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엄마가 물었다. “ChatGPT 어떻게 써?”

기술은 조용히 식구가 된다.

by 베러윤
ChatGPT 좀 깔아줘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새로운 기기를 사는 걸 좋아하지만 신기술은 늘 저 멀리 있었던 우리 엄마. 60대 중반이 된 엄마가 AI를 언급했다. 그것도 아무렇지 않게 마치 “카카오톡 좀 깔아줘”처럼.


나는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웃음이 났다.

아, 진짜 이젠 전 국민이 GPT를 쓰는 시대구나.



나는 매일 AI를 들여다보며 트렌드를 챙긴다. 인간의 삶에 어떤 형태로 들어오게 될지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들을 만나며, 동료들과 고민하는 나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써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ChatGPT나 미드저니, 클로드, 노트북 LM 등 AI의 많은 툴들은 나에게 너무 익숙하다. 이제는 이름을 다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AI도구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도구들을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평소에 궁금한 걸 물을 때도 매일 매 순간 사용하고 있다.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동료이자, 나의 일 스타일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존재다.


그런데 엄마가 GPT를 깔아달라고 말하는 이 낯선 풍경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놀람이었다. 휴대폰 설정 하나 바꾸는 것도 늘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해달라고 하는 데, 그런 엄마가 스스로 'ChatGPT'라는 단어를 말하다니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엄마 뭐? ChatGPT? 그걸 어떻게 알았어?"
"뉴스에서 봤지. 너도 맨날 한다며."


젊은 사람들만, 직장인만, 사업자만 쓰는 줄 알았던 AI가 이제는 우리 엄마의 손끝에도 닿으려 하고 있는 사실. 이건 단순히 ‘기술의 확산’이 아니었다.

AI란 녀석이 드디어 우리 집 거실까지 들어온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AI를 말할 때 이렇게 묻는다

"그거, 아직은 직장 생활할 때 궁금한 단어 물어볼 때나 쓰는 거 아니에요?"
"일반 사람들이 쓰기에는 아직 기술의 발전이 덜 됐죠."


그럴 때 나는 말한다.

저희 엄마도 쓰세요. ChatGPT


엄마는 지난 유럽 여행에서 ChatGPT를 유용하게 썼다. 길 찾기부터 시작해서, 낯선 도시의 맛집을 찾고, 메뉴를 번역하고, 가볼 만한 곳을 추천받고, 일정까지 조정하는 데 ChatGPT가 꽤 큰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혹시 잘못 누를까 봐 걱정하셨다. 그런데 한두 번 시도해 보니, 너무 편하다고 하셨다.


"좀 더 부드럽게 번역해 줘, 이 문장이 맞아?"라고

말하듯, 묻듯, 엄마만의 방식으로 AI를 다뤘다.


기술에 적응하는 법도, 사람마다 감각적으로 다른다는 걸 엄마를 통해 배웠다. 엄마도 그렇게 AI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가 너무 익숙해진 이 기술을 엄마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히 일상의 일부로 만들고 있었다.



기술은 사람 사이를 흐른다. 사람들의 습관을 타고, 질문을 따라, 점처럼 퍼진다.

그 흐름 속에 엄마도,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기술은 언제나 조용하게 들어온다. 처음에는 특정 그룹의 전유물 같지만 어느 순간 삶의 한 부분이 된다. 엑셀과 PPT가 나올 때 일부 직장인만 썼다.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컴퓨터로 표를 만드는 시대다. 스마트폰도 그랬다. 첫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던 삼성폰이 생각난다. 그때는 컴퓨터에 연결해 프로그램을 하나씩 깔아가며 썼다. 이 불편한 게 앞으로 세상을 지배한다고? 싶었는데, 기술은 발전하고 사람들이 쓰기 시작하며 이제 스마트폰 없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AI도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일부의 사람들은 '아직 우리의 삶 안에 깊숙이 오기 까지는 아직 멀었다.'라고는 하지만 우리 엄마 손 안까지 들어온 것을 보면서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업무 특성상 미래를 기획하는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곤 한다.


'AI는 어디까지 일상에 들어올 수 있을까?'
'이 거대한 변화가 어떻게 설계해 되어야, 이 변화가 모두에게 의미 있게 작동할 수 있을까?'


이제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 보다, 그 기술이 누구의 손에, 어떤 방식으로 들어가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속 어플 중 하나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경험들이 쌓다 보면 언젠가 AI는 우리와 함께 사는 존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AI도 식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식구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나누는 존재다. 그런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 AI에게 때론 내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고, 위로도 받으며, 정보를 주고받고, 여행을 갈 때도 도움을 받고, 대화를 나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기술이 식구로 들어오는 장면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구를 넘어서, 마음을 나누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 AI는 더 이상 차가운 기술 너머에 머물지 않는다.


AI는 이미 ‘도구’에서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 기술은 언제나 그렇듯 조용히, 그리고 익숙할 만큼 가까운 곳에서 변화를 시작한다. 갑자기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우리의 작은 습관 하나가 바뀌는 순간부터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스며든다.


나는 오늘도 기획자의 시선으로 새로운 기술과 삶의 경계 위에서 조용히 사람들을 관찰한다. 기술이 사람의 삶에 어떻게 들어오고 있는지, 그 접점에서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하루하루의 일상을 바라본다.




엄마의 손에 AI의 기술이 쥐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 묻는다.


기술은 어디까지 사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


앞으로 내가 설계해야 할 것은 기술의 기능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 곁에 어떻게 머무를 것인가에 대한 방식이다. 관계가 되는 기술, 삶이 되는 기술.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갈 나만의 AI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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