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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살이 5일차 - 내 소원은?

by 천백십일

수술 준비를 마치고 이제 수술만 남아 있다. 중대한 일이지만 그래도 대만까지 왔으니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내와 근교 구경을 최대한 많이 가고 싶었다.


대만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예스진지 투어 이다.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방문하는 투어 코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택시투어, 가이드 투어 등으로 즐길 수 있다. 나와 아내는 9년 전 예류을 뺀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기차와 버스, 전철 같은 대중교통으로 다녀왔었다. 이번엔 아이도 있어서 가이드 투어로 다녀왔다.

미팅 장소로 가기 전 타이베이 메인역 근처의 유산동 우육면에 들려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방송에도 나오고 미슐랭 가이드에도 나오는 만큼 국물이 진하고 맛있었다. 다만 골목 안에 위치한 허른한 건물에 위치해서 왠지 위생이 좋아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다시 간다면 맛있게 먹을 것 같다.


예정된 미팅 시간에 맞춰 가이드를 만나고 투어를 시작했다. 예류에 위치한 지질공원을 보고 스펀에서 풍등을 날린 뒤 스펀 폭포를 보고, 진과스에서 광부도시락을 먹고 지우펀의 야경을 보는 일정이었다.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예류부터 보았던 다른 투어 사람들과 지우펀까지 마주치곤 했다. 아마 대부분의 투어가 비슷한 일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스펀은 산속에 위치한 마을로 작은 경전철을 타고 방문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서 유명한 것은 풍등 날리기와 닭날개 볶음밥이다. 마을 가운데 위치한 기찻길 좌우로 풍등을 날라는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이 곳에서 풍등을 산 뒤 원하는 소원을 등에 적어서 날리게 된다. 풍등은 다양한 색색갈로 이루어지는데 각 면마다 사업, 연애, 건강 등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해준다.

우리는 수술이 잘 되길 기원하고 가족의 건강, 화목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복권 당첨 등을 적었다. 풍등을 날리기 전, 직원에게 얘기해주면 풍등과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이들은 사진 찍어주기에 특화된 분들이었다. 등을 들고 있으니 찰칵 찰칵 - 다음 면 - 찰칵 찰칵 - 다음 면 - 찰칵 찰칵 이렇게 사진 찍고 날리는 것까지 채 오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 코스인 스펀 폭포는 예전 와이프와 왔을 때는 가본 지 않은 곳이다. 폭포로 향하는 길엔 향을 피워둔 작은 사당이 있고, 사당에 걸려있는 빨간 띠에 소원을 적고 띠를 묶어 두는 기둥과 조형물 등이 있었다.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못 하고 띠에 소원을 적어 묶고 옆에 위치한 재단에 향을 피웠다.


마지막으로 향한 지우펀은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과 닮았다고 하여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좁은 골목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 사이를 비집고 내가 원하는 곳을 찾기가 너무 어려운 환경있다. 서로 밀고 밀리는 인파를 헤치고 발길을 옮기다보니 어떤 골목 끝에 다달았다. 그곳엔 관우 그림이 그려진 작은 재단이 하나 있었다. 그곳도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향을 피우고 싶었지만 불이 없어 그냥 기도만 하고 발길을 돌렸다.


나는 종교도 없고 어떤 징크스 같은 것도 없다. 어릴 때 왠지 징크스 같는게 멋있어보여 하나 만들고도 싶었는데 생기지도 않았고 크면서 생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 대만 행을 앞두고 삼재를 따지고 액이며 운이며 신이고 삼신할머니고 무엇이든 떠올리고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여행 내내 소원을 빌고 향을 피우며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기원했다. 생각해보면 지금 이런 불안감 조차 없다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불안함을 이길 수 있는 잘 될 것 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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