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검사 수치 결과, 비임신으로 1차 이식 종결

여기에 한 가지 더, 1년 만에 주치의 교수님이 바뀐다.

by 깨알쟁이

어제부로 이식 10일 차, 예약된 시간에 병원에 방문했고 피검사 후 교수님과 진료를 보았다.


"임테기는요? 해봤어요? 어때요?"


교수님께 얼리 임테기 희미한 2줄의 결과를 말씀드릴지 말지 고민했는데, 교수님이 얼굴 보자마자 물어보셔서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교수님, 이게 8일 차에 해본 얼리 임테긴데요. 아주 뚜렷하진 않지만 한 줄은 희미하게나마 보여서 2줄인 것 같았어요. 근데 일반 임테기로는 8일 차에도 10일 차에도 한 줄이긴 했어요."


"OO님, 아무래도 임신테스트기는 정확성이 피검사에 비해서는 낮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 일단 오늘 피검사했으니까 결과 나오는 거 봅시다. 2차 피검사가 금요일이거든요? HCG 수치가 20이 넘으면 2차 피검사 때 할 거고, 만약에 안 되면 다음 생리 시작하고 2~3일 차에 와서 진료 보셔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혹시, 이게 희미한 2줄이었지만 피검사에서는 비임신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을까요?"


"네, 뒤바뀔 수도 있어요. 경우의 수는 너무 다양해요. 피검사만 가장 정확하다고 보면 돼요.

그리고 OO님, 이번에 안 되면 바로 이식해도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약을 많이 안 썼으니까 바로 해봐도 좋을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리고 다음 생리는 아마 다음 주 초에 시작할 것 같아 보여요. 그때는 제가 이제 출산휴가 들어가기 직전이라.. OO님이 함께하고 싶은 교수님들 중 선택해서 예약하고 진료 보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근데 오늘 수치 잘 나와서 금요일에 교수님 뵙고 싶습니다, 저."


"저도요 OO님. 우리.. 우리 이렇게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꼭 우리 금요일 오후에 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교수님과 혹시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럴 리 없다며 금요일에 꼭 2차 피검하러 와서 보게 될 거라고 기쁘게 이야기 나눌 거라고 굳게 믿었다. 왜냐면 얼리임테기가 나에게 일말의 희망을 보여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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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검사한 지 1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쯤 앱에 검사결과가 떴다.

음.. <0.2면 미만이지? 초과 말고 미만 맞지? 나 안 된 거야 정말?

혹시나 새로고침을 하면 수치가 바뀌지는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계속 버튼을 눌렀다. 바뀌는 건 없었다.


그래서 굳이 병원 카톡에 다시 한번 문의했고 이렇게 답이 왔다.


"안녕하세요. 임신수치는 <0.2이셔서 비임신 수치로 나오셨습니다."


한 번에 되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가까운 일이라지만 덜컥 겁이 났다. 진짜 안 됐구나, 시험관도 쉽지 않은 몸인가? 나도 막 1n차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내가 얼려둔 동결 배아가 20개 가까이 있긴 하지만 그걸 다 쓰게 되지는 않을까? 내 몸이 어디까지 상하게 될까?


오만가지 최악의 상상을 다 하고 난 뒤, 교수님과 제대로 인사 나누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서러웠고 섭섭해서 마음이 힘들었다. 1년 동안 교수님 한 분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무슨 힘으로 버텨내지? 과연 다른 교수님 만나도 이렇게까지 합이 잘 맞을 수 있을까? 교수님처럼 진심으로 환자를 배려하고 생각해 주는 의료진을 또 만날 수 있을까?


1차 이식에 실패한 것도 슬픈데, 정들었던 주치의가 바뀐다는 것도 나에게는 꽤나 큰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손이 바뀌면 성공한다는 말이 있지만 아직 그런 소리는 나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하고야 말았다. 교수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생리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고, 병원에서는 2차 피검할 필요가 없어서 오라고 하지도 않았지만 나 스스로 금요일 오후에 진료 예약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궁금했던 점을 물어본다는 핑계로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말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쿠키와 편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 교수님께 편지를 써두었다.


마음은 여전히 좋지 않다. 사실 주변에 보면 유산한 친구들도 많고 시험관도 훨씬 더 오랫동안 해온 친구들도 많은데 나는 벌써부터 동결 이식 1차 실패했다고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힘을 못 내고 있다. 잠도 잘 못 자고 아직도 누가 좀만 건드리면 바로 울 것 같다. 분명 내일도 교수님 앞에서 눈물을 보일 것 같다.


그렇지만 교수님의 축하받을 일도 축하해드리고 싶고, 결과가 어떻든 이제까지 너무 수고하셨다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꼭꼭 전하고 싶어서 이틀 만에 병원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남겼다.


"교수님 휴가가시기 전에 저도 좋은 소식을 딱 만들고 더 기분 좋게 인사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몸 관리 다시 잘해서 그동안 교수님께서 해주신 노력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그땐 병원 홈페이지 칭찬글에 남겨볼 테니, 제 이름 기억해 주세요. 1년 동안 정말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시고 길잡이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어요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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