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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Nov 14. 2019

남편의 임무는 '아내를 궁금하지 않게 하는 것'

아이가 입원한 지 어느덧 사흘째입니다. 여러 변화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아내와 주고받는 카톡 횟수입니다. 평소엔 아내에게 퇴근할 때 한번 하던 카톡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주고받습니다. 출근은 했는지, 밥은 먹었는지, 귀가는 했는지.. 아내가 궁금해하지 않도록 말이죠.


군대 시절(갑자기 군대 얘기 꺼내서 죄송합니다..) 운 좋게 여단 본부(회사로 치면 2~3,000명 정도 근무하는 회사 본사)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일한 정훈공보부(홍보팀 정도)는 전투와는 거리가 가장 먼 부서 중 하나였습니다. 어느 날 여단장님(장군)이 정보참모님에게 물었습니다. "정보참모, 자네 임무가 뭐지?" 그러자 정보참모님이 머뭇거렸습니다. 군인은 본인의 임무가 명확하게 부여되는 곳인데 여단장님이 그걸 물어보는 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신 듯했습니다. 그러자 여단장님은 "자네 임무는 내가 궁금해하지 않게 하는 거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문답이나 하는 꼰대'라고 했겠지만 20대 청년인 제게는 통찰력이 넘치는 듯했습니다. 군대와 같은 위계질서가 강하고 필요한 곳은 '정보'가 상급자에게 올라가고, '결정'은 하급자에게 내려가는 곳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자가 '궁금한 상황'은 조직의 존립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관이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도록' 노력을 했지만.. 쉽지는 않더군요. 


아내와 연애를 하면서, 결혼한 후에도 최대한 노력하는 부분이 '아내가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어딜 가면 간다, 무얼 하면 한다.. 게다가 아내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때 '충분한 신뢰'도 얻을 수 있습니다. 충분한 신뢰가 쌓이면 복잡하고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게 됩니다. 가정이라는 조직에서 의사소통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믿음직스럽다는 평판을 받는 주변 사람, 기업을 보면 정말 꾸준히 주변 사람 또는 고객과 대화를 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위기도 겪습니다. 하지만 '신뢰'라는 평판을 유지하는 사람과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숨지 않고 적절히,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남편'이라는 평판을 모든 남편들이 갖게 되길 바랍니다. 


Small things often. 


* 결혼 6년 차 부부의 흔한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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