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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라 Jun 07. 2024

불확실성(Uncertainties)

R&D의 개념에 대하여

불확실성에 성실하게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불확실성과 성실, 그리고 도전에 대한 개념을 파악해야 합니다.

연구개발이란 불확실한 부분을 걷어내 확실하게 밝혀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ment)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파악함으로써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방법에 대하여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개발, 즉 R&D(research and development)란 사전적으로는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나 원리를 탐색하고 해명하여 그 성과를 창출해 내는 일'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의미로는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What is Research?


연구란 무엇일까요? Re-search란 무엇일까요? 넓은 해운대 모래사장 어딘가에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그 보물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보물이 나올 때까지 파보면 되겠지요. 즉, research란 나올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re-) 찾는다(search)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복해서 찾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팠던 곳에서 보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팠던 자리를 표시를 해두어야겠지요. 그리고 다른 곳을 또 파면되겠지요. 

그런데 실제 우리의 연구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요? 팠던 곳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하고 있나요? 만약 한 동네에서는 자기가 팠던 곳을 다른 동료가 다시 파지 않도록 표시를 해두는 반면, 다른 동네에서는 자신의 과오를 숨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팠던 곳을 감추고 있다면 어느 동네에서 먼저 보물을 찾게 될까요? 당연 전자겠지요. 팠던 자리를 알려 함께 공유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만 자신에게도 또한 도움이 됩니다. 팠던 곳을 표시해 두지 않으면 자신 또한 그 자리를 다시 팔 공산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많이 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말에 공감하실 겁니다. 자신이 했던 연구를 정확하게 기록해 두지 않은 경우 시간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예전에 했던 실험을 다시 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보물 찾기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또 뭐가 있을까요? 보물을 찾아 함께 나누려 하지 않고 자신이 독점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을 모두 가지고 함께 파나 간다면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모든 곳을 파헤치겠지요. 진행 사항이나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고 나 혼자만 알고 있겠다는 이기심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리사욕이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보물 찾는 것을 더디게 하는 것은 보물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나왔다고 허위로 알리는 행위일 것입니다. 허위의 연구결과를 알림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그 결과를 활용하려 할 때 재현이 되지 않거나 다음 연구로 연계하려 할 때 그러한 허위사실로 인하여 연구를 번복하거나 연구 진행 속도를 더디게 하는 일이 있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위 결과를 알리는 행위는 실패를 감추는 행위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허위 연구결과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는 매년 성과를 독촉하는 사회적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유


그러므로 팠던 자리를 표시해서 서로 알게 하는 행위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공유(sharing)의 개념입니다. 글로벌 표준 PMBOK는 약 50 개 수준의 프로세스들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프로세스에는 입력물(input)이 들어가서 출력물(output)이 나오는 구조이며, 각 프로세스의 출력물은 그다음 프로세스의 입력물로 활용됩니다. 그런데 약 50 개에 육박하는 모든 프로세스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입력물이 있습니다. 하나는 조직프로세스자산(OPA, organizational process assets)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환경요소(EEF, enterprise environmental factors)라는 것입니다. 즉, 아무리 프로세스를 잘 꾸려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더라도 이 두 가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소리입니다. 즉 이 둘은 약방의 감초인 셈입니다.

OPA가 중요한 이유는 조직 내에 지적 자산이 제대로 아카이빙(archiving)되고 있는지 여부에 있습니다. 여기서 아카이빙이란 도서관 책꽂이에 책에 라벨을 붙여 비치한다는 뜻으로, 자료를 아무렇게나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알아볼 수 있도록 정보 검색이 용이하게 정리하여 보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각 개인의 지식이나 경험을 기록하여 다른 사람들이 언제든지 참조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문화와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은 re-search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절실히 필요합니다. 

PMBOK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lessons-learned'라는 용어는 ‘교훈’이라는 용어로 단순하게 해석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즉, 성공했든 실패했든, 혹은 진행 중이든 완료되었든 간에 한 개인이 새롭게 알게 된 정보나 경험치를 통칭하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lessons-learned가 함께 공유되어 활용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용인’이라는 말은 프로젝트 진행을 주문한 스폰서가 프로젝트 수행자를 봐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용인하는 수준으로는 정보가 적극적으로 공유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용인이 아니라 실패가 적극 권장되고 홍보되는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서로가 실패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What is Development?


