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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빛승연 Mar 27. 2022

출간 일기 8. 막다른 길: 청천벽력 같던 그녀의 퇴사

목차를 뒤집고 새로 원고를 써 내려가는 일은 상상보다 험난했지만 선인세를 받았기 때문에

그 의무감으로 어떻게든 초고를 완성했고 드디어 '퇴고'라는 길에 들어섰다. 


다들 퇴고가 초고보다 훨씬 힘들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초고 완성하는 데까지가 워낙 

힘들어서 그런지 퇴고하는 게 오히려 나았다. 


처음 출판사와 이야기했던 출판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나도 슬럼프에서 빠져나와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편집자님과 계속 메일을 주고받으며 1장, 1장씩 퇴고를 하던 중에  웬일로 '피드백이 좀 느리네?' 싶던 때가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이틀이면 답장이 왔는데 바쁘신가 하고 생각하고 나도 덕분에 여유를 좀 누리고 있었다. 


일주일 만에 메일을 보냈다고 확인해달라는 편집자님의 연락이 왔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평소 같으면 메일 제목이 <2장 피드백> 뭐 이런 식이 었는데 그날따라 인사로 시작하는 제목이 좀 색다르다고 생각하며 경쾌하게 메일을 열었다. 



출처: Unsplash



그런데 그 메일은 편집자님과의 마지막 메일이 되고 말았다. 


제가 다음 주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메일을 열자마자 시작하는 글... 다음 주에 갑자기 퇴사를 하게 되었다는 편집자님의 말에 그냥 멍- 하게 화면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그 기분이란, 엄마 잃은 아기새가 된 기분이랄까. (다시 생각해도 참 울컥 ㅠㅠ)


파란 펜으로 정성스레 피드백한 나의 샘플 원고를 들고 혜성처럼 내 앞에 나타났던 믿음직스러운 편집자님. 처음부터 지금까지 출판사가 아닌, 편집자님 하나 믿고 책을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혹시라도 이런 경우가 있는지 검색해보니 혼자서 원고를 이어나갔지만 힘들었다는 글, 결국 책을 내지 못했다는 글 등 무척 암울한 글들만 있을 뿐이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

'내 책이 주력상품이 아니라 출판사에서도 이리 손을 놓는 걸까?'

'내가 좀 더 퇴고를 빨리 했더라면 어땠을까'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갈피를 못 잡던 나는 그날 하루를 꼬박 방구석에서 멍 때리다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오후가 다되어 아이들 하원이 다가오면서 문득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Unsplash




용기를 내어 편집자님께 전화를 걸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이어진 말인 즉, 지금 퇴고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단계이니 출판은 무리 없이 될 거다, 아직 후임자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출판사에 인수인계를 잘해두고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에 조금 안심이 되긴 했지만, 후임자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원고가 휴지조각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리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내 책이 정말 나오기는 하는 걸까,

그런 걸까,

몰라 몰라 아몰라.


코로나만큼이나 무서운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초긍정 마인드로 무장하고 

잘될 거라는 주문을 외웠다. 사실 그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기도 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좋아하는 책의 제목처럼 멈추지만 않는다면 도착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후임자가 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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