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카톡 프로필 사진(a.k.a 프사)을 결혼식 당일날 청첩장으로 바꾼 것 외엔 단 한 번도 바꿔본 적이 없습니다. 상태 표시 글도 지난해 9일간 미국으로 휴가를 가는 바람에 휴가 일정을 공지한 것 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그런데 카톡 프사로 본인의 최근 심경을 표현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심지어 카톡 프사가 바뀌면 서로 체크하면서 그것을 주제로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제 아내도 그중 한 명입니다. 받은 선물을 올려놓기도 하고, 외출 가서 잘 나온 본인 사진이나 딸아이 사진을 올리기도 합니다. 딸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아내에게 본인 카톡이니 아이만 있는 사진으로 프사를 만들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내는 '나보다 요녀석이 예쁜 거 같아서 그렇지..'라며 본인이 잘 나온 사진을 찍을 필요와 예쁜 아이템이 필요한 이유를 지혜롭게(?) 말해줍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신경 쓰는 프사는 바로 '아무것도 없는' 프사입니다. 그러면 즉시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냐, 혹시 마음이 안 좋냐 물어보면서 아내의 상황을 열심히 파악합니다. 그냥 그렇다는 대답부터 기분이 안 좋은 일까지 이유는 다양하지만 제가 신경 써야 할 상황인 것이죠. 그러면 아내가 즐거운 프사를 올릴 수 있도록 꽃도 사고, 주말엔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외출도 해봅니다. 다시 아내는 기분이 좋아지고, 프사도 다시 생기를 찾습니다.
일기 예보와 같이 변화무쌍한 여자의 마음을 남자가 쉽게 알기는 어렵지만, 아내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는 '안테나' 하나쯤.. 꼭 만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