅니다. 

점진적 구체화 작업의 주기는 프로젝트의 규모, 특성, 불확실성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WBS의 점진적 구체화 주기는 프로젝트 규모나 불확실도에 따라 월, 분기, 반기, 년 단위인 시간을 기준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년짜리 프로젝트라면 년 단위로 단기(near term)를 정할 수도 있고, 1년짜리 프로젝트라면 분기나 월 단위로 단기를 정할 수도 있습니다. 즉 해당 시점에서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수준까지만 상세하게 쪼개고, 그 이후 미래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밝히는 것이 어려울 경우 규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밝힌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당연히 프로젝트를 최초에 기획하는 시점에서는 상위 수준의 일머리(high-level work scope)에 대한 분해 전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프로젝트 출발의 논리적 타당성과 진행과정의 큰 그림에 대한 합의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Rolling wave planning이라는 것을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부둣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저 멀리 수평선에서 배가 한 척 나타났다고 했을 때 그 상태에서 배라는 정체는 알 수 있지만 어떤 배인지 그 배의 형태와 구조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흔들리는 파도(rolling wave)를 따라 배가 부둣가로 다가올수록 그 배의 정체가 점점 밝혀지고, 그 배가 부둣가 앞으로 도달했을 때 그 배의 전모가 드러나는 것과 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정체가 점진적으로 밝혀져 나가는 과정으로 묘사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예를 들어 최초에 불확실성이 75%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최초에 계획을 확실하게 규명할 수 있는 25% 부분에 대해서는 출발 시점 때 상세하게 일머리의 정체를 밝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최초에 구체적으로 정체가 밝혀진 25%의 상세 플랜을 가지고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해당 부분이 거의 완료되는 시점에 다다르게 되면 충분한 정보가 획득되어 프로젝트 수행 당사자가 다음 25%에 대해서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므로 그제야 완료된 부분을 기준으로 그다음의 25%에 대해서 다시 플랜의 상세화가 가능해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시점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장 완벽한 WBS가 완성되게 됩니다. 이렇게 최초에 불확실했던 부분들(uncertainties)을 확실한 부분들(certainties)로 밝혀나가는 과정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점진적 구체화라는 것은 플래닝(planning)을 최초에 한번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플래닝 프로세스를 연속적으로 주기적으로 반복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완전한 플랜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즉 프로젝트 종료 시점 때 가장 완벽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플랜이 완성될 수 있으므로 R&D 프로젝트와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프로젝트의 경우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플랜(PM plan)’을 최초에 제시하는 개시물(開始物)로 보기보다는 종료 시점 때 도출되는 최종 성과물 중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불확실성이 아주 낮은 차년도 현대자동차 소나타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알려지지 않은 부분(unknowns)은 10%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전 모델 개발 시 최종 도출되었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플랜을 일부 보완하여 프로젝트 시작 시점 때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자동차를 최초로 개발하는 어떤 나라에서 자동차의 개념만을 가지고 자동차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프로젝트 개시 시점에 완벽한 플랜을 수립하고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최초에 정체가 거의 모두 밝혀질 수 있는 프로젝트는 waterfall planning 기법으로 프로젝트 개시 시점 때 상세 계획을 완벽하게 수립하여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개발 과정을 통하여 최종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성실이란?


점진적 구체화 과정은 성실이라는 개념과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성실이란 무엇일까요? 대게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는 것을 성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작정 열심히 부지런히만 한다고 성실이 아닙니다. 성실(誠實)이란 말(言)한 대로 이루어서(成) 결과물(實)을 산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말(言)은 약속을 의미하고, 결과물(實)을 산출하는 것은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어떤 약속을 하고서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성실입니다. 그럼 약속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요? 불확실성이 아주 높은 프로젝트의 경우 최초에 모든 부분에 대해 약속할 수 있을까요? 가보지도 않은 길인데 어떻게 모든 길에 대해 가보겠다고 약속을 할 수 있을까요? 약속은 지킬 수 있는 수준까지만 했을 때 그 약속의 실효성이 있습니다. 즉 과제 수행 현 시점을 기준으로 미래의 어느 시점까지 지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약속을 한 다음, 그 약속을 이루어 지켰는지에 대한 여부를 통하여 성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어디까지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다음으론 결과물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중요합니다. 사과를 키울 때 사과나무 가지에 모두 튼실하고 맛있는 사과만 열리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과나무에 사과 개체들이 생기고 자라는 과정에서 가지 상에 실한 것도 생기지만 썩거나 못생긴 사과들도 자라게 됩니다. 그럴 때 사과를 경작하는 농부는 부실한 사과들을 솎아냄으로써 한 가지 상에 적당한 수의 개체만 자라게 합니다. 만약 한 가지에 너무 많은 개체가 자라게 되면 오히려 각 개체별로 영양분이 충분히 가지 못해 실한 사과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사과들로 인해 가지가 부러져 제대로 과실(果實)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튼실한 사과를 성공이라고 부르고, 썩고 못난 사과를 실패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과연 썩고 못난 사과가 실패한 결과물인가요? 이와 같이 어떤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수행해서 결과물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것도 그렇지 못한 것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은 제대로 된 것들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결과물을 단순히 성공과 실패로 구분하여 바라보는 이분법적 관점보다는 실패한 결과물도 또 하나의 가치 있는 결실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결국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므로. 

