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친척들과 함께했던 1부 예식 이야기
드디어 결혼식 당일날이 되었다. 예약한 메이크업 샵으로 이동하는데도 결혼한다는 것이 실감되지 않았다. 오늘만 지나면 내일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도 있었다.
결혼식 전 양가 부모님, 동생 모두 모여 메이크업을 받았다. 많이들 간다는 강남 청담동의 메이크업 매장이 아니라 갤러리 근처로 갔는데 괜찮았다. 직장 동료로부터 지금까지 본 내 모습 중 가장 멋지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래서 돈 써서 메이크업 받는구나 싶었다.
갤러리에 일찍 도착해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우리가 직접 계약한 사진, 영상, 플라워, 케이터링 업체와 연락하고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소통했다. 대여했던 앰프도 잘 되는지 테스트했다. 모두 셀프로 했던 결혼식이라 챙길 게 많았다.
오전 1부는 가족, 친척, 가족 친구분들과 예식 행사를 했고, 오후 2부는 친구들을 초대해 자유롭게 전시를 볼 수 있게 하였다.
예식이 시작하기 전에 하객 분들이 전시를 보실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멀리서 오신 친척분들께 감사의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다. 전시 내용 중 과거 파트에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꼭지가 있었다. 우리와 가까운 친척 분들의 사진과 감사의 메시지를 캡션으로 적었다.
어릴 때 같이 놀아준 이모
초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이모가 저와 동생을 데리고 롯데리아와 KFC에 많이 데려갔어요. 자주 데려가셔서 무슨 메뉴를 먹었는 지도 기억나요. 항상 핫윙과 콘샐러드를 먹었어요. 그땐 별생각 없이 맛있게 먹었는데, 크고 나니 이모가 우리를 얼마나 챙겨주셨는지 알게 됐어요. 이모 고마워!
테리우스 외삼촌
외삼촌은 엄청 잘생겼어요. 2002년 월드컵에 파마를 한 안정환 선수와 닮았어요. 거기다 번역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모습도 너무 멋져요. 삼촌이 번역했다는 책도 읽어봤고, 영화도 번역했다고 하셨을 땐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어요. 삼촌 멋있다잉!
큰아버지, 큰어머니
언제부턴가 명절에는 큰집에만 가고 있어요. 큰집에 가면 항상 두근두근 설레요. 음식이 너무 맛있거든요. 제일 좋아했던 건 소고기 동그랑땡이었어요. 탕국도 너무 맛있고, 돼지고기 수육, 잡채, 각종 반찬들 츄릅 글 적으면서 침 나와요. 어릴 땐 마냥 맛있게만 먹었는데 어른이 되어보니 음식 준비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었어요. 중간중간 좋은 얘기 해주시는 큰아버지도 매번 감사했어요. 결혼식장 멀리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큰아빠 큰엄마!
닮고 싶은 멋진 사촌동생
명절 때 큰집에 가면 큰집 가족이 화목해 보여서 부러웠어요. 사촌 동생 덕분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말도 착하게 잘하고, 애교도 있었어요. 항상 웃으며 긍정적인 모습은 저보다 훨씬 어른스러웠어요. 배울 게 많은 동생이었습니다. OOO 멋져!
외삼촌은 그때 연예인 했어야 했는데~ 라고 하셨고, 큰어머니께서 읽어보시곤 감동받았다고 얘기해 주셨다. 친척분들께 일종의 짧은 편지를 드리는 것이었는데,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글로 쓰니 말로 얘기할 때와 다른 감동이 있었다.
결혼 예식 행사는 일반적인 결혼과 비슷하면서 약간은 달랐다. 일반 예식장처럼 화려한 장식대신 귀여운 유리 화병에 전시의 메인 컬러인 노란색 꽃들로 줄을 세웠다.
버진로드도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예식 행사를 하는 곳 우측에서 걸어오면서 짧게 행진을 했다. 우리가 틀었던 노래는 일기예보의 "좋아좋아" 였다.
결혼식 며칠 전에 아버지가 갑자기 축가 하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를 하셔서 연습할 시간 하나도 없는데 ㅠㅠ 예전에 내가 만들었던 "내 사랑"이라는 노래를 아내와 함께 친구 결혼식 때 부른 적이 있었다. 앨범을 내기 위해 녹음도 해뒀고.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도 바로 같이 부를 수 있었고, 녹음해 둔 mr에 보컬도 살짝 넣어서 실수하더라도 괜찮도록 하였다. 갑자기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축가를 하길 잘한 것 같다. 결혼식이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앨범은 곧 나올 예정이다.
"내 사랑" 데모 음원 링크 : https://on.soundcloud.com/yvBG2RHbMvyrqVCv8
성혼선언문을 읽고, 축가를 하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결혼식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예식 행사 시간이 정말 후다닥 지나갔다. 아버지께서 결혼식 행사를 어느 정도 길게 하시는 걸 원하셔서 대략 1시간 정도로 예상하고 진행했는데 실제로는 15분 만에 끝나버렸다. 더 많은 행사를 했어야 했나 보다..!
결혼식 예식 안 하고 싶어서 갤러리 결혼식이라는 대안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예식을 하길 원하셨다. 돌이켜보면 결혼식 행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더 일찍, 좀 더 상세하게 알려드리면 좋았을 것 같다. 결혼식 직전에 원하시는 것들을 알려주셔서 준비하느라 힘들었다.
우리와 다르게 아버지는 좀 더 형식을 갖춘 결혼식을 원하셨다. 있어 보이고, 하얀색 장갑을 끼고, 케이크 커팅식도 하는 걸 원하셨다. 부모님의 요구 사항을 많이 들어드렸지만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케이크 커팅식이나 촛불 점화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서 하고 싶지 않았다. 신부 아버님이 신부를 데리고 행진하는 것도 하기 싫었다. 우리의 예식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부모님이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절충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와 부모님 모두 만족하는 결혼식을 하지 않았나 싶다.
예식장이 아니라 기념사진을 찍는데 애를 먹었다. 계단이 없어서 작가님이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찍으셨는데 작가님도 이렇게 처음이라 그런지 당황하신 모습이었다. 우리도 어떻게 사진 찍을지 생각을 못해서 하얀 커튼이 보이는 방향으로 찍었는데, 갤러리 전시장이 보이는 곳을 향해 찍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식당 이동은 예상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갤러리가 위치한 건물에 적당한 식당이 없어 길 건너 약 7분 거리의 중식당 코스 요리를 예약했다. 그런데 예식을 안 보고 바로 식당으로 가시는 분도 계시더라. 예약을 예식 시작 1시간 이후로 잡아서 기다리셨다고 한다. 예식이 끝나고 이동했는데 예상보다 사람 수가 많아 자리가 꽉 차 기다리다 드신 분도 있었다. 기다리다가 오래 걸려 다른 식당에서 드신 분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2부 행사 준비로 식당에 같이 가지 못해서 식당에서의 문제를 컨트롤할 수 없었고, 식사를 하실 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못 드리는 것도 아쉬웠다.
갤러리 결혼식도 결국엔 결혼식이라 사람이 짧은 시간에 많이 와서 길게 이야기하기가 힘들더라.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분들 다들 너무 반가워서 더 오래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2부 행사는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좀 더 우리가 원했던 모습의 결혼식이었다. 2부 얘기는 다음 편에 계속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