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행을 준비하면서 한 달 남짓 머무를 숙소를 고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시설, 가격, 병원과 거리 등 생활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았다. 그런 고민 끝에 결정했던 숙소를 주인의 실수로 인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한국 가족이 사용하던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옮기려는 숙소에 머무는 한국 가족과 연락이 닿아서 집의 상태와 몇 가지 장단점, 주변 환경 등 듣게 되었다. 막판에 현재 머무는 숙소의 아랫집에 머물겠냐는 질문을 받아서 또다시 고민을 했지만 더 고민할 상황도 아니고 원했던 숙소를 쓸 방법은 없었다. 그런 결정 과정 끝에 수술 전 숙소 정리를 마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옮기게 되었다.
한 달 동안 사용한 짐을 제대로 풀지도 않았건만 다시 짐을 챙기는데 꽤 힘이 들었다. 짐이 줄기보단 며칠 지내며 늘어난 짐을 캐리어에 넣고 꾹꾹 눌러 담았다. 오후 3시 애니가 숙소 이동을 시켜주기 위해 도착했고, 그녀가 준비한 차량을 타고 이동을 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외관만 봐도 이전 숙소보다 낡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숙소에 들어가 보니 이전 숙소보다 넓고 층수도 더 높았다. 그리고 집도 넓어서 짐 정리하기 좋아 보였다. 그래도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티비와 난방 시설이 없었다. 난방이 크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생각했고 에어컨은 방마다 있었다.(지내다보며 깨닫게 된 것은 대만도 겨울엔 춥다.) 신기한 점은 수납공간이 정말 정말 많고, 또 조명 스위치도 정말 정말 많다. 이 스위치를 켜면 이게 꺼지고 한 스위치에서도 어떤 건 위로 올려야 켜지는데 어떤 건 아래로 내려야 켜진다.
이 집의 결정적인 단점은 숙소 옆에 고가도로가 있는데 방음이 하나도 안 된다. 차량 바퀴소리, 청소차의 소리 등등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숙소는 없겠지만 여기로 옮긴 것이 잘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내랑 얘기하면서 나온 말로 “강남 한복판에 새로 만들어진 오피스텔에 지내다가,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 지어진 지 30년 넘은 아파트로 이사 온 기분”이라고 했다. 수술도 해야 하고 25일 정도 지내야 하는데 잘 지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