성실성은 ‘계획 대비 실행(plan vs. actual)’ 여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계획 대비 결과’가 아니라. 자꾸 계획 대비 결과로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에 관점의 맥을 놓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여 상호 약속을 한 후 그 계획에 따라 일이 실행되었다면 비록 성공적인 결과가 산출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성실히 수행한 것, 즉 약속을 지킨 것으로 봐야 합니다.



성공의 기준


굳이 성공의 기준을 적용하려 한다면 합리적인 잣대를 들이대야 합니다. 세상 모든 군집은 정규분포를 띄고 있습니다. 성공의 기준을 정규분포곡선의 우측 표준편차 영역까지만 적용한다면 열 중 한둘 정도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좌측 표준편차 부분만을 제외하고 모두 성공한 것으로 본다면 십중팔구(十中八九)는 모두 성공한 걸로 칠 수 있을 것입니다. 좌측 표준편차 부분으로 실패의 잣대를 삼고 프로젝트의 결과를 평가하여 프로젝트의 성공확률을 뽑아낸다면 그 수치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규분포곡선의 우측 귀퉁이 부분을 차지하는 일명 성공의 결과물들이 있기 위해서는 그 나머지 성공하지 못한 것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그 모두를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런 실패한 결과들이 쌓여서 그 경험들(lessons-learned)이 기록보관(archive)되고 널리 공유되어야 비로소 성공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실패의 자산화’라고 부릅니다. 

백 마리 실험 쥐 중 항상 기생하는 열 마리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 열 마리가 싫어서 들어내면 아흔 마리 중 기생하는 아홉 마리가 또 생기게 됩니다. 이것이 자연법칙입니다. 그런데 그 아홉 마리가 정말 기생하는 개체일까요? 전체가 존재하게 하기 위한 버팀목은 아닐까요? 그 버팀목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한다면 그 버팀목이 자양분이 되어 사과나무 전체가 쑥쑥 자라 튼실하고 맛있는 사과를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길을 가려면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가야 합니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가는 것을 성실이라고 합니다. 방향을 잘못 잡고 부지런히 가는 것은 성실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전에서 서울로 가려면 방향을 북쪽으로 잡고 가면 됩니다. 걸어가든, 자전거를 타고 가든, 기차를 타고 가든 그것은 방법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만약 남쪽 방향을 잡고 가면 열심히 갈수록 목표지점인 서울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엔 성실하다고 하지 않고 어리석다고 합니다.



실패 용인을 넘어 실패 권장으로


실패를 용인하면 제대로 된 research 활동들이 유도될 것입니다. 변경을 용인하면 제대로 된 development 활동들 또한 유도될 것입니다. 그런데 용인하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용인이란 말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고 용서한다’는 뜻입니다. 잘못하더라도 봐주겠다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까? 용인이 아니라 권장하는 수준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실패를 권장하면 적극적인 research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변경을 권장하면 적극적인 development 또한 활성화될 것입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실패를 권장하는 수준으로 나아간다면 실패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실패를 즐김으로써 도전적인 research 활동들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변경을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변경을 권장하는 수준으로 나아간다면 변경을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변경을 즐김으로써 다이내믹한 development 활동들 또한 여기저기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신바람 나는 놀이터