개발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영어 어원사전(www.etymonline.com)에 따르면 develop은 고대 불어(Old French) des-("undo")와 veloper("wrap up")에서 합성되어 만들어진 단어로써 뭔가로 덮여 가려져 있던 것을 벗겨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모터쇼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모델 자동차가 베일을 벗겨내면서 그 형체를 드러내듯이, 다양한 요소기술들을 조합하여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작품(product)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업


Research는 세부 요소기술에 있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찾아나가는 경우를 의미하지만, development는 다양한 개별 요소기술들의 융합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지식과 기술을 가진 다수의 전문가들의 협업이 없이는 제대로 된 결과물을 창출하는 것이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 전문가가 혼자서 스마트폰을 처음 구상하여 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휴대폰 분야는 프로페셔널한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겠지만, 컴퓨터, 카메라, MP3 player, 내비게이션 등의 기타 분야에 대해서는 혼자서 아무리 공부를 해서 개발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아마추어 수준 밖에 구현할 수 없으므로 최종적으로는 아마추어 수준의 스마트폰을 개발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프로페셔널한 수준의 완성도가 높은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싶다면 휴대폰, 컴퓨터, 카메라, MP3 player, 내비게이션 등 각 파트의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효과적인 development를 위하여 PM 체계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요소가 기업환경요소(EEF)입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개발 품목일수록 최초에 한 번의 설계 계획으로 완성품이 창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완성 과정에서 계획의 변경에 대하여 열려 있는 지배구조(governance)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계획 변경을 ‘용인’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적극 관리 ‘활용’하는 수준으로 나아간다면 개발과정이 더 다이내믹하게 이루어져 궁극적으로 원하는 수준의 개발품을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배려, 협조,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직문화의 조성이 필요합니다. 조직구조의 문제는 프로젝트팀 문제와 직결됩니다. 개발 과정은 하나의 프로젝트 팀이 모두 함께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상호의존적 창의력을 이끌어내 구현하는 것입니다. 만약 팀워크가 이루어지지 않는 체제라면 원활한 개발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팀이란 하나의 목표를 세워 공동 작업을 통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팀 구성원들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개인들의 집합체입니다. 한 개인이 낼 수 있는 결과를 1이라고 하면 두 사람의 경우 정상일 때는 1+1이 2이지만 효과적인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1+1이 2 이상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시너지 효과라고 부릅니다. 즉 협업을 통하여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때 팀의 존재가 유효한 것입니다. 만약 1+1이 2 이하가 된다면 굳이 함께 할 이유가 없습니다. 팀 구성원들이 서로 한 발씩 물러나 양보하고 타협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팀 구성원들의 차이점을 인정을 넘어 존중하는 수준까지 이른다면 각 구성원들마다의 주특기를 서로 공유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요즘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이를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물론 사람들이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능력 향상 속도는 어떻습니까? 대부분 인간들의 역량은 투입되는 시간 대비 최초에는 증가하는 듯하다가 점점 정체하는 곡선을 그립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한계체감곡선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한계체감곡선의 역량을 가지는 인간들이 모여 어떻게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을 개발해 내는 것일까요? 이는 시너지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각자 한계체감곡선의 역량을 가지는 인간들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모여 각자의 창의력을 융합하여 1+1이 2 이상의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면 기하급수적인 곡선의 결과 값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1+1이 3이 된다고 가정하면 시너지인자(f_syn)는 1.5가 되고 융합되는 사람들의 숫자(x)가 많아질수록 지수 함수적(y ∼ f_syn^(x-1))으로 증가하는 가파른 슬로프의 시너지 곡선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합니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장작만 있다고 해서 모닥불을 피울 수 있을까요? 아무리 장작이 많아도 거기에 불을 댕겨보세요. 불이 붙을까요? 애만 쓰지 결국에 불이 붙지 않습니다. 장작에 불이 붙으려면 먼저 불쏘시개가 필요합니다. 불쏘시개에 불을 댕겨 불씨가 만들어지고 그 위에 잔가지를 올려 밑불이 붙으면 결국 그 위에 장작을 올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불쏘시개를 우리는 엑스트라라고 부르고, 밑불을 조연배우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모두가 장작인 주연배우만 되려고 합니다. 그래서 모닥불이 붙지 않는 겁니다. 모닥불을 붙이기 위해선 불쏘시개와 밑불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런 허드렛일을 하는 엑스트라와 같은 분들과 빛이 나지 않는 조연역할을 하는 분들을 모두 주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조성된다면 각자의 역할(role)로 불을 붙여 책임(responsibility)을 다하는 일이 일어나 활활 타오르는 결과물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입되더라도,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적임자가 아니라면, 그리고 그들이 구성하는 프로젝트 팀이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똘똘 뭉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나오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투입된 프로젝트팀이 진짜 팀인가요, 아니면 그냥 흉내만 내는 가짜 팀인가요? 남들이 보기엔 오합지졸 같지만 각자가 맡은 바를 함께 하나의 팀으로 의기투합한다면 진짜 팀일 것이고, 아무리 잘난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라 하더라도 기름과 물이 섞이지 않듯이 각자가 따로국밥이라면 이는 가짜 팀일 것입니다. 그런 가짜 팀에 지금 속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힘만 들지 결국 원하는 결과물을 얻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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