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카레파였다.
짜장과 카레는 엄마 메뉴든 급식 메뉴든 매우 자주 등장하는 요리였는데, 나는 카레를 훨씬 좋아했다.
짜장보다 카레가 맛이 좀 더 풍부한 느낌이랄까.
향도 그렇고 약간 크리미한 질감도 그렇고 매콤하면서도 짭짤한 것이 짜장보다는 더 내 입맛에 맞았다.
카레 안에 들어간 큼직한 감자와 고기가 제일로 좋았다.
그러다 호빵맨인가,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거기에 카레 우동이 나왔다.
카레는 당연히 라이스 아니었어?
충격.
카레와 면이 만날 수 있다니, 먹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어른이 되고 어느 일식집에서 카레 우동을 먹었을 때, 너무 맛있어서 내 최애 음식으로 등극하고 말았다.
카레에 탱글하고 부드러운 우동 면발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한국 식당에서 카레 우동은 흔하게 접하긴 어려운 메뉴라서 자주 먹기는 어려웠고, 찾아 가서 먹거나, 우연찮게 카레 우동을 메뉴판에서 만나면 꼭 시켜 먹곤 했다. (절대 직접 해 먹을 생각은 안 함.)
오늘은 대자연의 날.
이런 날은 요리하기는 당연히 싫고 먹은 거 설거지하기는 더더욱 싫은 날이다.
나가서 먹어야지.
그것도 맛있고 칼로리 폭발인 음식으로.
혹시 동네에 카레 우동하는 데가 있으려나.
요즘은 배달 앱을 켜서 메뉴를 검색하면 어디서 뭘 하는지 다 알 수 있어 너무나 편리하다.
어머나!
있잖아! 카레 우동 하는 집!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먹으면 될 정도로 동선도 딱 알맞네!
런치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다.
크으.
내가 생각했던 딱 그 카레우동 맛이었다.
면발과 카레 소스는 완벽했는데, 큼직한 감자와 고기가 없어서 감점....
채썬 당근과 양파밖에 없다니요... 너무해....
그래도 오랜만에 카레 우동으로 스트레스 타파 :)
(아.. 사진 보니까 얇은 소고기가 있었군요... 맛있었지만 얇아서 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