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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갤러리 결혼식 하루 전날

by 박천희

결혼식은 토요일이었고 설치는 목요일에 시작되었다. 결혼식 전날까지 결혼 준비는 끝나지 않더라. (눈물)


갤러리 설치는 목요일부터 시작했다. 퇴근하고 가면 설치하시는 분이 안 계셔서 연차를 내서 가진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연차를 내서 가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목요일 우리가 갤러리에 없기 때문에 갤러리 대표님께서 우리와 소통하고 결정하셔야 했는데 이 부분이 꽤 까다로웠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결혼식 때 쓸 준비물을 챙겨 갤러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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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렸던 그림이 시트지로 붙여져 있는데 너무 예뻤다. 이렇게 통 시트지가 아닌 레터시트지를 쓰는 게 훨씬 예쁜데 시트지를 써야 할 곳이 너무 많아서 레터 시트지는 일부분에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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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우리가 기획한 전시가 이렇게 갤러리에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그동안 고생했던 게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이렇게 공들여 멋진 전시를 내일 단 하루만 보여주고 끝내야 한다니. 마음 같아선 더 오래 전시하고 싶지만, 보러 올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더 오래 대관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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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콘셉트로 작가님이 그려주신 현수막이 예뻤다. 인생이라는 여행을 결혼하여 함께하며 여행의 끝판왕인 우주에 까지 온 모습으로 만들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뭔가 좀 뜬금없었다. 갑자기 우주라니. 그래도 재밌는 그림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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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획했던 대로 전시가 설치되었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사실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꽤나 번거로웠다. 큰돈 들여 전시를 맡겼는데 우리가 또 더블 체크를 해야 한다는 점도 아쉽긴 했다.) 확인해 보니 잘못된 캡션이 부착된 곳도 있었고, 가벽 배치가 완전히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확인해서 기존 기획대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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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로 배송했었던 택배 짐들을 풀었다. 결혼식 날에 사용할 전통주, 와인, 와인스토퍼, 와인 바구니, 보드 등 풀어야 할 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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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했던 테이블, 단상, 스피커까지 잘 동작하는지 확인했다. 갤러리의 모든 의자를 모았는데 예상대로 적어 보였다. 오전에 여기에 가족, 부모님 친구분들, 친척들 다 합치면 100명 정도 오면 다 못 앉을 텐데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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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까지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미리 얘기해 주셨으면 괜찮았을 텐데 전날에 양측 부모님께서 요구하시는 것들이 있었다. 성혼선언문 어떻게 읽느냐고 물으시니 종이만 들고 읽을 거라 그랬는데 그러면 안 되고 상장에 넣으라 해서 상장을 사러 갔다. 방명록이 무슨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필요하다고 하셔서 준비했다. 준비물을 다 사고 집으로 왔는데 성혼성언문을 읽을 때 손에 낄 흰색 장갑이 있냐고 물으셨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 준비할 수 없었다.


원하는 결혼식에 대한 그림이 우리와 부모님 간에 많이 다르구나 싶었다. 어떤 부분들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 완강하게 주장하셔서 그렇게 해야 했다. 그런 과정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설득이 불가능해서 포기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이란 결혼하는 당사자의 행사이지만, 어느 정도는 부모님의 행사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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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결혼식 준비를 무사히 마쳤다. 전날까지도 결혼식이 실감이 되지 않더라. 내일 여기 방명록에 남길 사람들의 메시지를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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