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한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도 예전에 말했던 것처럼 시험관 시술로 임신을 준비한다고 했다. 아직 난자만 채취한 상태고 올해 하반기에 이식을 준비한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과정 속에서 겹치는 부분도 있고 상당히 다른 방향도 많았다. 그중 하나는 PGT(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라는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벌써 해봤다는 것이다.
PGT는 채취한 난자와 정자로 수정시킨 배아를 자궁에 넣기 전에 배아의 일부 세포를 떼어 염색체 수나 특정 유전자 이상을 확인하는 검사다. 보통 배반포 단계(5~6일 배아)에서 세포 몇 개를 떼어내 검사하고, 그 배아는 동결 후 결과를 보고 다음 주기에 이식한다. 내가 아는 바로는 다음의 경우에 이식 전에 PGT 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반복적인 유산을 경험한 경우
반복적으로 착상에 실패한 경우
고령인 경우(보통 38~40세 이상)
부부 중 특정 유전 질환을 보인 경우
사실 채취 이후에 우리도 정보들을 안 찾아본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정보를 찾아보다 보면 불안해지니까 이름 있는 산부인과 또는 난임센터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지식을 습득해 왔고, PGT가 우리한테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주치의 교수님께 채취 이후 진료 때 여쭤봤다. 교수님은 지금 당장은 굳이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하셨고 우리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기로 해서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바로 이식 단계로 넘어왔다. 교수님은 일단 이식을 두세 번 정도하고 그 이후에 결정을 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PGT를 하는 것도 다 장단점이 있고, 완벽한 아이를 낳기 위해 진행하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모자이시즘 상태의 우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자이시즘이란 쉽게 말해 한 배아 안에 정상 세포와 이상 세포가 모자이크 타일처럼 섞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PGT는 배아 전체가 아닌 일부 세포, 그것도 겉 부분 몇 개만 떼서 검사하는데, 검사한 세포는 이상 세포지만 실제 배아 안쪽 부분의 세포는 정상일 수도 있다. 이는 확실하게 안 좋은 배아를 거를 수도 있지만 살아날 수 있는 배아까지도 걸러낼 위험을 가지고 있어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교수님은 지금 당장 PGT를 하는 것은 비추천한다고 과감히 말씀하셨던 것 같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근데 또 막상 친구가 채취 이후 PGT 검사를 했다고 하고 이미 염색체 수 문제가 있는 배아는 폐기했다고 하니 잠깐 동안은 내가 너무 알아보지 않고 섣불리 진행한 걸까 하는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안 한다고 해서 간절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나?' '교수님이 하자고 한들 내가 주장을 더 해봤어야 했나'라고 잠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냥 그때그때 나의 몸 상태에 맞게 적절한 약만 처방해 주시고 면밀히 관찰해서 방향성 잡아주시는 우리 교수님을 믿고 가는 게 맞다. 주변 이야기에 휘둘리거나 흔들릴 필요가 없는 이유는 누구보다 내 몸을 잘 아는 것은 나와 교수님이기 때문이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해 온 우리는 서로를 향한 신뢰가 두텁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잘 잡고 나의 선택에 확신을 갖고 믿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도 소중하지만, 내 몸에 맞는 길은 따로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