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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Dec 05. 2019

아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아내가 임신 16주 정도 되었을 때 태아 성별을 확인하러 병원에 갔습니다. 당시에 저는 자녀 성별에 관심이 없었고, 아내는 은근히 딸이길 바랬습니다.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장 기뻐한 것은 저희 부모님이셨고(아들만 둘 키우신 분이라..) 그다음으로는 아내가 기뻐했습니다 그러고는 우스갯소리로 "우리 집에서 나만 여자였음 좋겠는데  ㅎㅎㅎ" 라는 겁니다. 그런 아내한테 "나한테는 당신이 제일 예쁘고, 앞으로도 그럴거야"하자 아내가 미소 지었습니다.


딸 아이가 태어나고 조금씩 자라면서 '옷'이 많아지고, 어느샌가 딸 아이 옷으로만 한칸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아이 옷을 정리하면서 '이 녀석은 옷이 왜 이렇게 많지?', '좋겠다. 예쁜 옷 많아서..' 라며 투정인지 질투인지 모를 말들을 하더군요. 그래서 아내에게 '그래? 그럼 안되지. 당신 옷 사야 겠다. 쇼핑몰 장바구니에 넣은 거 몇개 사세요.'라고 하자.. 잠시 후에 결제 완료 화면이 보였습니다.    


주말에 외출을 하기 전에 아이가 옷을 입고 나오면 '우리 딸, 예쁘네~'라고 한 마디 합니다. 아이는 기분이 좋아서 씨익 하고 웃지요. 이어서 아내가 나오면 '와.. 여보, 참 예쁘다. 은서야, 엄마 예쁘지?'라고 칭찬을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본인이 더 예쁘다고 우겨봅니다. 그러면 '은서는 귀엽고, 엄마는 예뻐요.'라고 정리를 합니다.


가끔씩 바람쐬러 여행을 가면 아내와 아이 사진을 꽤 찍어서 아내에게 보내줍니다. 아내가 사진을 정리하면서 아이가 예쁘게 나온 사진을 많이 고릅니다. 그러다가 '우리 딸 예쁘지?'라고 물어보면 '나는 당신이 예쁜데?'라고 답을 합니다. 아내는 피식 웃고, 저는 '아.. 오늘도 무사히..'를 마음 속으로 외칩니다.


딸 아이가 자랄 수록 아내가 자신을 꾸미는 것은 어려워 지고, 본인을 챙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살다보면 아가씨 때는 상상할 수 없던 '쌩얼 외출'도 자연스럽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그렇게' 외출한는 자신을 보면 '헐..'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 일수록 아내에게 '예쁘다'는 말을 '딸 앞에서'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딸에게 예쁘다는 말을 10번 할 때, 아내에게 예쁘다는 말은 3번 이상 해야 합니다. 아내도 여자니까요.


Small things often.

 

* 두 사람의 영원한 우정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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