혁신적인 작품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 생태계가 혁신되어야 합니다. 매일 출근하는 일터를 신바람 나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신바람 나는 일터! 그런 게 어디 있어?”라고 하겠지만 미국 시애틀에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명소인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Pike Place Fish Market)’이 그런 곳입니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라는 책이 쓰인 배경이기도 합니다. 어두침침하고 비린내 나는 일반 어시장과는 달리 그곳에서는 항상 활기가 넘칩니다. 생선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던져져 휭휭 날아다니며, 손님들이 날아오는 생선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퍼포먼스가 일상으로 벌어지곤 합니다. 어느 날 한 종업원이 손님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큰 소리로 외칠 테니 모두 함께 그 주문을 큰 소리로 따라 외쳐보자는 제안을 시작으로 그와 같은 마술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어떻게 대할 것이지를 먼저 스스로 선택하고(Choose Your Attitude), 생선 파는 일을 직원들과 함께 놀이로 승화시키며(Play), 그 놀이를 고객들과 함께 나누어 그들의 날을 만들어줌으로써(Make Their Day),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그 자체(Be There)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기 시작함에 따라 그와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와 유사한 곳이 또 있습니다.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구글. 회사 분위기를 보면 거의 놀이터와 다름이 없습니다. 출퇴근 시간은 당연히 정해져 있지 않고, 근무 환경 또한 아주 자유롭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곳곳에 비치된 스낵바, 고급호텔 수준의 뷔페식 레스토랑,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 최신 IT 비품을 24시간 지원해 주는 테크샵, 다양한 사내 의료서비스, 눈치 보지 않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3개월 무급 휴가, 남녀 모두에게 주어지는 장기출산휴가 등의 다양한 서비스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본업에 오롯이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신경 써야 할 사사로운 일들로 인해 정작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납니다. 그런 잡다한 일들에 대한 신경을 최소화함으로써 애로를 느끼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취지일 것입니다. 구글은 모든 직원들로 하여금 ‘무엇(Mission)을 어떻게(Code of Conduct) 할 것인가?’에만 몰입하게 합니다. 구글의 미션(Goggle Mission)을 제일 큰 엄브렐러(umbrella)로 하고, 그 아래 프로덕트에 대한 미션(Product Area Mission), 그 프로덕트를 창출하기 위해 일하는 팀들에 대한 미션(Team Mission), 그리고 각 개인에 대한 미션(Personal Mission)으로 일련의 미션 체계(Mission System)를 구성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미션에 집중함으로써 공동의 미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션 집중에 방해되는 부수적인 것들은 계속해서 배제해 나가며 최상의 근무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각 구성원들이 신바람 나게 자신의 미션 실현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직장 일과 상관없이 우연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개인적으로 특허 출원을 하면 될까요? 직장마다 다르겠지만 특히 국가출원연구소와 같은 공공기관에 몸담고 있는 직원이라면 이런 경우 개인적으로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됩니다. 이런 경우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디어지만 아내나 자녀 이름으로 특허를 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출원하는 특허는 직장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인데 자진해서 합니다. 그런데 직장 일로 출원하는 특허는 어떻습니까? 매년 성과를 내야 하니 억지로 쥐어짜 내듯이 필요 없을 것 같은 특허라도 낼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내야 하는 성과를 내지 않으면 자신의 인사고과에 문제가 생기므로. 같은 특허출원이라는 일인데 전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진해서 스스로 하는 일이지만 후자는 누군가가 시키니 할 수 없이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내 것이냐 네 것이냐’에 그 차이가 있습니다. 내 것과 네 것에 구분 없이 만약 먹고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롯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게 불가능한 일인가요?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아마도 구글과 같은 기업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있진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세계 최고 기업,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취업 희망 1순위 기업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네 일을 내 일과 같이 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직장.



