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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대신 우리가 하고 싶은 결혼 전시를 하자

친구들과 함께 했던 갤러리 결혼 전시 2부 이야기

by 박천희 Jan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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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1부로 가족, 친척, 가족 친구분들과 예식 행사를 했다. 점심 식사하는 곳으로 보내드리고 2부가 시작되었다. 2부는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정말 우리가 하고 싶었던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어서 더 재밌었다. 우리만의 결혼식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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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객의 부담을 줄이자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올 수 있게)

결혼식은 정해진 시간에 가야 한다. 도착하면 ATM에서 돈을 뽑느라 정신없다. 늦게 도착해서 신부 대기실을 못 보면 평생에 한번뿐인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친구에게 미안하다. 사람들이 몰려 의자에 못 앉고 뒤에 서서 예식을 보기도 한다. 예식 시간이 중요한 약속과 겹치는 못 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갤러리 결혼식은 하루를 통으로 대관하기 때문에 각자 편한 시간에 올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와야 한다는 부담감을 없앴다. 맛있는 케이터링도 상비해 둬서 원하는 때에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였고, 원하는 때에 예식장에서 나갈 수 있게 하였다. 늦게 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일찍 와서 끝까지 있는 친구들도 있고 다양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2. 밝고 즐거운 결혼식을 하자 (드레스 코드는 알록달록한 옷으로)

결혼식이면 평소에 한 번도 안 입던 정장을 꺼내 입는다.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은 내 모습이 멋지게 느껴지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한복과 정장을 입은 결혼식장은 사뭇 격식을 차린 느낌이다. 그런데 결혼식 때 꼭 정장만 입어야 할까?


우리가 청첩장 모임을 하며 드레스 코드로 "밝고 알록달록한 옷"으로 입고 와달라고 했다. 모바일 청첩장에도 드레스 코드를 적어두었다. 우리의 결혼식을 밝고 활기찬 분위기로 만들고 싶었다. 또한 불편한 정장이 아니라 편한 옷을 입어도 되게 하여 하객분들의 부담감을 덜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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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온 친구가 있었다. 우리가 정한 드레스 코드에 맞게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온 것 같아 친구의 옷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3. 쓰레기 없는 결혼식을 만들자

결혼식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된다. 그 비용은 몇백부터 시작해 몇천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많은 꽃들이 버려지는 게 아까웠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식에 사용한 꽃을 포장해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다. 가져갈 때 짐이 돼서 사람들이 꽃을 안 가져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남는 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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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부 1명만 부케를 받아야 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모두가 부케를 받기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이벤트였다. 하객들 모두가 손에 예쁜 부케를 가지고 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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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가 하고 싶은 결혼식을 하자

장인어른이 신부와 손을 잡고 행진(신랑은 혼자서 행진), 신부 대기실, 단체 사진 찍기, 플래시 켜서 사진 찍기, 신랑 신부 뽀뽀하는 모습 사진 찍기, 화촉 점화, 케이크 커팅식, 예물 주고받기. 모두 우리가 결혼식 때 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신랑 신부가 함께 행진, 부모님께 맞절, 아버지가 읽어 주는 성혼선언문, 현금이 아닌 QR 코드로 축의금 받기, 게릴라 행사, 절친이 해주는 축시 축사 축가, 신랑 신부가 함께 부르는 축가, 함께 사진 찍는 셀프 카메라, 맛있는 한국 전통주 나눠 마시기, 비건 케이터링, 구글 공유 앨범으로 다 함께 사진 올려서 구경하기, 신랑 신부에게 짧은 편지 남기기. 우리가 결혼식 때 했던 것들이다.


결혼식이라고 하면 당연히 하던 것들이다. 우리는 이런 예식 행사를 왜 하는지 생각했다. 하객 분들에게 축하를 받고, 주말에 멀리 와준 하객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는 우리의 결혼식 취지에 맞고, 저희가 생각했을 때 꼭 하고 싶은 행사들만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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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즐거웠던 결혼식

하루를 통으로 대관하는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아침 8시 메이크업으로 시작해 17시에 모든 행사를 마치고, 갤러리에 남은 것들을 버리고 정리하니 18시가 넘어 갤러리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한국의 결혼식이 짧은 시간에 속전속결로 끝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시를 단 하루만 하는 것도 아쉬웠다. 몇 달간 아내와 갤러리와 지지고 볶았던(?), 정말 힘들게 준비했던 전시였는데 내일이면 모두 철거가 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브런치 구독자분들과 인스타그램 팔로워분들에게 구글폼으로 신청을 받아 몇몇 분들을 초대드렸지만, 홍보가 되지 않아 더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운이 좋게도 라디오와 신문사에서 취재 요청을 받아서 인터뷰를 했다. 살면서 인터뷰를 받아본 게 처음이었는데, 그 정도로 우리가 대단한 일을 했구나 싶어 자랑스럽기도 했다.


무엇보다 바로 다음날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간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드디어 끝났다 결혼식! 우리가 부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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