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배움의 경계에 서 있는 우리
과거에는 스무 살까지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예순, 여든이 되어서도 계속 배워야 하는 시대다.
[생각의 디자인을 주도하라]는 책에 나온 유발하라리의 말이다. 나는 대학만 가면 공부가 끝날 줄 알았다. 그때는 수능이 왜 그렇게 큰 산이었는지, 지금이야 학원이 이른 시간(?)에 끝나지만, 라떼는 말이지, 새벽 1시에도 학원수업이 시작했다. 집에 오면 새벽 2시가 넘는 날이 허다했다. 결론적으로 수시로 학교를 가게 되어서 수능을 보지는 않았다. 힘들게 올라온 산을 넘었으니, 이제 숨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니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부터는 취업을 위한 공부가 시작되었다. 대학교 리포트, 시험, 조별과제를 하면서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 수업들이 한가득이었다. 공부는 끝나지 않았다. 막상 취업을 하고 보니, 이제는 진짜 내가 원하는 공부가 하고 싶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필요해서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대학원에 들어갔다.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12년의 학생 생활 중에 가장 열심히, 가장 즐겁게 다녔던 2년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직장인으로의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는 공부보다는 경험이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을 하리라 마음먹으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새로운 시장의 흐름, 낯선 기술, 낯선 언어들 앞에서 나는 여전히 초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업데이트되는 세상에서, 내가 멈추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모든 기업들이 오프라인 행사에서 SNS로 행사를 옮기던 시기였다. 오프라인 행사 기획을 주로 해왔던 나였지만, 디지털 플랫폼과 알고리즘, 온라인 마케팅 언어를 다시 익혀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APP을 직접 만들고 스토어에 업데이트하며, APP을 통해 마케팅을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웹/앱 서비스 기획자로 전환했다. 그러던 중 메타버스가 등장했다. 게임을 잘하지도 않았던 나는 메타버스가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다시 배워야 했다. 곰곰이 들여다보니 서비스 기획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모든 기획의 핵심포인트였다.
그 뒤로 나는 AI와 로봇 같은 미래 기술을 다루게 되는 기획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발을 디딜 때마다 처음엔 낯설고 너무 두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그 낯섬은 점차 익숙함이 되었고, 두려움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AI는 지금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편리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주변에는 AI시대에 대체될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두려움은 모름에서 비롯된다. 막상 한 걸음 내디뎌 보면, 그 안에 이미 내가 살아왔던 방식, 이미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본질이 숨어 있다. 오프라인 행사 기획자에서 온라인으로 업무를 옮겨갈 때도, 앱 서비스를 기획할 때도, 메타버스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을 때도, AI와 로봇의 분야를 마주할 때도 결국 핵심은 같았다.
사람은 어떻게 경험하고, 어떻게 연결되는가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두려움에 멈춰 서는 순간 배움은 멈춘다. 배움이 멈춰지면 그때부터 진짜 위기가 찾아온다. 기술이 나를 앞지를 뿐만 아니라, 내가 나를 멈추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단순하다.
배우는 순간, 두려움은 호기심으로 바뀌고, 막막함은 가능성으로 전환된다.
최근 신문들을 보면 AI와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들을 참 많이 보게 된다. 바로 이 글을 쓰기 전 보았던 오늘의 기사에서도 ‘미국 스탠퍼드대의 AI일자리 충격 보고서’에 대한 것을 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AI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22~25세 고용이 2022년 말 정점 대비 약 13% 감소했다고 했다. IMF에서도 지난해 1월 ‘AI와 업무의 미래’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일자리 중 40%가 AI에 노출돼 있다”라고 경고했다고 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더 확신했다. 우리는 배워야만 한다.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 일이 아니다. 변화에 맞서 나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AI와 로봇의 분야는 생각보다 정말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너무 벅찰 정도다. 그리고 AI와 로봇이 빠르게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나는 매일 두려움과 호기심의 경계 서있다. 그럴수록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은 ‘멈추지 않는 배움의 태도’란 생각이 든다.
AI시대가 두려운가?
두려워하지 말고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