운 발동 기제(Fortune Driving Mechanism)


대부분 사람들은 운이 우연히 찾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결과에는 어떤 연유가 있듯이 운이 오는 데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인과관계를 풀어보면 운이 오는 메커니즘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좋으면 기분도 좋아집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운이 잘 돕니다. 운이 잘 돌면 명도 길어집니다. 그러나 반대로 마음이 고약해지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기분이 나빠지면 운도 잘 돌지 않고 꺾여 막혀버립니다. 운이 막혀버리면 명을 재촉하게 됩니다. 마음이 긍정적인데 부정적인 기가 일어날 리 없고, 기가 긍정적인데 부정적인 불운이 올 리 없습니다. 즉 심(心)은 기(氣)를 부르고, 기(氣)는 운(氣)을 부르고, 운(氣)은 명(命)을 부릅니다. 심기(心氣), 기운(氣運), 운명(運命)은 서로 이렇게 연결되어 돌아갑니다. 심기, 기운, 운명이라는 단어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소확행, SNS, WiFi와 같은 단어들이 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져 불리듯이 이것들도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내 일과 같이 대하는 마음으로부터 결국 운은 유도됩니다. 모두가 자신의 경험을 주위와 나누겠다는 공유의 마음과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이가 주어진 일을 자기 일 인양 두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나서는 협업의 마음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놀이터 문화(Playground Culture). 실패와 변경을 꺼리는 부정적인 마음보다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밑거름으로 바라보고 서로 북돋아주며 권장하는 스폰서십(sponsorship)이 지배하는 구조. 그런 놀이터 문화와 스폰서십 지배구조 위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프로젝트 비전을 공유하고 성공을 향한 열망으로 똘똘 뭉쳐진 팀워크로 상생(win-win)의 마음이 발동함으로써 고퀄리티(High Quality)의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러한 상생의 고퀄리티 생태계 속에선 하는 일마다 모두 놀이가 되어 신바람의 기가 일어나 사기(Morale)가 하늘을 찌르게 되므로 없던 운도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기운은 결국 모두가 함께 나누고도 남을 만큼의 더 많은 생산(Higher Production)으로 귀결하게 됩니다. 너와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마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딛고 서 있는 텃밭입니다. 텃밭이 옥토고 그곳에 신명 나게 씨앗을 뿌린다면 풍작은 저절로 거두게 됩니다.    




성공 시스템의 핵심


세상은 너무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모든 규제와 절차는 점점 더 촘촘해지고 더 복잡하게 만들어지지만 오히려 이런 행위가 효율을 더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가는 듯합니다.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복잡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단순하게 만들려면 맥을 짚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잡스는 단순함은 산도 옮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단순할수록 효과성은 비례해서 높아집니다. 복잡해지면 그 혼잡함으로 인하여 봐야 할 바를 놓치고 좌충우돌하다 결국 방향을 잃게 됩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한 획을 그은 프레드릭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는 동물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고안한 ‘스키너 박스(Skinner Box)’ 실험에서 박스 내에 가두어 굶긴 배고픈 생쥐가 갖가지 행동을 하다가 우연히 지렛대를 눌렀을 때 먹이가 나오게 하면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기 시작하고, 먹이가 나오지 않는 경우보다 나오는 경우 그 빈도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그는 동물은 어떤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지면 그 행동을 계속하고, 아무런 보상이 없거나 처벌을 받게 되면 그 행동을 중단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근과 채찍은 말에게나 쓰는 것이지 사람에게 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을 개나 말로 본다면 모를까. 일을 잘해서 성과급을 천만 원을 처음 줄 때는 약발이 먹힙니다. 그런데 같은 금액을 반복해서 주면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습니다. 그러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약발이 먹힙니다. 그러나 인센티브의 증가폭이 크지 않으면 그 약발도 크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현대사회 속의 이런 우리를 빗대어 스키너 박스 안의 배부른 생쥐와 같다고 비유합니다. 배부른 생쥐에게서는 주어지는 보상이 아주 크지 않으면 더 이상 지렛대를 누르는 행위가 유발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행위가 보상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스스로 일어나게 해야 합니다.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는 욕구단계설에서 인간의 욕구는 욕구의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소속과 사랑의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로 위계적 단계를 이룬다고 주장했습니다. 생리적 욕구는 먹고 입는 것에 해당되고, 안전의 욕구는 안정된 주거 또는 복지와 같은 것에 해당됩니다. 소속과 사랑의 욕구는 직장과 가정 등에 소속되어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에 해당되고, 존경의 욕구는 그렇게 소속된 사회 속에서 존경을 받는 위치까지 오르는 출세와 명예와 같은 것에 해당됩니다. 1단계 생리적 욕구부터 4단계 존경의 욕구는 ‘결핍의 욕구’로서 부귀영화와 같이 바깥으로부터 구하는 것이 내 안으로 들어와 채워졌을 때 만족감이 느껴지는 욕구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마지막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는 ‘성장의 욕구’로서 매일매일 성장해 가는 그 자체를 즐기며 그렇게 내 안으로부터 이루어진 성장이 바깥세상을 위해 쓰일 때 보람과 행복감이 느껴지는 욕구입니다. 즉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통한 성장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쓰임새를 통한 존재이유를 찾고자 하는 욕구에 해당됩니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데 동의하십니까? 돈에 목매어 일하는 존재가 어떻게 만물의 영장일 수 있을까요. 재물, 인기, 출세, 명예 따위가 목적이 되면 그런 것들이 자신을 가지고 노는 노예 꼴이 됩니다. 돈이 나를 가지고 놀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어 돈을 가지고 놀아야 합니다. 뭔가가 주어졌을 때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 뭔가가 당신을 조종하는 것입니다. 주인과 노예의 차이는 당당함과 비굴함에 있습니다. 그 뭔가 때문에 비굴해지면 노예지만, 그 어떤 것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당당하게 하고자 하는 바를 그냥 해 나아간다면 그를 주인이라고 합니다. 

