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냥이 집사 구하기 Project'에필로그
따지고 보면 내가 한 일은 없다. 상자 속 버려진 고양이들을 구한 것은 용감한 동네 아이들이었다. 꼬질 꼬질한 아기 고양이를 씻기고 밥을 먹인 건 위층 사는 가족들이었고, 이후 진주의 대학생 커플이 까미의 임시보호를 맡았다. 꼬미는 충북 서산에서 구름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까미는 경남 창원에서 쭈니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이 여러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이야기를 기록한 것뿐이다. 고양이들을 구한 아이들의 손에서 임시 보호할 가족들과 연결해주고, 임시 보호하던 곳에서 새로운 집사를 만나도록 연결해주었다. 내 손으로 직접 구하고 돌본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는 아마 읽는 이들이 만들어 줄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 후 간간히 길고양이 보호 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글이 마음이 들어 단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싶다고 했다. 글이 어디로 퍼지든 괜찮았다. 되도록이면 널리 널리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버려진 고양이들의 세계'는 꼬미와 까미를 입양 보내는 과정을 통해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모음이었다. 덧붙여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사람의 손에서 버려진 고양이들이 다시 사람의 손에 구해지고,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며 마침내 따뜻한 가정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느꼈다. 꼬미와 까미의 이야기는 마땅히 삭막한 세상에 '선물'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는 올해로 14살이다. 처음 만났을 때 다쳤던 다리는 너무나 건강하게 잘 나아서 침대 위로 펄쩍 뛰어오른다. 이제는 제법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가끔은 할머니처럼 내게 잔소리를 한다. 밤늦게 깨어 있으면 어서 자라고 배 위에 올라와 앉아버린다. 작은 고양이의 무게와 체온을 느끼다 보면 저절로 잠에 든다. 불면증에 특효약이라고 추천할 만하다. 실수로 문짝에 발가락을 찧은 적이 있다. 절로 "악!"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방에서 자고 있던 고양이가 오도도 뛰어나와 야옹야옹 울어준다. 그 음률이 이렇게 들린다.
"괜찮아? 많이 아파? 어이구... 조심 좀 하지!"
고양이가 사람 말을 하는지, 내가 고양이 말을 알아듣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 녀석이 나를 아껴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19살에 이 고양이를 만나 인연을 맺지 않았다면 난 좀 더 차가운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14년이 지난 어느 날 상자 속의 고양이 두 마리를 봐도 아무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모르는 일인 양 지나쳤을 것이다. 어렸던 내가 다친 고양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동물 병원에 데려갔기 때문에 고양이를 구하고 기뻐하던 초등학생들이 기특해 보였다. 작고 굶주린 고양이를 돌봐줬기 때문에 꼬질꼬질했던 꼬미와 까미를 가여워할 수 있었다. 병이 낫고 사랑받으면서 점점 예뻐지고 사랑스러워지는 고양이와 살았기 때문에 두 마리 모두 좋은 가정에 입양되길 바랐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의 시작은 14년 전 나를 집사로 간택한 고양이 고진숙 씨 덕분이다.
이 책은 고진숙 씨에게 바친다. 나의 작은 고양이. 나의 가장 큰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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