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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삶 Nov 25. 2024

기분 탓이야.

2024.11.25. 언어가 주는 한계


청소 시간이었다.

청소를 다하고 둘러보니 주변이 여전히 더러웠다. 


 "조금 더러운 것 같은데, 다시 청소할까?"`


라고 얘기했더니, 장난스런 표정을 한 말이 들렸다.


  "기분 탓일걸?"




그게 무슨 말일까,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골대로 던져올린 농구공이 그냥 얼굴로 툭 떨어진 느낌.


정말 그런가 싶어 다시 주변을 살펴봤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여전히 그대로다.

아니야, 이것 라고 하려니 

'나 예민한 사람이에요' 하는 것 같아

내 말을 내가 꽉 붙잡는다.

장난스런 표정을 억지로 따라 지어보이며,

그런가? 씁쓸한 대답을 내뱉는다.


기분 탓이란 말이 뭉근하게 가라 앉아있다.

'탓'이라는 말에 괜히 내 잘못을 찾는다

나의 예민함이 더러움을 찾아낸걸까,

기분 탓이란 말이 불편한 것도

그저 내 기분 탓일까.

기분 탓으로 여겨진 내 생각은 

이렇게 나에게서조차 의심받고 있다.


"기분 탓이야." 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상황을 쉽게 모면하는 말이지만,

누군가를

쉽게 외면해버리는 말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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