무소유를 대부분 소유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재물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무소유란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 일정한 소유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소유를 하되 그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무소유입니다. 소유에 집착하게 되면 원하는 만큼 가지기 위해 애를 써야 하고, 애를 썼는데도 원하는 만큼 가지지 못하게 되면 괴로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소유에 관심이 없으면 괴로울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소유에 괘념치 않고 하고자 하는 일을 그냥 해 나가다 보면 그 일에 익숙 통달해져 결국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전문가로 성장하게 되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존재로 어딘가에 쓰이게 됩니다. 그렇게 쓰이다 보면 먹고사는 데 필요한 것은 저절로 뒤따라오게 됩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껄떡이지 않고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하고자 바를 해 나아가는 당당한 나로 우뚝 섰을 때 이것을 자아실현이라고 합니다. 

군에서 산행을 하는 것은 아주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군을 제대하고 사회에 나와 산행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같은 산행인데 하나는 괴로운 일이고, 다른 하나는 즐거운 일인 이유는 하나는 하기 싫은데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이지만, 다른 하나는 내가 하고자 해서 스스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종관계에 따라 좋고 싫음이 구분됩니다. 스스로 원해서 일을 하면 주인이지만, 누군가 시켜서 일을 하면 종이 됩니다. 직장에 출근해서 돈 때문에 그 일을 하면 돈이 주인이고 자신이 종이 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 일을 스스로 하는데 덤으로 돈이 생기면 내가 주인이고 돈이 종이 되는 것입니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연봉 1억 원을 주는 직장과 하고 싶은 일인데 연봉 5천만 원을 주는 직장 중 어느 곳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대부분 전자를 택하겠지요. 그래서 괴롭게 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짧게 보면 전자가 좋아 보이지만, 길게 보면 후자가 훨씬 더 이득입니다. 하기 싫은 일은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지만, 하고 싶은 일은 즐겁게 하다 보면 신바람이 나서 그 일을 더 잘하게 되고 결국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로 우뚝 서 그 값어치가 남다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스키너 박스 속의 생쥐가 아닙니다. 어느 누구도 먹이와 같은 원초적인 것에 놀아나는 생쥐로 대접받기를 원하진 않습니다. 먹이로 행위가 유발되듯이 더 이상 인센티브로 동기가 유발되진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배고픔의 절대적 빈곤 문제에서 벗어난 배부른 생쥐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생쥐보다는 좀 더 나은 존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므로 결핍의 욕구가 충족되는 단계보다는 성장의 욕구 단계로 나아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생태계의 조성이 필요합니다. 어느 누구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그 능력을 세상을 위해 펼칠 수 있는 놀이터가 조성된다면 그 속에서 누구나가 지금보다 더 나은 일을 도모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조해 나갈 것입니다. 당근과 채찍으로 푸대접하기보다는 각 구성원들을 그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는 기여자로 소중히 대한다면.

군대에서 철야행군을 할 때 무거운 군장을 메고 그 먼 길을 갈 수 있는 이유는 함께 가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혼자라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고, 함께 가면 오래 갈 수 있습니다. 함께 가면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고, 함께 가면 바르게 갈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생각해서 간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헤매지 않고 즐겁게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 03화 도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