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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Jul 13. 2022

한옥과 결혼의 공통점

벌써 몇 달 전입니다. 아직은 밤바람이 가볍고 시원할 무렵, 아는 형님의 댁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안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옥에서 살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TV에서 보던 종로 한옥을 구경해볼 기회가 언제 올까 싶었거든요.


오랜만에 만난 중년 남성들은 맥주 한 캔을 들고 작은 마당에 의자를 놓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물론 집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었지요. 건축을 전공한 부부가 한옥에서 산다는 것이 신기했고, 형님에게 한옥의 매력을 늘어놓던 교수님은 지금 아파트에 사신다는 이야기에 피식 웃었습니다.


"한옥이.. 좁고, 춥고.. 불편한 것이 많아. 그런데 비 오는 날 툇마루에 앉아서 처마 아래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그런데 그런 모습을 모르면 그냥 살기 힘든 집이야."라는 형님의 모습을 보면서, 진짜 행복을 경험한 사람을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옥과 결혼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편한 점이나 좋지 않은 점은 너무나도 분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지만, 좋은 점 그리고 행복하게 만드는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해서 누군가에겐 '그게 뭐야?' 하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는 겁니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아름다움처럼, 결혼해서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은 너무나도 사소해서 허탈할 정도이기도 합니다.


늦잠을 자고 아침에 무얼 먹을까 침대 위에서 같이 고민할 때,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살짝 내민 손을 아내가 잡아 줄 때,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몬드 봉봉 한 숟가락을 나에게 줄 때,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온 아내에게 '고생했어'라고 말해줄 때, 그 말을 듣고 아내가 나에게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살짝 포옹해 줄 때, 아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티 1+1을 구입하고 나도 모르게 점점 발걸음이 빨라질 때...


요즘 세상에서 결혼을 추천하지 않을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하고 명료한데 결혼을 추천할 이유는 너무나도 빈약하고 사소한 것 같습니다. 물론 결혼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고, 법적인 의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혼에 대해서 너무나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크다는 생각이 가끔은 듭니다.


결혼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극히 사적이면서 사소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혼 후에도 계속 그 이유를 찾아야겠지요. 꾸준히 말입니다.   


Small things often.


작은 한옥의 처마가 만드는 아름다운 밤 하늘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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