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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희 Dec 22. 2024

대망의 갤러리 결혼식 하루 전날

결혼식은 토요일이었고 설치는 목요일에 시작되었다. 결혼식 전날까지 결혼 준비는 끝나지 않더라. (눈물)


갤러리 설치는 목요일부터 시작했다. 퇴근하고 가면 설치하시는 분이 안 계셔서 연차를 내서 가진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연차를 내서 가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목요일 우리가 갤러리에 없기 때문에 갤러리 대표님께서 우리와 소통하고 결정하셔야 했는데 이 부분이 꽤 까다로웠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결혼식 때 쓸 준비물을 챙겨 갤러리로 향했다.

우리가 그렸던 그림이 시트지로 붙여져 있는데 너무 예뻤다. 이렇게 통 시트지가 아닌 레터시트지를 쓰는 게 훨씬 예쁜데 시트지를 써야 할 곳이 너무 많아서 레터 시트지는 일부분에만 사용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우리가 기획한 전시가 이렇게 갤러리에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그동안 고생했던 게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이렇게 공들여 멋진 전시를 내일 단 하루만 보여주고 끝내야 한다니. 마음 같아선 더 오래 전시하고 싶지만, 보러 올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더 오래 대관하진 않았다.

우리가 원했던 콘셉트로 작가님이 그려주신 현수막이 예뻤다. 인생이라는 여행을 결혼하여 함께하며 여행의 끝판왕인 우주에 까지 온 모습으로 만들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뭔가 좀 뜬금없었다. 갑자기 우주라니. 그래도 재밌는 그림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기획했던 대로 전시가 설치되었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사실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꽤나 번거로웠다. 큰돈 들여 전시를 맡겼는데 우리가 또 더블 체크를 해야 한다는 점도 아쉽긴 했다.) 확인해 보니 잘못된 캡션이 부착된 곳도 있었고, 가벽 배치가 완전히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확인해서 기존 기획대로 변경했다.


갤러리로 배송했었던 택배 짐들을 풀었다. 결혼식 날에 사용할 전통주, 와인, 와인스토퍼, 와인 바구니, 보드 등 풀어야 할 짐들이 많았다.


대여했던 테이블, 단상, 스피커까지 잘 동작하는지 확인했다. 갤러리의 모든 의자를 모았는데 예상대로 적어 보였다. 오전에 여기에 가족, 부모님 친구분들, 친척들 다 합치면 100명 정도 오면 다 못 앉을 텐데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혼식 전날까지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미리 얘기해 주셨으면 괜찮았을 텐데 전날에 양측 부모님께서 요구하시는 것들이 있었다. 성혼선언문 어떻게 읽느냐고 물으시니 종이만 들고 읽을 거라 그랬는데 그러면 안 되고 상장에 넣으라 해서 상장을 사러 갔다. 방명록이 무슨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필요하다고 하셔서 준비했다. 준비물을 다 사고 집으로 왔는데 성혼성언문을 읽을 때 손에 낄 흰색 장갑이 있냐고 물으셨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 준비할 수 없었다.


원하는 결혼식에 대한 그림이 우리와 부모님 간에 많이 다르구나 싶었다. 어떤 부분들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 완강하게 주장하셔서 그렇게 해야 했다. 그런 과정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설득이 불가능해서 포기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이란 결혼하는 당사자의 행사이지만, 어느 정도는 부모님의 행사이구나 싶었다.


여하튼 결혼식 준비를 무사히 마쳤다. 전날까지도 결혼식이 실감이 되지 않더라. 내일 여기 방명록에 남길 사람들의 메시지를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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