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앤 Sep 25. 2024

피부에 관심 가진 게 도대체 몇 년 만이야

추석 때 피부과 의사인 동생이 왔다.


각종 피부 문제와 시술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그런데 기미가 대체 뭐야?"


"음, 일종의 색소 침착인데 주근깨랑은 달리 띠처럼 형성되거나, 얼룩덜룩하고 거뭇거뭇하게 모여 있는 거야."


"왜 생기는데?"


"자외선 영향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유전적인 영향이 커."



기미가 뭐냐고 묻는 물음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집 여자들에겐 피부 부심이 있다.


유전적으로 별 트러블 없는 피부를 타고나서인지, 살면서 피부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화장도 매우 귀찮아해서 출근할 때만 겨우 했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전업 주부가 되고선, 진짜로 세수도 안 했다.


세수를 안 하니 얼굴에 그 무엇도 안 바른 건 당연했다.



"언니, 로션 진짜 하나도 없어?"


"있는데 엄청 오래 됨."



동네 언니들로부터 너는 나이도 어린데 피부가 왜 이렇게 푸석푸석해 보이냐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충격받았지만, 늘 귀찮음이 충격을 이기곤 했다.


게다가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물을 많이 마시니 피부에도 좋을 거라며 퉁치고 넘어갔다.


그러다 이번 추석에 동생을 만나면서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언니, 소모품 안 드는 레이저는 내 얼굴에 실험 삼아 맘껏 해보거든? 그랬더니 원래도 좋았지만 피부가 더 좋아짐."


"헐, 대박이네."


곱게 화장한 줄 알았던 동생의 얼굴이 사실은 선크림밖에 안 바른 얼굴이었음에 진심으로 놀랐다.


역시, 이래서 피부과 관리는 한번 받으면 못 끊는다는 건가.


그래서 연예인들은 TV에서 갓 세수하고 나와도 그렇게 예쁜 거구나.


가까이 살면 나도 맨날 가서 소모품 안 드는 레이저 해달라고 할텐데, 처음으로 제주도 사는 게 원통하게 느껴졌다.


동생은 피부과 의사답게 언니 피부를 생각해서 각종 팩과 패치들을 선물로 챙겨왔다.


그 중엔 1장에 4만원짜리 마스크팩도 있었다.


나라면 절대 사지도, 하지도 않을 것들.


어차피 안 할 텐데, 라며 입을 비죽거렸지만 어느 새 귀는 동생의 설명에 쫑긋 치켜올라간 게 느껴졌다.


내심 선크림만 발라도 화장한 것 같은 동생 얼굴이 매우 부러웠던 모양이다.


피부과 가서 관리는 받지 못할지언정 동생이 준 화장품이라도 발라봐야지.


오랜만에 자기 전에 세수를 하고 팩을 하고 스킨을 톡톡 두드리고 로션을 발랐다.


아침에 수영 가는 길에는 집에 있던 샘플 선크림을 챙겨가기도 했다.


오, 이 선크림 발림성도 좋고 무척 가벼운데?


샘플이 아니라 본품을 사야겠네, 하고 검색해보았는데 이게 웬 걸.


이 선크림 브랜드는 이미 2018년도에 없어져서 이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었다.


2018년이라니.


이 선크림 샘플... 도대체 언제 받은 게 아직까지 있었던 거지... 최소 6년은 넘었겠네...


그나저나 발랐는데 괜찮은 건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겠네...


역시, 안 하던 짓 하려니 채이는 돌부리가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래도 선크림만 발라도 예쁜 얼굴은 갖고 싶네.


이번엔 충격 요법이 좀 길게 가기를!



이전 02화 탄단지채만 챙기면 되는 거 아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