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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꺼내준 마음

2024.11.6.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은


근래 나의 '인생 중'은 매일이 똑같고 단조롭다. 즐거움이든 괴로움이든 어느정도 무뎌져가고, 반복되는 경험들은 특별함이 없다.

이런 무기력함이 나를 자꾸 움츠리게 한다.

이런 내가 나에게 유쾌함 특별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빠와 병원에 간 날이었다.


무뚝뚝한 아빠와

더 무뚝뚝한 딸은 진료실 앞에서 대화 없이 한참을 기다렸다.


보호자로서 처음 가보는 병원,

진료실 구석에 그림자처럼 서있었다.


두런두런 아빠와 선생님이 하시는 얘기가 들렸다.


아, 아빠, 그말 만은.. 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터져나오는 아빠의 말


"아 우리 딸이에요. 학생은 아니고, 직장다녀요. 연차내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거렸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이 데워졌다. 


나는 나를 이렇게도 꾸깃꾸깃 숨겨놓고

한치의 따뜻함과 유쾌함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아빠에게는

내가 여전히 특별한 딸이었다.


아빠의 말 한마디가

어린 시절 부끄러울 정도로 신나고 자신만만했던 나를 불러주었다.


그 순간이 내게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가장 내가 특별해진 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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